‘흙냄새 수돗물’ 인천시 고도정수장 확보 못한 탓 크다

물이용부담금 연 5백억원 내고도 서울시민보다 못한 물 공급받아

2018-11-29     배영수 기자



서울 강동구 천호대교 쪽 한강 전경. 인천시는 이곳 인근의 물을 공급받아 일반정수처리 후 일선 가정에 공급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거리뷰)

 

인천에서도 민원이 제기된 ‘흙냄새 수돗물’ 현상<인천in 11월 27일 보도 - “수돗물 당분간 끓여먹어야”, 기사 하단 링크 참조>과 관련해, 인천 전 지역이 아직 고도정수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 향후로도 수돗물 관련 민원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인천시 및 시 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최근 환경부 산하 한강유역환경청의 발표(인천 및 경기 일부지역에서 수돗물 흙냄새 민원이 발생해 수돗물을 3분 이상 끓여 마시면 된다고 지침을 내림)와 관련해, 현재 인천지역에 고도정수(활성탄 및 오존처리) 처리를 해서 공급되는 수돗물이 없는 상태다.
 
흙냄새의 원인은 비록 인체에는 무해하나 맛과 냄새 유발 물질이라고 알려진 ‘2-MIB’가 수질감시 기준치를 충족하지 못한 채 처리된 일반정수 처리 물이 공급됐기 때문이다. 이에 한강유역청은 최근 수도권 일대 팔당상수원으로부터 물을 공급받는 정수장에 ‘분말 활성탄 추가 투입 등 정수 처리를 강화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고 조치 후 민원은 상당수 사라졌다.
 
서울지역 등 고도정수장이 설치된 지역에는 ‘2-MIB’가 먹는 물 수질 감시기준 이하로 처리된 수돗물이 공급돼 민원이 없었다.
 
문제는 현재 인천시가 한강유역청에 연간 5백억 원 규모의 물부담 이용금을 납부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서울에 비해 정수처리 수준이 아래인 물을 공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민들 입장에서는 시에 세금을 내 조성한 부담금을 정부 기관에 내고 있는 상태에서 서울시민보다 못한 수준을 물을 공급받는 것에 불만을 드러낼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인천시 관계자도 “그런 불만이 충분히 옳은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시의 경우 현재 총 4개 정수장(부평, 공촌, 남동, 수산)에서 일반정수 처리한 물을 옹진군을 제외한 인천 관내 각 세대에게 공급하고 있다.
 
이중 고도정수 처리 시설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곳은 부평과 공촌 두 곳 밖에 없는데, 이 두 곳에서도 사업이 완료되지 않아 서울시민이 공급받는 고도정수의 수준은 아니다.
 
부평정수장의 경우 최근 활성탄처리시설은 완료했으나 오존처리시설은 최근 공사계약 및 발주가 시작돼 빠르면 내년, 늦으면 내후년에 완료가 된다.
 
공촌정수장은 활성탄처리시설을 내년 하반기 중 완료될 예정이고, 오존처리시설은 아직 시기 등이 정해지지 않았다.
 
아직 계획을 잡지 못한 남동 및 수산정수장 두 곳은 향후 추진에도 어려움이 있다. 일단 시설을 건립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인근이 모두 그린벨트에 묶여 있어 국토교통부와의 협의에 난항을 겪고 있고, 그것을 해결한다 쳐도 예산상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시 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부평정수장의 경우 활성탄처리시설 조성에 약 300억 원 정도가 들었고, 오존처리시설이 약 100억 원 가량이 들었다. 상수도본부 관계자는 “규모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활성탄처리 및 오존처리 등 시설을 놓으려면 정수장 1개소 당 400억 원 내외로 든다”고 밝혔다.
 
물론, 시민이 이용하는 물의 문제인 만큼 환경부의 국비 지원의 당위성(최대 70%)이 있고, 부평정수장의 경우 한강수계기금을 기반으로 조성한 경우지만, 다른 곳들까지 그러라는 보장은 없다.
6개 정수장을 이용하는 서울시의 경우 환경부의 우선사업 등으로 지원이 늦어지자 전액 시비로 고도화시설을 만들었다.
 
상수도본부 관계자는 “인천이 서울과 비교하면 아무래도 재정력이 어려운 게 사실이라, 환경부에서 우선적으로 지원을 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답답함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사실 고도정수라는 개념이 팔당상수원의 원수(原水) 수질이 괜찮았을 때는 없던 개념이었다가, 오염 정도가 심해지니 나온 개념”이라며 “서울의 경우 고도화시설을 다 해놓긴 했지만 원수 역시 상류에서 끌어쓰고, 우리 시의 경우 서울 강동구 풍납동 인근의 물을 받고 있는데, 아무래도 중류에서 받는 물이다 보니 그 영향도 없지 않아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물론 시는 추후 고도처리작업을 확대하겠다는 큰 틀은 잡아놓고 있다. 그러나 시민들 입장에서 보면 “도대체 언제 할 거냐”는 등의 불만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 더불어 향후 원수 오염 등으로 이같은 문제가 또 발생할 경우 다시금 시민들의 물 이용에 불편함이 야기될 가능성이 아직은 여전히 높다.
 
한편 한강유역청은 “팔당상수원의 2-MIB 농도가 기준치 이하로 낮아질 때까지 매일 수질을 감시하고 오염원을 특별 점검할 계획”이라며 “다행히 일선 정수장에 정수 강화 지침을 내리고 실행한 이후로는 민원이 많이 줄긴 했는데, 그래도 꼭 3분 이상 끓여 마실 것을 권장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