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포용할 수 있는 문화정책을 위해

[청년이 설계하는 인천 문화](1) [인터뷰 - 인천의 연구자들①] 최영화 인천연구원 도시사회연구부 연구위원 글·사진 = 김현우 화수분제작소 대표

2022-09-01     김현우
인천in은 9월부터 11월까지 ‘청년이 설계하는 인천 문화’를 주제로 인천 문화예술 청년 8명의 인터뷰, 기고, 기사 등 다양한 글들을 싣습니다. 청년의 눈으로 인천문화의 현재, 가치, 정체성, 발전방향 등에 대해 알아보고 제언합니다.

 

최영화

 

- 간단한 자기소개를 먼저 부탁드립니다.

인천연구원 도시사회연구부에서 문화정책을 연구하고 있는 최영화 연구위원입니다. 반갑습니다. 이곳에 2016년 6월 1일에 처음 왔으니, 인천연구원에서 근무한 지는 올해로 만 7년 남짓 되었습니다. 저는 대학원에서 문화연구를 전공했어요. 그때 문화이론 수업들을 통해 문화 현실을 날카롭게 분석하고 비평하는 방법을 배웠지만, 실제 시민들이 생활 속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는 정책 연구가 더 도움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그러다 마침 제가 졸업하던 무렵에 지역문화정책의 중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어요. 전국의 연구원과 문화재단 등에서 연구인력을 많이 구하던 때라 바로 연구원으로 취직했죠. 실제로 인천연구원에서 일하면서 좋은 정책을 만드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걸 많이 깨달았어요.

 

- 인천연구원이 서구에 있다는 건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맞아요. 이곳이 시민분들이 자주 찾으시는 공간이 아니다 보니 아시는 분이 많지 않으세요. 연구원에서 발간하는 자료에 관심 있는 분들은 주로 홈페이지를 접속하시고요. 그래서 요즘은 인천연구원이 어떤 곳인지 시민들께 알려드리고자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어요. 인포그래픽 자료나 유튜브 영상도 만들고 시청이나 개항장 등에서 행사를 열기도 했어요.

 

- 인천연구원이라는 기관명을 들으면 인천의 모든 것을 연구하는 곳처럼 들려요. 인천연구원은 어떤 곳인가요?

원래 ‘인천발전연구원’이었다가 2018년 4월에 ‘인천연구원’으로 명칭이 변경됐어요. 1995년에 설립됐는데, 그때가 바로 우리나라에서 지방자치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해예요. 이전에는 시장·도지사도 중앙정부에서 임명했지만, 이때 처음으로 지역주민이 투표를 통해 인천시장을 뽑았죠. 그에 따라 정책도 중앙정부에서 지역으로 하달되는 구조를 벗어나서, 지역이 주체적으로 지역 실정에 맞는 독자적인 정책을 수립해나갈 필요성이 생겨난 거예요. 이런 맥락에서 여러 광역지자체에 지역 정책을 연구하는 연구기관들이 설립되었어요. 최근에는 기초지자체에도 이러한 연구원들이 세워지고 있어요.

인천연구원은 연구 분야에 따라서 크게 도시사회연구부, 경제환경연구부, 교통물류연구부, 도시공간연구부, 총 4개의 연구부서로 구성되어 있어요. 인천시의 시정 전반에 대한 정책을 연구하고 있다고 보셔도 될 것 같아요. 물론 연구뿐만 아니라 대시민 설문조사도 하고, 토론회와 포럼도 열고, 대외기관들과 협력해서 여러 작업도 많이 하고 있어요.

 

- 인천연구원에서 선생님은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를 다루고 계시는지 궁금해요.

저는 현재 도시사회연구부 부장과 청년친화연구단장, 연구원의 등재학술지 「도시연구」의 학술간사 등을 맡고 있어요.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제가 다루는 것은 문화정책이라는 분야예요. 사실 문화정책이라고 하면, 문화예술, 문화유산, 문화산업, 생활문화 등의 주제와 두루 연관된 다소 광범위한 영역이기 때문에 다방면의 주제를 연구해요. 올해는 ‘인천시 청년예술인 실태 및 지원방안’, ‘캠프마켓 활용 음악산업지구 조성 방안’, ‘인천 디아스포라영화제 발전방안’, ‘(구)인천우체국의 문화적 활용방안’ 등을 연구하고 있어요.

 

- 연구과제는 어떻게 기획되고 진행되나요?

연구과제는 크게 연구자가 자체적으로 기획하는 기초과제 및 기획과제와 인천시 또는 군·구 등에서 의뢰하는 정책과제로 구분할 수 있어요. 정책과제는 행정부서에서 정책이나 사업을 기획하고 운영할 때 그에 필요한 추진방안과 대안을 연구하는 과제예요. 이와 달리, 기초과제나 기획과제는 연구자가 인천시에 장기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주제를 자체적으로 연구하는 과제예요. 중·장기적 시정 방향을 제안하거나, 종합적인 연구를 위해 여러 연구자가 협업해서 진행하기도 해요.

