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예술에 관하여
(21) 은유
2019-08-13 김현
〔인천in〕이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서유당’과 함께 어렵게만 느껴지던 동·서양의 고전 읽기에 도전합니다. 고전을 읽고 함께 대화하는 형식을 통해 고전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그 문턱을 넘습니다. ‘서유당’의 고전읽기모임인 ‘하이델베르크모임’에는 김경선(한국교육복지문화진흥재단인천지부장), 김일형(번역가), 김현(사회복지사), 최윤지(도서편집자), 서정혜(의류디자이너)등 각기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고전읽기 연재는 대화체로 서술하였는데요, ‘이스트체’ 효모의 일종으로 ‘고전을 대중에게 부풀린다’는 의미와 동시에 만나고 싶은 학자들의 이름을 따 왔습니다. 김현은 프로이드의 ‘이’, 최윤지는 마르크스의 ‘스’, 김일형은 칸트의 ‘트’, 김경선은 니체의 ‘체’, 서정혜는 프란시스 베이컨의 ‘베’라는 별칭으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시학 21장
“모든 명사는 일상어이거나 외래어이거나 은유이거나 수식어이거나 신어이거나 연장어이거나 단축어이거나 변형어이다. 일상어라 함은 한 나라에서 보통 사용되는 말을 의미하고 외래어라 함은 타 지방에서 사용되는 말을 의미한다. 은유는 한 사물에게 다른 사물의 이름을 부여하는 것이며 신어란 시인 자신이 만든 것을 의미한다. 연장어란 원래의 단모음을 장모음으로 하였거나 혹은 추가로 음절을 삽입한 말을 의미한다. 단축어란 그 일부분을 상실한 말을 의미하고 변형어란 시인이 어떤 말의 일부분은 그대로 남겨 두고 다른 부분을 조작한 말을 의미한다.” 137~141쪽
체: 오늘은 명사에 관한 얘기네요. 일상어, 외래어 지금도 통용되는 분류인데 갑자기 비유법중 하나인 ‘은유metaphor’가 등장하는 것이 낯설지 않나요?
스: 은유에 대한 설명도 아주 길게 되어 있는데 우리가 알기로 은유는 ‘내 마음은 호수요’에서 내 마음이 원관념이고 호수가 보조 관념으로 표현되는 걸로 알고 있어요.
트: 여기서는 유에서 종으로, 종에서 유로, 종에서 종으로, 유추에 의한 것을 ‘은유’라고 하고 있어요.
베: 갑자기 국어 문법시간이 된 것 같아요. 은유를 이렇게 배운 기억은 없었던 것 같아요.
스: 은유를 생물시간에 배운 것처럼 유와 종의 개념으로 설명하는 부분이 어렵지만 인상적이네요.
베: 명사와 서술어의 범주 개념으로 큰 범위를 유라 하고 작은 범위를 종으로 놓고 문장을 만드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는 것 같아요.
체: 비유법의 일환으로 직유와 은유, 환유와 제유가 짝을 이루며 설명되는 것을 보면 직유는 직접적으로 비유하는 것이고 은유는 간접적인 경우이며 환유는 전체와 부분의 관계에서 발생하고 제유는 집합과 원소의 관계에서 생겨난다고 합니다.
스: 은유와 직유까지는 이해되는데 환유와 제유는 낯설어요.
트: 고대 어법의 분류는 누가 했는지 새삼 궁금해집니다.
베: 명사의 종류와 범주를 논하면서 복잡한 언어놀이를 즐기는 것 같아요.
체: 놀이하는 인간이라는 ‘호모 루덴스’는 분명 언어놀이를 하고도 남지 않았을까 합니다.
출처: 교보문고, 요한 하위징아(Johan Huizinga, 1872 ~ 1945. 네덜란드 철학자, 역사가)의 저서 <호모루덴스(homo ludens)>에서 '놀이하는 인간', 언어도 놀이의 일부이다.
트: 지난번에 얘기한 귀족들의 언어표현 중에 ‘개와 늑대의 시간’ 같은 거 말이죠.
출처: 제주 색달동에서 직접찍은 개와 늑대의 시간, 해질녘
체: ‘해질녘’을 그들만의 표현법으로 개인지 늑대인지 분간하기 힘든 시간이란 뜻으로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고 언어놀이를 했던 걸 보면 인간이라는 종은 확실히 ‘호모루덴스’ 맞는 것 같아요.
이: 재밌는 일러스트를 소개해 드리고 싶어요. 요즘 우리 모습 같지 않나요? 우울증으로 시달려 있는 모습을 '평탄한 배터리'라고 그린 모습이예요.
출처: Free therapy techniques from Uncommon Knowledge, '평탄한 배터리'는 우울증의 한 측면에 대한 놀라운 정도로 정확한 비유다. A 'flat battery' is a surprisingly accurate metaphor for one aspect of depression.
체: ‘만드는 것에 관하여’라는 뜻을 가진 시학은 언어로 표현하는 방법론을 제시함으로써 영감이라는 환상상적인 언어의 요소를 법칙이라는 제작기술로의 가능성을 열어준 텍스트라고 볼 수 있어요.
베: 명사가 가리키는 대상의 구체성을 넘어 언어가 만들어 내는 관념과 추상적 이미지의 묘사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규칙적이고 체계적인 설명과 분류로 인해 뭔가 언어제작술을 가르쳐 주고 있는 것 같아요.
스: 언어놀이도 규칙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본다면 시학은 분명 그 규칙을 정립해 주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복잡해서 문제지만요.
체: 좁은 의미로써 ‘시’는 전형적인 언어놀이이자 언어예술이며 미학의 한 분야로 정착되어 있지만 미학사에서 언어예술은 예술의 범주로 편입된 지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고 하네요.
트: 그리스로마 문화의 영향권에 있었던 대다수의 유럽과 달리 늦은 통일을 이룩한 독일은 문화적 콤플렉스를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그리스로마문화의 철학적 재정립을 탁월하게 함으로써 언어예술을 미학의 한 영역으로 자리잡게 한 점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의 영향이 컸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스: 동양권에서는 일본이 개념정립이라든가 철학적 재해석을 잘 하는 걸 보면 독일과 일본 두 나라 모두 제조업 강국이라는 점이 인문사회과학에서도 적용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베: 일본과 독일 두 나라 모두 전범국가라는 공통점도 있어요. 반성하는 면에서는 큰 차이가 있긴 하지만.
체: 명사의 분류보다는 은유에 초점을 둔 이번 논의는 언어예술로써의 시, 언어제작술의 기본 규칙을 알려주는 시학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마지막까지 좀 더 힘을 내서 나가 보도록 해요.
정리: 이
참고문헌:
아리스토텔레스, 손명현역(2009), 시학, 고려대학교출판부.
아리스토텔레스, 천병희역(2017), 수사학/시학, 도서출판 숲.
Aristoteles, Manfred Fuhrmann(1982), Poetik, Griechisch/Deutsch, Philipp Recl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