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확진자입니다" - 이웃 걱정에 스스로 동선 알린 중구 확진자
인천 중구 중산동 사는 30대 남성, 미국 다녀온 뒤 25일 밤 확진 확진 통보 받고 방역당국보다 먼저 지역 맘카페에 이동동선 상세히 알려 방역 수칙도 철저히 지켜 - 이웃 주민들 쾌유 응원 댓글 '봇물'
인천에서 연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 확진자가 "주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자발적으로 보건당국보다 빨리 이동동선을 공개해 시민들의 쾌유 응원이 쏟아지고 있다.
중구 영종국제도시 맘카페인 ‘영종국제도시 엄마들의 모임'에는 26일 새벽 ’중산동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인천국제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이동한 과정부터, 긴급출동 서비스, 엘리베이터, 자가격리, 입원 과정까지 상세한 내용이 적혀있다.
이 글의 주인공은 중구 중산동에 거주하는 30대 남성 A씨다. 항공사에서 근무하는 그는 지난 14일부터 25일까지 업무차 미국을 다녀온 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A씨는 이후 25일 오후 10시 확진 판정을 받고, 다음날 오전 2시 인하대병원으로 이송됐다. 이후 인천시와 중구청 등 방역 당국이 오전 9시 A씨의 확진 소식을 전했다.
A씨는 이송되기 1시간여 전인 오전 12시41분 해당 글을 남겼다. 확진자 발생으로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질 것을 우려해 방역 당국 발표보다 먼저 자신의 이동동선을 공개한 것이었다.
해당 글에 따르면 A씨는 이날 입국한 뒤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면서 새로 구입한 KF94 마스크를 착용했다. 중간에 새니타이저(손소독제)로 소독하기도 했다.
집으로 도착해선 지하 주차장을 들러 긴급출동을 통해 방전된 차량을 충전했다. 차량을 충전하는 동안에는 차량에만 있었고, 출동 기사와도 거리두기를 유지했다.
집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는 혼자 탔고, 집에서도 가족들과 다른 방, 화장실을 사용했다. 2시간 뒤 미열과 후두염 등 증상이 나타나 집을 나설 땐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했다. 검사를 받고 온 뒤에는 다른 방에서 마스크를 낀 채 가족들과 접촉을 피했다.
A씨의 확진 판정 이후 부인과 자녀들은 오전 1시께 마스크와 일회용 장갑을 낀 채 계단을 이용해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았고, 결과는 음성으로 나왔다.
A씨의 가족은 접촉이 전혀 없어 밀접 접촉자가 아닌 일상 접촉자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가족들은 혹시 모를 감염을 우려해 최대한 자가격리를 하기로 했다.
A씨는 이웃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재차 표현했다. 그는 ”주민들께 걱정을 끼쳐드려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원래 인터넷에 글을 잘 안 쓰지만 주민들의 두려움을 일부라도 해소하기 위해 글을 썼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해당 글을 읽은 이웃 주민들은 그의 확진 소식에 빠른 쾌유를 빌기도 하고, 일부는 직접 글을 써준 것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 글에는 이날 오후 4시 기준으로 260개의 응원 댓글이 달렸다.
영종 하늘도시에 거주하는 서민정(40)씨는 "최근 구읍뱃터 한 호텔에 자가격리 시설이 지정돼 영종 주민들이 심란한 상황이었는데, 방역 당국보다 더 확실한 동선을 기재해 준 주민 덕분에 너무 안심이 되고 감사하다"며 "앞으로 빠르게 쾌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들도 ’정말 누구보다도 본인도 얼마나 놀라고 가족들도 얼마나 걱정했을까. 이렇게 용기 내 줘서 고맙다‘, ’힘내고 건강 빨리 회복하길 바란다. 가족들도 힘내길 바란다‘, ’글을 읽는데 눈물이 났다. 빠르게 회복하길 기도하겠다‘, ’모든 사람들이 님만 같다면 코로나19가 금방 끝날 것 같다‘, '이렇게 써준 글을 보니까 안심이 된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