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가을이 아쉽다구요? 인천대공원 단풍 장관이에요

[포토에세이] 인천대공원, 장수동 은행나무의 가을

2021-11-18     전갑남 시민기자

흔히 입동이 지난 후부터 겨울 문턱에 들어섰다고 말한다. 아침 저녁으로 찬 기운에 비교적 두터운 옷을 입을 때다. 그래도 아직 한낮은 활동하기 괜찮다. 초겨울보다는 늦가을이라 하는 게 좋을 듯싶다.

길 닿는 곳마다, 발길 머무는 곳마다 가을은 농익었다. 아름다운 이 가을, 우리 곁에 좀 더 머물렀으면 좋겠다. 오늘 같은 가을은 또 일 년을 기다려야 하지 않은가!

 

인천
인천

 

지난 15(). 아침부터 날이 포근하다. 소풍이라도 가면 좋을 날이다. 인천대공원의 가을은 어떨까? 작년 이맘때 예쁘게 물든 단풍이 생각나 길을 나섰다.

어느새 벚나무는 앙상한 나목이 되어가고 있다. 낙엽 지는 운치 있는 가을! 평일인데도 삼삼오오 사람들의 발길이 많다.

대공원 뒷산을 곱게 물들인 단풍은 아름다움을 잃지 않았다. 함께 한 일행이 길을 안내한다.

"어린이 동물원을 시작점으로 관모산에 오르자고! 아마 남아있는 가을을 만끽할 수 있을 거야!"

도심 가까이에 가을을 수놓은 아름다운 공원이 있다니! '무장애나눔길'로 들어서자 한 걸음 한 걸음 뗄 때마다 늦가을의 정취가 화보처럼 펼쳐진다. 측백나뭇과에 해당하는 쭉쭉 뻗은 메타세쿼이아의 단풍이 우람한 멋을 더한다. 때때옷을 갈아입은 붉은 단풍나무는 자신의 존재감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노란 은행잎은 숨길 수 없는 자태를 자랑한다.

 

관모산
관모산

자기들만의 색깔을 간직한 숲속의 나무가 한데 어울려 형형색색 조화를 이루고 있다. 아름다운 풍광을 놓치지 않으려는 사진작가들이 분주하다.

"도심을 향해 내 품는 단풍! 가히 절경이네. 저 단풍 숲속으로 스며드는 햇살 좀 보라구!"
"단풍 명소가 따로 있남? 여기도 그에 못지않네!"
"오늘 작품 하나 나오겠구먼!"
"단풍 사진은 역광으로 찍어야 더 예쁘게 나오는 거 알지?"
 
단풍이 깃든 숲에 형언할 수 없는 부챗살 같은 햇살이 쏟아진다. 사진작가들의 마음을 홀리기에 충분하다.
 
 
한
떨어진

 

관모산에 오르는 길 내내 눈이 호강을 한다. 나무에 붙어있는 단풍은 물론, 땅을 덮은 낙엽은 이불처럼 따스함이 느껴진다. 눈을 돌릴 때마다 그림 같은 풍경에 넋을 잃는다.

해발 162m의 나지막한 관모산. 어린이동물원에서 정상까지 오르는 계단이 1330개라 한다. 어느새 겨드랑이에 촉촉한 온기가 느껴진다.

'치유의 숲길'이라는 이름이 딱 어울린다. 꾸불꾸불 산길을 걷고 또 걷고! 잡념이나 마음속 쌓인 응어리도 저절로 떨칠 것 같다. 어디서 들려오는 산새들 목소리가 힘을 보탠다.

 

관모산

 

단풍 터널을 지나 이마에 땀이 맺힐 즈음 이정표가 나왔다. 마지막 계단을 오르니 정상이다. 하늘이 눈앞에 나타나고, 정자 지붕이 반갑다.

옛 관리의 모자 관모(冠帽)가 연상되는 작고 아담한 표지석이 인상적이다. 나지막한 산인데도 앞이 확 트인 전경은 최고의 선물. 파란 하늘 아래 펼쳐진 호수는 보석처럼 빛난다. 늘 보아온 아파트 숲도 여기선 새롭게 느껴진다.

"! 이제 내려가자구. 여기서 가까운 곳에 가을 선물이 하나 더 남았어!"
"그래? 난 이미 눈에 다 넣었는데, 또 있다고?"
 
일행이 내 손을 잡아끌며 만의골로 향한다. 그곳엔 의연하게 서 있는 장수동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어 장관이라고 한다.
 
 
인천대공원의

 

관모산 정상에서 가파른 계단을 따라 내려오니 인천대공원 동문 쪽인 만의골이 가깝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노랗게 물든 우람한 은행나무가 우리를 반긴다. 수령이 무려 800년으로 추정되는 나무는 군데군데 지주목을 받쳐놓기는 했지만, 건강한 모습으로 버티고 있다.

거대한 나무에서 뿜어나오는 기세에다 곱게 물든 노랑 빛 단풍을 바라만 보아도 탄성이 절로 나온다.

천연기념물
떨어진
은행나무가

 

인천 남동구 장수동 은행나무는 올해 천연기념물 제562호로 지정되었다. 높이 30m, 둘레 8.6m의 거목이다. 5개 가지가 균형을 이뤄 확장하여 수형 자체가 아름답다.

한 그루 나무가 빚어낸 노란 단풍에 눈이 부시다. 어디서 불어오는 바람일까? 이파리가 한잎 두잎 소리 없이 떨어진다. 새봄을 준비하는 몸짓에 떨어진 노랑 잎들이 융단을 깔아놓은 듯 찬란하다.

늦가을의 정취를 만끽한 일행이 소감 한마디 한다.

"! 떨어지는 낙엽을 보니 가을을 붙잡고 싶네그려. 기분 좋은 소풍이었어!"

나도 달아나는 가을이 아쉬워 쓴 시 <소풍>을 소리내어 읊어본다.

 

가는

 

소풍 / 자작시

소풍 가기 좋은 날이다.
 
죽는 날까지도 정신줄 놓지 않고
오늘을 소풍 가듯
나 하늘나라로 가고 싶다.
 
꿈결 하늘나라에서 어머니를 만났다.
어머니는
더 놀다 오지 벌써 왔냐?
여긴 소풍이 없어야!
 
가는 늦은 가을
더 늦기 전
나 소풍을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