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부터 송도 국제도시가 아닌, 송도 글로벌도시로 부르자

[인천칼럼] 김천권 / 인하대학교 명예교수, 인천학회 고문

2022-01-01     김천권
인천

 

인천은 그동안 서울의 배후도시, 항만도시, 공업도시로 이미지를 떠 올렸다. 그러다가 인천국제공항이 들어서며 인천의 지형변화를 가져와 송도, 영종, 청라에 국제도시가 조성되었다. 사실 송도 경제자유구역은 처음에는 분당, 일산과 같은 신도시로 조성하려 하였는데, 당초 계획을 수정하여 글로벌 도시로 목표를 바꾸었고, 중앙정부의 세계화 정책과 맞물려 경제자유구역으로 조성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인천 경제자유구역이 설정되면서 송도, 영종 그리고 청라지역은 세계화시대에 글로벌과 대면을 위한 선도 지역으로 조성목표를 가지고 국제도시를 표방하며 개발 중에 있다. 그래서 송도, 영종, 청라지역은 국제도시라는 꼬리표가 항상 따라다니고 있다.

인천시가 지난 12월 27일 공표한 내용에서도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 지난 12월 23일 송도국제도시 G타워에서 인천경제자유구역(IFEZ) 스마트시티 추진전략 수립 최종 보고회를 개최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그런데 국제도시는 사실 글로벌·지방화시대에 적합한 용어가 아니다. 아직도 일반에서는 ‘국제’와 ‘글로벌’ 용어가 혼용되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인천시는 아직도 두 용어 사이의 큰 차이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듯하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두 용어의 차이를 확실히 정리해 보도록 하자.

먼저 ‘국제’라는 용어는 국가가 행위의 주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인터(inter)-내셔널(national)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국제’는 국가와 국가 사이의 관계를 표현한다. 그래서 ‘국제’ 용어는 국가가 행위의 주체로서 국가의 경계와 법령, 언어와 역사, 전통과 문화를 기반으로 국가와 국가 사이의 관계를 의미한다. 그래서 ‘국제간 협약’이라 하면 국가와 국가 사이에 체결된 협약을 의미하고, ‘국제사회’하면 국가를 기반으로 형성된 사회를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국제이벤트’하면 국가를 기반으로 행사가 진행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올림픽 같은 행사는 국가를 기반으로 국가대표들이 출전하는 스포츠 행사이기 때문에 ‘국제적 이벤트’라고 부른다.

다음으로 ‘글로벌(global)’이라는 용어는 국가가 행위의 주체가 아니라 국가를 초월한 ‘초국가적(transnational)’ 활동을 의미할 때 사용되는 용어이다. ‘트랜스(trans)’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글로벌’ 의미에는 국가개념을 넘어선 활동이나 현상을 표현하고 있다. 예를 들면, 봉준호 감독이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칸 영화제’는 국가를 기반으로 한 영화제가 아니므로 ‘글로벌 이벤트’로 부른다. 그래서 봉준호 감독은 미국 매체와 인터뷰에서 "한국영화는 지난 20년 동안 큰 영향을 미쳤음에도 왜 단 한 작품도 오스카 후보에 오르지 못했냐"는 질문에 "오스카는 로컬(국내 시상식)이기 때문"이라는 멋진 답을 하였다. 즉,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오스카 작품상을 받기 전까지 오스카는 오직 미국 작품에만 관심을 가졌기 때문에 글로벌 영화제로 인정받을 수 없었다는 것을 비판하였는데, 어 이게 왠 일? 오스카가 봉 감독에게 제대로 낚였나? ‘기생충’에게 오스카 작품상을 수여함으로써 이제 로컬을 벗어나 글로벌 이벤트로 탈바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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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국제도시와 글로벌 도시의 차이를 좀 이해하셨는지? 국제도시는 국가가 주체가 되어 개발되는 도시라는 의미이고, 글로벌 도시를 국가의 범위를 넘어 세계와 상면하기 위한 도시라는 의미이다. 그래서 BTS를 글로벌 스타라고 표현하지 국제적 스타라고 부르지 않는다. 이것은 ‘세계화와 동시에 지방화’로 표현되는 현 시대는 정체성의 장소는 지방(도시)이며, 활동무대는 글로벌로 확대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세계화와 동시에 지방화’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세계는 직접 지방(도시)과 연결 및 소통을 하며, 종래에 경계로서 중간(완충)역할을 했던 국가라는 단위가 그 기능을 점차 상실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래서 서울, 부산 등 다른 대도시에서는 ‘국제’라는 용어를 거의 쓰지 않는데, 유독 인천에서만 아직도 이 용어가 자주 사용되고 있다.

이제 인천도 송도 국제도시, 청라 국제도시를 조성한다고 하지 말고, 송도 글로벌 도시, 영종 글로벌 도시를 추진한다는 표현으로 바꾸자. 이것은 단순히 이름만 바꾸는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제 인천이 중앙정부와 서울의 종속에서 탈피하여 글로벌과 직접 대면하는 새로운 이미지와 정체성, 브랜드와 DNA를 창출한다는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리고 송도, 영종, 청라 글로벌 도시에서 시작된 새로운 이미지와 브랜드 (변화)가 점차 인천 전체에 확산되어, 한국에서 글로벌 대면을 위한 선도도시 인천, 다가오는 동북아 시대에 글로벌 중심도시 인천을 만들기 위한 작업을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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