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많아 물이 흘렀던 미추홀구…승기천 본류 찾기
미추홀학산문화원 2일 지역주민 200여명 참석한 가운데 열린 집담회
2019-05-02 이창열 기자
지금은 사라지고 마을 주민들의 기억 속에서만 남아있는 승기천의 자취를 더듬어보는 자리가 미추홀구에서 열렸다.
미추홀학산문화원은 2일 미추홀구청 대강당에서 ‘지금은 미추홀 水다, 川川이 승기천으로’를 주제로 집담회를 열었다.
이날 집담회에는 김정식 미추홀구청장과 정창규·김성수·민경서 인천시의회 의원, 이회만 미추홀학산문화원장, 이찬용 계양문화원장, 미추홀구민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김정식 미추홀구청장은 “미추홀은 ‘물이 많아 물이 흐르는 마을’이라는 뜻”이라며 “승기천 복원 운동은 미추홀의 정체성을 찾고 마을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좋은 기회”라고 밝혔다.
집담회에서 김상태 인천사연구소장은 ‘승기천을 이야기하다’를 주제로 발표했고, 현광일 더좋은경제사회적협동조합 이사는 ‘물이 흐르는 도시, 삶을 묻다’를 주제로 발표했다.
천영기 학산포럼 대표와 이미령 부평의제21실천협의회 굴포와자연분과 위원장은 각각 서울 성북천과 부평 굴포천의 복원 사례를 발표했다.
이미령 위원장은 “물은 생명이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물은 그 도시의 또 다른 경쟁력을 가져올 수 있다”며 “물은 경제, 사회, 환경, 문화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승기천은 미추홀구 용현동 수봉산 남서쪽 줄기 60고지 동쪽 계곡에서 발원해 연수구 동춘동 동막마을 동쪽에서 승기천 하구 담수호를 이루었다가 배수 갑문을 통해 황해로 흘러가는 하천이다.
@승기천=김상태 인천사연구소 소장 추정
승기천은 길이 10.33㎞로, 전구간이 인천 도심을 관통하는 유일한 하천이다. 하지만, 미추홀 지역의 승기천에 대한 기록들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과거 인천에서 발간된 지지와 지역사를 다루는 책자들 중에서 ‘동여도’에 ‘동천’(東川)으로 표기돼 있는 게 유일하다.
승기천은 1980년대 후반에 복개가 이루어졌고, 1980년대 이후의 지도에서는 승기천이 미추홀구 관교동에서 사라진다.
관교동에 쌍용·동아·성지·동부 등의 아파트가 들어선 것은 1990년대 초반으로 구월 택지개발지구의 일부로 관교동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승기천의 흔적을 더듬어 보면 현재 관교동에 있는 남인천여자중학교 대로 앞에 원래 승기천이 있었다. 이 도로가 만나는 사거리가 승기사거리로 승기사거리를 지나서 주안2·4동 아래 부분으로 승기천이 흘렀던 것으로 보인다.
이날 집담회에 참석한 미추홀구 주민들은 승기천에 대한 기억을 이야기했다. 숭의동 주민 민후남(61)씨는 “제가 기억하는 게 승기천인지는 몰랐어요. 지금 얘기들으면서 알았는데 독쟁이에서 인하대로 흐르는 물이 동양장사거리로 가는 게 승기천이었다”고 회상했다.
주안동에 살고 있는 이태승(58)씨는 “승기천 원류는 중학교 때 내가 어제 학교 소풍 관련 해서 수봉산을 가니깐 그때 현충탑 왼쪽으로 물이 굉장히 많이 나왔다”며 “콸콸 흐르는 유속이 빨랐고, 8부 능선인데도 물이 굉장히 많이 나왔다”고 술회했다.
한편 인천시는 원도심 활성화사업과 올해부터 추진 가능한 7가지 선도과제로 미추홀구 승기천을 생태하천으로 복원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시는 현재 용일사거리에서 승기사거리를 잇는 구간의 승기천 복원 타당성 조사를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