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서 즐기는 단독 전시회, 어떠세요?
[작은책방, 그 너머의 기록] (44) 책이 아닌 문화를 파는 작은 책방들 - 김한솔이 / '출판 스튜디오 '쓰는 하루' 책방지기
사람들이 작은 책방을 찾는 매력은 무엇일까요? 대형 서점에 비해 도서 수량도 부족하고 위치도 외지고 공간이 작은데 말이죠. 아마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작은 책방에 찾아오는 이유는 바로 ‘책’만 팔지 않기 때문입니다. 작은 책방들은 책방지기의 고유한 생각에 맞춰 색깔을 달리합니다.
다양한 반려동물 도서와 동시에 실제 고양이를 만날 수 있는 서점도 있고, 여행자인 책방지기와 진한 여행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도 있습니다. 그림책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서점에서는 그림책 토크 등 다양한 행사도 운영합니다. <쓰는하루>가 글쓰기 수업을 하고 책 출간 수업을 하는 것처럼 말이죠. 이처럼 작은 책방들은 책을 기반으로 하는 ‘문화’를 소개하고 공유합니다.
서울에 가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전시회
<쓰는하루>에서는 아주 특별한 전시가 열립니다. 이름하여 ‘책방 옆 작은 미술관’. 두 달에 한 번씩 특색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작가님 또는 수작업 그림 작가님들을 초청해 단독 전시회를 열고 있습니다. 서울 일러스트 페어 또는 그림 전시회를 가고 싶으나 거리가 멀어 망설이고 계시는 이들을 위해 기획된 프로그램이랍니다. 가까운 동네에서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책방지기의 인맥과 홍보력을 총동원해, 2020년 1월 수채화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김져니’ 작가님을 시작으로 벌써 여덟 번의 단독 전시를 치러냈습니다. 책을 구입하지 않아도, 커피를 마시지 않아도 누구나 무료로 부담 없이 전시를 관람할 수 있어서 꾸준히 사랑받는 문화 프로그램입니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전시 라인업
단독 전시를 준비할 때 책방지기들이 고려하는 사항이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는 비슷한 화풍 또는 재료가 겹치지 않는 작가님을 초청할 것! 손그림으로 은은하게 그려낸 자연풍을 전시했다면 다음번에는 쨍한 컬러의 디지털 일러스트레이터 작품을 초청하고, ‘사람’ 또는 ‘자연’이 주제였다면 이번에는 ‘고양이’를 주제로 밸런스를 맞춰갑니다.
둘째는 계절감을 살릴 것! 뜨거운 여름에는 보기만 해도 시원한 파도와 청량한 풍경을, 쌀쌀해지는 겨울에는 핫초코와 어울리는 따뜻하고 포근한 작품을 선별합니다. 여행이 고픈 시기에는 특별히 이국적인 풍경을 담는 작가님에게 연락을 드리기도 합니다. 시즌성과 공감을 놓치지 않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올해 2월-3월 제이비 작가님의 전시가 끝나고 꽃이 피는 봄이 찾아오면, 화사하고 보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그림들로 바뀔 예정이랍니다. 이렇게 매번 <쓰는하루>의 분위기는 전시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합니다. 주기적으로 잊지 않고 방문해야 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하하.
마지막으로는 전시 굿즈를 구입할 수 있을 것! 단독 전시를 준비하는 작가님들에게 작품이 담긴 포스터와 엽서 시리즈 그리고 스티커 및 메모지 등 소정의 굿즈를 부탁드리고 있습니다. 일러스트 페어 또는 팝업 스토어에서 만날 수 있는 작가님들의 작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어서 손님들에게 아주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덕분에 아이의 손을 잡고 함께 구경하는 모자도 있고, 친구와 함께 멀리서 찾아오기도 하며, 커피 한 잔과 함께 혼자 느긋이 구경하는 분도 많답니다. 운이 좋다면 작가님의 친필 사인과 한정판 굿즈와 스티커 등 깜짝 선물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책을 좋아하지 않아도 작은 책방의 문을 열어주세요.
출판스튜디오 <쓰는하루>에서는 꾸준히 전시 문화를 이어가려 합니다. 책을 좋아하지 않아도, 독서를 즐기기 않아도 누구나 가볍게 책방을 찾을 수 있게 말이죠. 책을 너머 ‘창작’을 소비하고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랍니다. 그게 바로 작은 책방의 매력이자 강점이 아닐까요? 인천 내에도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작은 책방들이 많습니다. 요즘 걷기 좋은 볕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책을 사지 않아도 좋으니 작은 책방 투어 한 번 가보시는 건 어떨까요?
누구나 작가가 되는 곳, 출판스튜디오 <쓰는하루>
https://blog.naver.com/two_hs
@wrting_day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