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와 나'

(81) 장현정 / 공감미술치료센터장

2019-07-10     장현정


6살짜리 아들 돌돌이는 우주를 좋아한다. 우주 책을 읽고 우주의 탄생부터 행성, 블랙홀에 대한 영상을 즐겨본다. 시작은 5살 때 유치원에서 지구에 대한 노래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였다. 아이는 지구와 태양에서부터 태양계 행성들, 로켓과 우주왕복선, 블랙홀, 화성탐사 로봇, 별과 은하에 이르기까지 우주에 대한 관심을 확장해 나갔다. 우주를 좋아하는 아이 덕분에 천문대, 과학관, 우주센터들을 여기저기 다니다 보니 자연히 우주의 신비에 눈이 뜨이는 것이었다.
 
작년 여름, 제주도 별빛누리공원에서 목성과 토성을 관측한 날이 기억난다. 수많은 책과 영상에서 봤던 목성의 줄무늬를 망원경을 통해 눈으로 처음 확인한 날, 토성의 고리가 정말로 망원경 속에서 보였을 때, 멀게만 느껴졌던 우주가 눈앞으로 다가온 느낌이었다. 망원경을 통하더라도 행성들은 완두콩알 정도의 크기로, 별들은 하얀 점으로 보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존재하는 것을 관측했다는 생생함은 인쇄물을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르게 와 닿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태양을 중심으로 돌고 있는 8개의 행성 중 하나이며 지구 몸의 1/4이나 되는 제법 큰 달이라는 위성을 갖고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별이란 태양처럼 스스로 빛을 내는 존재들로 항성이라고 한다. 태양과 같은 별들이 1000억 개가 모여 은하를 이루는데, 그 은하의 수가 또  수천억 개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우주는 지금도 점점 커지고 있으며, 우리가 우주에 대해 알고 있는 부분은 손톱보다도 작은 부분일 것이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이렇게 우주 속의 지구를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우리는 어디에 있을까?'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라는 질문이 생겨나게 되는 것이었다. 2억2,800만 년 전부터 6,000만 년 전까지 지구는 아주 오랜 시간 공룡의 시대였는데, 공룡이 모두 멸종하고 인류가 시작된 것은 300만 년 전이라고 한다. 기원전 6,500년 전부터 시작된 세계 문명의 역사는 지금까지 1만년이 채 되지 않는다. 지구의 역사 속에서도 인간의 역사는 참으로 작디 작은데 137억 년 전에 빅뱅으로 시작되었다는 우주의 역사 속에서는 더욱 작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그 우주 속에서 어딘가 다른 생명체가 있을 지도 모르지만, 아직까지 밝혀진 유일한 생명체인 인간 한 명 한 명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오늘 내가 아둥바둥하는 문제들이, 머릿 속을 가득 메운 생각과 압력들이 우주의 관점에서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었다. 우쭐해지고 내 자신이 대단한 사람처럼 느껴지다가도 우주의 관점에서 보면 나는 극히 작은 부분일 뿐이었다. 우주를 생각하면 비워지고 내려놓게 되고 편안해 지는 것 같았다.
 
우주 속의 나, 우주에서 살아 숨 쉬고 있는 나를 생각하면 때론 다정하게 때론 겸허하게 때론 담담하게 나 자신을 대할 수 있는 것 같다. 우주를 알아가는 과정은 신비롭고 흥미롭고 즐겁고 재미있다. 나를 알아가는 과정처럼 말이다.

 
 
[돌돌이의 우주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