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라면 좋을까~, 안동포 마을
[인천 유람일기] (73) 서구 왕길동 안동포 - 유광식 / 시각예술 작가
2022-02-07 유광식
설 명절이 지났다. 이제야 진짜 2022년이라고 새해 인사를 다시금 나누기도 한다. 코로나19 3년 차를 맞는 지금, 각 나라는 스스로의 방역 주권을 내세우며 재기를 노리고 있다. 이제 노르웨이와 덴마크는 마스크를 벗는다. 한편 대선이 코앞인데 동계올림픽으로 시선이 다소 틀어질 것 같다. 강대국은 전쟁 준비 중이라 하고, 인류의 새로운 눈(제임스웹)은 우주 속으로 기대뿐 아니라 외로움 짊어지고 떠났다. 첨예하게 대립되는 국면에서 우리는 무엇보다도 투표권 행사에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될 것이다. 방역 사항을 매일매일 날씨와 더불어 챙겨보지만 정작 외출은 드물다. 지금의 생활이 곧 자연 방역이다.
오랜만의 외출, 분명 조용하지 않았을 조용한 장소에 가 보았다. 서구 검단의 안동포라는 자그마한 마을이다. 이름이 안동포라 신기했다. 일제강점기로 시간계단을 내려가니 인천의 해안선은 복잡했다. 매립의 역사에 기초하여 지금의 해안선이 구축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립 전의 안동포는 갯벌을 바로 앞에 마주한 해안가 마을이었다. 지금은 그 자리에 수도권제1매립지가 산이 되어 막아서고 있다. 각종 어류를 품던 바다가 쓰레기를 안고 쌓였다. 안동포 마을은 이제 어촌이라고 할 수도 없는, 그 기능이 사라진 채로 30년을 지나왔다. 그저 이름만 남아 그때의 이야기를 펄럭펄럭 할 따름이다. 정녕 어촌이 맞는지, 꿈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1990년대 초, 동아매립지 사업 여파로 안동포 마을을 둘러싼 지대가 쓰레기장으로 변했고 동네 앞은 쑥대밭이 되었다. 쓰레기 밭 꼭대기에는 골프장이 들어섰다. 현재 마을 인근엔 공장들이 난립하며, 안동포 마을은 안동권씨 집성촌이 있다는 인근 사월마을과 함께 주거환경 취약 지역이다. 과거 대흥염전이던 검단산업단지와 수도권쓰레기매립지, 검단신도시 아파트는 검단의 세 요소다. 마을 앞 매립지 주민체육공원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외마디가 딴 세상 같다. 겨울이라 논에는 얼음이 트랙터 바퀴 자국을 따라 남아 있고 농업용수 용도로 보이는 작은 둠벙에는 낚시꾼들이 슬며시 들러 간다. 낯선 자를 보면 짖는 강아지가 많다.
방치된 집도 있고 무너진 축사도 있으며, 반질반질한 집도 있다. 마을 중간에 자리한 용우물(지하수 오염 문제로 폐쇄)과 언제 영업을 접었을까 하는 해룡반점만이 이곳이 어촌이었다는 미약한 단서를 던진다. 마을은 윗동네(동아연립 45세대)와 아랫동네로 나뉜다. 원래 한 마을이었지만 산업도로 확장으로 2004년쯤 마을의 허리가 잘렸다. 안동포라는 이름이 그나마 남아 있어서 찾아올 수 있었지만 마을의 특성이 사라진 지 오래다. 안동포사거리가 있지만 마을이 남긴 자취가 사거리 이름 하나다. 자칫 내비게이션 목적지를 잘못 터치하면 경북으로 갈 수도 있다.
검단 지역은 지금도 대규모 주거시설이 건설 중이다. 이로 인해 조그마한 산들이 녹 푸른 외투를 벗고 자꾸만 빨개지고 있다. 도로에는 검은색과 SUV, 가격으로 무장한 자동차들이 늘어가고, 가팔라진 경사면 따라 날카로운 속도가 드리우고 있다. 따듯함을 표방하고 있지만 다소 시린 느낌이 없지 않다. 가현산 자락 아래로 터 기운 높은 산들이 많지만 모두 도로와 주거시설로 파헤쳐져 버렸다. 안동포 마을도 이런 개발 시대에 피해를 보았을 것이다. 어업의 말로는 물고기 감소가 아닌 개발 뒤통수였던 셈이다. 시린 마음이 컸던지 타고 온 자동차를 향해 돌아가는 논길 따라 손등이 매우 시렸다. 이쪽저쪽 격동의 생활이 올해도 예상된다. 꿈이 아닌 현실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