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찰청 "구월동 옛 롯데 인천점 부지 고층 주상복합 안돼"
긴급출동 장애 초래, 헬기 안전 위협, 보안사항 유출 및 인권침해 우려 "높이 135m의 42층 주상복합 신축, 시민안전과 직결돼 양해 어려워" 엘리오스 구월(주), 인천시에 '구월지구단위계획 변경 사전협상 제안'
인천경찰청이 인근에 고층 주상복합 건물이 들어서는 것을 공식 반대했다.
인천경찰청은 27일 보도자료를 내 옛 롯데백화점 인천점 부지에 고층 주상복합 건물(42층, 135m)을 신축하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반대 이유로 ▲최악의 교통정체 유발로 긴급출동에 심각한 장애 초래 ▲안전한 헬기 이착륙을 위한 일정한 고도제한 반드시 필요 ▲보안사항 유출 및 인권침해 방지를 들었다.
경찰은 사업자가 제공한 자료를 토대로 도로교통공단에서 3차에 걸쳐 주변에 미치는 교통영향을 분석한 결과 문화예술회관 사거리의 경우 평일 오후 6~7시 평균 지체도는 38.4초에서 140.4초로 4배 이상 늘어나 시민들의 교통불편 민원이 증가하는 것은 물론 긴급차량 출동에도 막대한 지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업자는 문화예술회관 사거리의 평일 오후 6~7시 평균 지체도가 38.4초에서 53.5초로 늘어난다고 예측했지만 도로교통공단 분석 결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경찰은 교통 혼잡상태를 8단계(A~FFF)로 구분한 ‘서비스 수준’으로 보면 이곳의 도로는 운전자가 인내하기 힘들 정도의 심한 지체를 의미하는 F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헬기 운행과 관련해서는 국토교통부의 비행장 주변 장애물 제한표면 기준(공항시설법 시행규칙 별표2)에 따라 옥상에 헬기장을 두고 있는 인천경찰청 반경 200m 내에는 높이 72.75m를 넘는 건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헬기 착륙장에 인접한 고층건물이 있을 경우 돌풍, 안개 등 위험 상황에서 안전을 담보할 수 없고 정지비행, 선회비행도 어렵다는 것이 경찰의 주장이다.
인천경찰청은 50m도 떨어지지 않은 근접 거리에 고층 건물이 들어서면 육안이나 촬영장비로 경찰청 시설물 전체와 내부까지 관찰할 수 있게 됨으로써 보안을 지킬 수 없게 되고 이는 지역 치안과 시민안전에 위협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촬영을 통해 피의자, 피해자, 사건관계인의 신원과 경찰에서 운영하는 비노출 차량번호 등 민감한 내용이 유출될 가능성도 있어 피해자 보호 및 원활한 수사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고 짚었다.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은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기관으로 언제나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평소에는 문제가 없더라도 비상상황에 문제가 있다면 그 점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긴급출동 지연 등은 시민안전과도 직결되는 만큼 청사 인근에 고층 건물이 들어서는 것을 섣부르게 양해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19년 옛 롯데백화점 인천점(남동구 구월동 1455번지, 부지면적 1만2,459㎡)을 인수한 엘리오스 구월(주)은 이곳에 판매시설(쇼핑센터)을 짓기로 했다가 인근 상인들의 반발에 부딪히자 층고 제한을 풀어 고층의 업무시설(오피스텔), 판매시설, 문화·집회시설을 갖춘 주상복합(주거복합건축물)을 건축하기 위해 인천시에 ‘도시계획변경 사전협상 제안서’를 제출했다.
제안서는 구월지구단위계획 중 높이를 3~15층 이하에서 가로구역별 건축물 높이(예술로 기준), 건축계획을 판매시설(쇼핑센터)에서 업무시설(오피스텔), 판매시설, 문화·집회시설로 각각 변경해 달라는 것으로 공공기여계획으로는 시의 ‘도시계획 변경 사전협상 운영기준’에 따라 ‘건축물 높이제한 완화로 인해 증가되는 환산 용적률의 60%에 해당하는 토지가치’를 제시했는데 약 240억원 규모다.
엘리오스 구월(주)은 도시계획 변경에 따른 공공기여를 문화예술회관 사거리~터미널사거리 간 650m 구간의 도로를 5~6차로에서 6~7차로로 넓히고 인근 중앙공원 활성화 사업비를 제공하는 등의 방식으로 부담할 예정이다.
이러한 엘리오스 구월(주)의 ‘도시계획 변경 사전협상 제안’은 지난 10일 시가 ‘남동구 구월동 1455번지 제안서(안)에 대한 주민 의견청취 공고·열람’한 가운데 인천경찰청이 공식적으로 반대하고 나서 향후 결과가 주목된다.
인천시민단체 관계자는 “구월동 롯대백화점 일대는 지난 1980년대 시행한 구월택지개발지구 내 상업지역으로 그동안 개별 건축물에 대한 교통영향평가를 거쳐 백화점, 터미널, 오피스 등 각종 상업용 건축물이 들어선 결과 이미 교통정체가 심각한 지역”이라며 “공공기여라는 명분으로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해 기존 계획보다 훨씬 높은 고층 건물이 들어서는 선례를 만든다면 이곳의 교통정체는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