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는 없다!
[생태칼럼] 조강희 / 인천업사이클 에코센터장
자원순환과 관련하여 많이 언급된 표어는 3R이다. 쓰레기를 줄이는 Reduce!, 다른 용도로 재사용하는 Reuse!, 그리고 더 이상 재사용도 어려울 때 다시 원료로 가공하여 재활용하는 Recycle!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근본적으로 쓰레기의 배출을 제로로 하기 어려워 추가로 5R이 거론된다. 이것은 기존 3R에서 더 나아가 처음부터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소비를 줄이는 스스로 불필요한 상품구매를 거절하는 Reject!와 쓰레기를 자연으로 돌려보내 썩히는 Rot!다. 즉 쓰레기 문제를 단순히 배출된 결과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서, 처음부터 배출되지 않도록 생산과 소비에서부터 고려하자는 것이다.
또 다른 영역으로 업사이클(Upcycle)도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배출된 쓰레기를 다시 재사용(Reuse)하거나 재활용(Recycle)하는 것을 넘어서서 버려진 물건을 새롭게 디자인을 통해서 예술적으로나 환경적으로 가치가 높은 물건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업사이클링(Upcycling)이라고 한다. 즉, 기존의 가치를 높이는 Upgrade 와 원래 쓰임을 다한 것을 다시 활용하는 reCycle 이라는 단어를 합쳐서 Upcycle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 이를 한국어로는 새활용이라고 부른다.
인천업사이클에코센터는 이러한 새활용 즉 업사이클에 대한 교육과 홍보를 하는 인천의 유일한 전문 기관이다. 2016년에 개관하여 현재까지 자원순환에 대한 체험교육,나눔장터등 시민과 함께하는 다양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그리고 제로웨이스트 가게, 플라스틱 방앗간, 공유텀블러 사업, 소재은행 등 자원순환프로그램이 진행중이거나 계획되고 있다. 인천과 유사한 기관으로 서울시새활용센터는 쓰다 버려지는 제품을 다양한 소재로 이용하여 업사이클 제품을 만드는데 적극적이다. 수십개의 스마트업 기업이 입주하여 제품을 만들고 판매할 수 있도록 공간을 지원하고 있다. 광명에 위치한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는 폐기물을 소재로 하여 예술작품을 만드는 작가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매년 업사이클아트 공모전을 하고 작품을 상시 전시하고 있다. 대구에 위치한 한국업사이클아트센터는 지역의 의류산업에서 배출되는 의류폐기물을 재활용하여 다양한 업사이클 패션사업을 지원한다. 이처럼 전국적으로 업사이클 운동은 대중화되고 있고, 기업과 연계하여 새로운 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2021년부터 시작된 코로나 19 사태는 그동안 폐기물 자원순환정책에 적신호를 주고 있다. 비대면 접촉이 일반화되면서 물품,음식 등 배달서비스가 확대되다보니 이 과정에서 일회용품의 사용 확대로 쓰레기 배출량이 급증하고 있다. 게다가 마스크 사용이 일상화되어 폐마스크의 경우 감염문제로 재활용은 엄두를 못내고 있는 실정이다. 플라스틱의 배출량 또한 심각하다. 플라스틱은 과거 우리의 생활에서 많은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석유정제과정의 제조과정에서 대규모 온실가스 배출이 불가피하고, 또한 미세플라스틱의 경우 육상과 해양 등 지구생태계를 오염시키고 있다.
물론 인천시와 미추홀구 등 지자체들은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적극적인 행정을 추진하고 있다. 일례로 공공청사 내 일회용 컵 사용이나 배달용기 반입 금지가 진행되고 있고, 사무실 내 개별 쓰레기통도 없애는 등 개인 생활패턴의 변화도 촉구하는 적극적인 자원순환 정책이 시행중이다. 최근에는 인천시 관내 장례식장에서도 일회용품 사용을 규제하기로 한 바 있다. 정부도 이러한 폐기물의 자원순환 개념을 알리기 위해 뒤집어도 똑같은 숫자인 9 와 6 을 상징적으로 이용하여 9월 6일을 자원순환의 날로 지정하고 매년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전국적으로 1인당 쓰레기 배출량은 줄고 있지 않다. 도리어 폐기물 처리방안에 따른 지자체간 갈등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고, 당장 수도권만 보더라도 인천에 소재하고 있는 수도권매립지의 종료 문제로 서울, 경기, 인천 사이의 해법이 난항을 겪고 있고, 인천시 관내에서도 신규 소각장 건설 위치를 두고 인천시와 기초지자체와의 갈등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특히 수도권의 육상쓰레기는 인천 서구의 수도권쓰레기 매립지로 모이고, 해양쓰레기는 한강을 거져 인천앞바다로 몰려들고 있다. 결과적으로 서울, 경기등 수도권 2,000만 시민이 배출한 쓰레기가 모두 인천에서 처리되고 있는 실정이다. 더 이상 인천이 수도권 시민의 쓰레기 처리장이 되지않도록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통해 거대한 전환이 요구되는 이유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위기는 환경을 넘어서서 사회 전 분야의 큰 화두가 된지 오래다. 특히 자원순환분야에서 탄소중립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고, 이제는 폐기물에 대한 새로운 관점의 변화가 절실하다. 그렇게보면 3R은 출발이었고, 이제 5R은 일상화되어야 하고, 업사이클은 산업전반으로 확산되어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가 기준이 되어야 할 중요한 관점은 쓰레기는 없다!라는 화두다. 쓰레기는 없다는 관점에서 생산, 유통, 소비 전 영역에서 쓰레기화 될 요인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것이고, 불가피하게 배출되는 쓰레기는 재활용 및 새활용을 통해 다시 활용하여 사용하거나 상품화하는 것이다. 2022년 기후위기 탄소중립의 시대에 더 이상 쓰레기, 폐기물이라는 단어가 사라지는 원년이 되도록 '쓰레기는 없다'라는 화두를 잡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