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력발전은 삶의 터전을 망가트릴 뿐'
[무너지는 지역 환경]④ 강화·인천만 조력발전소 건설
2010-02-18 김도연
취재:김도연 기자
요즘 강화(江華) 지역이 아주 시끄럽다. 강화조력과 인천만조력 등 동시에 두 개의 조력발전소 건설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강화(江華) 지역이 아주 시끄럽다. 강화조력과 인천만조력 등 동시에 두 개의 조력발전소 건설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지역의 환경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조력발전의 환경성 문제 등을 제기하며 "건설은 안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강화지역 주민들은 지역개발과 생존권 문제 등의 이유로 찬반양론으로 갈려 있다. 하지만 점차 반대 여론이 높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강화조력과 인천만조력은 과연 어떤 것일까?
조력발전(潮力發電)이란 쉽게 말해 바다의 밀물과 썰물의 차이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 설비이다. 조석현상으로 인해 해수면의 높이에 차이가 생기게 되고, 이로 인한 위치에너지의 차이를 전력으로 변환하는 발전 방식이다.
그렇다면 조력발전이 왜 반대에 부딪칠까?
강화도와 교동도, 석모도를 잇는 강화조력발전소(예정)
조력발전은 삶의 터전을 망친다
강화도와 경기 김포, 파주, 고양, 연천 등 지역의 17개 어촌계 어민들은 "조력발전소가 들어설 경우 어족자원이 고갈돼 생계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또 환경단체에선 조력발전 자체가 갖고 있는 비환경적인 문제와 홍수 피해, 보호 습지 파괴 등을 지적하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경인북부지역 어민대책위원회' 어민들은 4개의 조력댐 건설을 위한 물막이 공사나 해저 터 닦기 공사로 조류의 흐름이 바뀌고, 토목 공사 과정에서 배출되는 토사로 부유물질이 증가해 강화 앞바다는 물론 경기만 일대와 한강, 임진강 유역의 어장 등도 파괴될 것을 우려한다.
어장의 파괴는 결국 어족 자원의 고갈로 이어지고, 이는 곧 어패류를 잡아 생계를 잇고 있는 어민들에게는 가장 큰 위협 요소인 셈이다.
이에 대해 인천시 관계자는 "해수의 흐름을 완전히 막는 것이 아니라 수문을 통해 소통하는 만큼 예상되는 어장의 피해가 어민들이 걱정하는 수준은 아닐 것"이라며 "오히려 양식장 조성 등으로 새로운 수익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해양부 역시 조력댐 건설로 인한 어업 피해에 대해 "해수 상태가 현재와 비교해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측한다"며 "고부가가치 양식장과 바다목장 등의 조성을 통해 어업 소득 증대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어민들의 입장은 다르다.
지금처럼 물의 흐름이 매일 매시 조금씩 바뀌는 것이 아니라, 발전을 위해서는 일정 시간동안 갇혀 있다 한꺼번에 방류되는 것이므로 조류 흐름의 변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는 주장이다.
또 내륙에서 바다로 흐르는 담수의 흐름도 강화 조력댐이 건설될 예정인 강화도 서쪽과 석모도 사이의 수로를 통한 흐름이 가장 많은데, 이곳을 막아 버리면 조류 자체의 흐름이 바뀌는 것은 당연하다는 지적이다.
인천환경운동연합과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지역의 시민사회단체들은 환경 변화 문제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강화도 남단과 장봉도 영종도를 잇는 인천만조력발전소(예정)
조력발전소 건설은 갯벌 생태계 파괴
우선 조력댐의 건설로 인천의 대표적 환경 자원인 갯벌이 없어지는 것을 걱정한다. 인천만조력발전소가 건설될(예정) 장봉도에는 우리나라 습지보호지역 가운데 가장 넓은 갯벌(68.4㎢)이 있고, 강화 남단 역시 강화도에서 갯벌생태계가 제일 양호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지역 환경단체와 어민대책위 등에 따르면 강화조력과 인천만 조력댐 건설로 파괴가 예상되는 갯벌은 각각 15.6㎢와 22.2㎢에 이를 전망이다.
이에 대해 인천시 관계자는 "실제 감소하는 갯벌 면적은 어민들이나 환경단체 등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많지 않을 것"이라며 "예상 감소 면적은 7㎢ 정도에 이를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해양부는 "사전 조사 단계에서부터 환경 전문가를 참여시켜 갯벌침식 면적 최소화, 대체습지 및 갈대숲 조성 등 친환경 모델을 마련하겠다"며 "갯벌 면적이 기존의 80% 이상 유지될 수 있도록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어민대책위와 환경단체 등에서는 이런 주장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바다에 방조제를 설치해 물을 막으면 조류가 변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해저 지형에도 변화가 오는데, 어떻게 갯벌이 유지될 수 있느냐는 얘기다.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한강과 임진강 하구의 범람도 예상되는 피해 가운데 하나로, 이에 대한 어민대책위와 환경단체의 주장과 인천시의 주장은 엇갈린다.
어민대책위에 따르면 홍수기 때 담수가 내려가는 해수로는 석모수로, 교동수로, 염화수로, 강화북수로 등 네 곳이다. 이 가운데 염화수로로 빠져나가는 해수의 양은 많지 않으며 대부분 석모수로와 강화북수로 빠져나간다. 그 가운데에서도 석모수로는 해저면이 낮아 강화북수로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수량이 빠져나간다.
그런데 강화조력발전소를 건설하면 석모수로가 막혀 홍수기 때 급작스런 수량 증가로 해수면이 상승해 홍수 피해가 예상된다고 한다.
실례로 지난 2008년 인천지역환경기술개발센터가 실시한 시뮬레이션 결과, 강화조력발전소가 건설될 경우 홍수기 때의 해수면 상승이 최고 68㎝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이와 관련해 인천시 관계자는 "시뮬레이션 결과 해수면이 오히려 28㎝ 하락하는 것으로 나왔다"고 주장했다. 어민대책위와 환경단체 등의 얘기와 사뭇 다른 부분이다.
조력발전소가 들어서면 예상되는 피해들.
과연 어떤 주장이 맞는가?
이러한 의문 때문에 어민대책위와 환경단체 및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전면 재검토를 요구한다. 충분히 예상되는 해양 환경 변화와 이로 인한 어장 변화, 갯벌 침식 등에 대해 모든 사람들이 납득할 만한 기관을 통해 정확한 결과를 도출하자는 의견이다.
또 조력발전 자체의 필요성 여부도 따져보자는 지적이다. 방조제를 건설해 해양생태계의 변화를 가져오고 갯벌을 침식하는 것이 과연 친환경적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한 쪽에서는 피해를, 다른 한 쪽에서는 그 피해에 대한 반박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누구도 정확한 피해 예측을 할 수 없는 만큼,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에 대한 명확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 사업주체에서 조력발전 건설을 강행할 경우 어민들과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