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경제교육
[미술치료 가족의 세상살이] (109) 할머니의 육아 이야기 - 은옥주 / 공감심리상담연구소 소장
"할머니가 돈을 엄청 많이 줬어요."
손자는 외가에 올 때마다 내 책상 위에 놓인 투명한 저금통 안에 동전이 잘 있는지 확인해 본다. 5살 때 설날 평소에 모아둔 100원 ,500원짜리 동전을 세뱃돈으로 주었더니 신사임당이나 세종대왕보다 더 큰 감동을 받는 것 같았다.
돈을 바닥에 쏟아 놓고 입이 귀에 걸려 눈을 반짝였다.
"우와 할머니 이렇게 돈을 많이 모았어요! 엄청 많다. 우와!"
그날 동전으로 시장 놀이를 했다. 냉장고를 뒤져 과일과 야채를 꺼내고 학용품하고 장난감을 바닥에 펴서 시장 판을 만들었다. 그리고 온 식구가 가게 주인이 되고 손님이 되어 물건을 사고팔았다.
"이거 사세요 싸게 드릴게요."
"이거 너무 비싸요. 조금 싸게 해 주세요."
"아이고 이건 많이 사니까 덤으로 드릴게요."
동전은 참 요긴하게 돈의 개념을 알게 해 주었다.
손자와 처음으로 슈퍼에 갔을 때 생각이 났다. 아이가 좋아하는 우유과자와 요구르트를 골라 왔다. 내가 그것을 받아 계산대에 올리자 아이는 얼굴이 사색이 되어 발을 동동 구르며 울었다. 다 빼앗겨버린 줄 알고 우는 아이를 겨우 달랬다. 계산대에서 카드를 쓰윽 긁은 후 봉지에 담아 주니까 그제야 안심을 했다. 그 다음부터는 "싸인! 싸인!" 하며 자기가 꼭 싸인을 하고 싶어 했다. 사인을 해야 과자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런데 카드만 사용하면 돈에 대한 개념이 안 생길 것 같았다. 그래서 가능하면 동전이나 천 원짜리를 가지고 간식을 사려고 노력했다. 동전을 넣으면 자동판매기에서 "덜커덩" 하고 음료수가 떨어지는 것이 무척 신기한 모양이었다. 또 놀이 까페에 가면 탁구 게임이나 농구 게임도 1,000원을 넣어서 할 수 있기 때문에 천 원짜리도 아주 좋아하게 되었다.
일곱 살이 된 손자는 저금통을 들여다보고 얼마나 돈이 많이 모였는지 점검을한다. 그것을 자기에게 언제 줄 건지 묻기도 한다.
"할머니, 왜 백 원짜리만 모아요? 500원짜리는 왜 조금만 있어요?"
아이가 어느새 100원 보다 500원이 더 쓸모가 있다는 걸 알아차리게 되었다. 동네 친구들에게 할머니가 돈을 아주 많이 주어서 은행에 다 맡겨 놓았다고 자랑을 하고 다닌다고 했다.
돈의 유용성을 알게 됐으니 이제부터 경제교육을 시켜야 할 시점에 온 것 같다. 과자를 살 때도 한 개만 선택하거나 다 가질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해 주고 이해시키는 실생활 중심의 체험교육이 효과적일 것 같다.
아이들은 부모의 경제관념이나 습관, 태도, 경제 행동에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 어린 시절의 경제 습관이 평생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좋은 소비를 하고 절제 습관을 익혀서 돈의 역할과 소중함을 알게 하고 경제생활을 현명하게 할 수 있는 아이로 잘 키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