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책방]이 추천하는 도서목록 (39)

《젓가락질 너는 자유다》 《딸기》 《엄마가 먹었던 음식을 내가 먹네》 《고양이 클럽과 왕친구들》 《소년원의 봄》

2021-04-16     작은책방 책방지기
인천in 기획연재 [작은 책방, 그 너머의 기록]의 필진이 추천하는 도서목록을 매주 소개합니다. 이번에 추천해주시는 분들은 필진 1기의 '나비날다책방' '딸기책방' '우공책방' '책방산책' '책방시점 ' 책방지기 5분입니다. 

 

◇ 책방시점 추천도서 : 《젓가락질 너는 자유다》, 조한별, 휴머니스트

예절이라는 이유로, 보기 좋지 않다는 이유로 우리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요구받은 경험이 많습니다. '그런데 누가 언제부터 그렇게 하라고 했을까?' 하는 의문은 뒤로 숨긴 채 고분고분 말을 참 잘 듣고 살진 않았나요? 따지고 보면 전통과 법도는 허상일 뿐이고, 다름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우리의 폐쇄적인 관념은 아직도 뿌리 깊게 박혀 있는 듯 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참 반갑고 재미있습니다. 까짓 젓가락질 마음대로 하면 어때?를 넘어서 우리의 허상을 시원하게 깨주는 팩트 체크도 빼놓지 않거든요. 야구 선수도 모두 자기만의 폼이 있듯, 밥 먹을 때도 자기만의 폼으로 마음대로 밥 먹게 내버려두는 관대한 사회를 꿈 꾸며 이 책을 추천합니다.

 

◇ 딸기책방 추천도서 : 《딸기》, 이라이 마키 지음, 엄혜숙 옮김

지난 겨울은 유난히 별이 많았습니다. 아름다운 밤하늘을 올려볼 때마다 우리 사는 별과 우리 자신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문득문득 떠올렸습니다. 책은 한 알의 딸기가 얼마나 큰 우주인지 보여 줍니다. 책을 보고 나니 딸기 한 알을 삼키는 마음이 얼마나 황송한지... 그 큰 우주를 꿀꺽 삼키는 우린 또 얼마나 거대한 존재인지... 어, 그래서 예쁘고 새콤달콤한 딸기에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냠!

 

◇ 나비날다책방 추천도서 : 《엄마가 먹었던 음식을 내가 먹네》, 홍명진, 걷는사람

숨비소리의 저자 홍명진 작가의 산문집이다. 제주에서 태어나 영덕에서 자란 저자가 평생 물질하며 살아온 어머니와 그 가족들을 음식을 통해 추억하고 있다. 책을 읽는 동안 ‘그립다’는 단어가 몽글몽글 피어오른다. 온갖 다양한 음식들 속에는 그리움이 가득하다. 열두 가지 맛을 내는 곱새기 고기, 남들이 잘 먹지 않는 미역귀에는 노동의 삶과 함께 가난의 냄새가 짙게 배어있다.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참도박, 군소 같은 바닷마을 음식인데도 저자의 추억을 들여다보며 그 맛을 그리워하는 묘한 경험을 하게 된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그리움과 사랑을 꺼내 먹는 것이지 싶다. 꼭꼭, 천천히 곱씹어 먹기를 추천한다.

 

◇ 우공책방 추천도서 : 《고양이 클럽과 왕친구들》, 박윤선 지음, 딸기책방

만화책을 좋아하시나요? 이 책을 읽으면서 아주 어릴 때 만화책을 보던 때가 생각났습니다. 동네에 있는 허름한 만화책방에서 만화책을 잔뜩 빌려와 따뜻한 방바닥을 뒹굴거리면서 읽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죠. 그러고 보면 만화책은 누구나 무장해제시키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박윤선 작가가 《우당탕탕 고양이 클럽》에 이어 3년 만에 선보이는 이 책은 또다시 어린이와 어른에게 사랑받을 것 같습니다. 1권이 ‘우당탕탕’ 제목답게 무척 재미있었던 것처럼, 2권도 ‘고양이 클럽과 왕친구들’이 날마다 어떤 일로 시끌벅적하고 소란스럽고 흥미진진합니다. 따스한 봄볕 아래서 모두 만화나들이를 떠나볼까요?

 

◇ 책방산책 추천도서 : 《소년원의 봄》, 조호진 시집, 삼인

시인이 만난 소년들은 ‘학교 밖 청소년’들이다. 제도권이 붙인 이름 ‘학교 밖 청소년’은 틀린 말이다. 학교 밖 아이들이란 말로 표현하기 힘든, 스스로 학교를 나오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나오기도 해야 하는 아이들도 있다. 사회가 등진 이들의 정확한 이름은 ‘세상 밖 청소년’이다. 불우한 가정은 해체됐고 각자도생의 정글에서 양육과 돌봄을 받지 못한 채 비행의 늪에 빠진 소년들은 보호관찰소와 소년원 등에 이르게 된다. 이야기 속 주인공은 연쇄방화로 구속된 소년, 일진 출신의 밴드 리드보컬, 소년원 출신 미혼모 가정, 소년원 출신의 선교사와 석사가 된 청년 등이다. 시인이 소년원에서 만난 소년의 십중팔구는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들이다. 면회 올 부모조차 없는 소년원생에게도 봄은 오지만 그건 봄이 아니다. 이주민과 소년범 만나는 일을 해온 시인은 이 시집으로 보호자가 없거나 오갈 곳이 없는 청소년들의 일터이자 심리치료 등을 진행하는 사회적기업 <소년희망공장> 토대를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