연구를 하다 보면 배우는 것들이 대단히 많아요. 현황을 조사하고 자문회의를 열고 인터뷰도 하고 현장답사도 하면서 잘 몰랐던 것들을 알아가는 즐거움이 있어요. 보고서를 다 썼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에요. 그 후로도 해당 연구와 관련한 회의나 토론회, 포럼 등에 계속 참여하고 현장에서 활동하는 분들과도 교류를 꾸준히 이어가게 되거든요.

 

- 선생님이 기획한 과제로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지금 생각나는 과제로는 ‘인천시 무형문화재 진흥 방안’(2016), ‘인천시 생활문화예술 발전전략’(2017), ‘인천시 문화다양성 지표 개발 연구’(2017), ‘인천 예술인 복지플랜’(2018), ‘인천시 장애인 문화예술활동 지원방안’(2019), ‘인천시 청년문화 활성화 방안’(2020), ‘인천시 소규모 민간문화공간 지원 체계화 방안’(2021) 등이 있어요. 예를 들면, ‘인천시 장애인 문화예술활동 지원방안’은 인천에서 장애인이 문화예술을 향유하거나 창작할 수 있는 여건이 부족하다는 생각에서 연구를 시작했죠. 그때 당시에는 관련 예산도 매우 작았어요. 그런데 사업을 담당하시는 주무관님이 이 과제를 관심 깊게 보시고 사업을 발전시키는 데 많이 참고하셨어요.

예산도 상당히 늘어났죠. 이 연구보고서들은 인천연구원 홈페이지에서 모두 파일로 받아서 보실 수 있어요. 물론 현안 대응을 위한 정책과제가 비교적 많다 보니까 이런 기획과제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는 않아요. 그러나 연구 의뢰가 들어오지는 않아도 분명 중장기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오래 고민해야 할 주제들이 분명히 있어요. 그게 바로 연구원에서 기초과제나 기획과제를 추진하는 이유지요.

 

- 연구자로서 바라보는 인천은 어떤 곳인가요?

인천은 현재 인구가 대략 300만 명 정도인데, 다른 지역과 달리 인구가 늘고 있어요. 게다가 변화도 빠른 도시여서 연구할 부분이 굉장히 많아요. 개항도시로서 새로운 문물이 유입된 곳이고, 근대 산업도시를 거쳐 현재는 국제도시로 나아가고 있죠. 또, 168개나 되는 섬이 있는 해양도시이자 북한과 가까운 접경도시이고, 국제공항이 있는 관문도시이면서 다양한 이주자들이 거주하는 다국적 도시이자 다문화 도시이기도 해요. 또 미군부대를 중심으로 한국대중음악 1세대가 활동한 음악도시이기도 하지요. 이렇듯 굉장히 다양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어요.

특히나 개항 시기의 근대문화유산이 풍부하게 남아 있죠. 지금은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산업유산들도 가까운 미래에는 인천의 큰 자산이 될 수 있어요. 개발로 사라져가기도 하지만 산업유산을 보존하고 활용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요. 저도 이에 발맞춰서 연구하고 있고요. 아무튼 인천은 하나의 특성으로 규정되지 않고 복잡하고 다층적인 정체성을 지니고 있어서 연구자로서는 굉장히 흥미로운 도시라고 생각해요. 조사하고 연구하고 탐색할 대상이 무궁무진하다는 점에서 말이지요.

 

- 연구자로서 보람이나 재미를 느끼는 때는 언제인가요? 혹은 힘들거나 어려운 때도 있나요?

제가 매년 보통 7개 안팎의 연구과제를 수행해요. 이 중에는 실제 정책사업으로 추진되거나 후속 연구를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된 과제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것도 있어요. 연구보고서가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않을 때는 당연히 성취감을 잘 느끼지 못하죠.

이와 달리, 제가 연구를 통해 제안한 내용이 실제로 추진되고 그것이 시민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때 연구자로서 보람을 느껴요. 그간 별로 주목받지 못한 것들을 발굴하여 가치 있는 자원으로 재조명하거나, 새로운 논의가 일어나는 계기를 만들어낼 때도 재미있고요. 또, 현장에서 다양한 시민, 기획자, 활동가, 예술가, 전문가들과 교류도 하는데요. 그렇게 연구가 보고서 하나로 끝나는 게 아니라 여러 네트워킹을 쌓으면서 어떤 담론을 형성해나갈 때 정말 보람도 느끼고 즐겁죠. 연구자가 그냥 앉아서 보고서만 쓰는 사람이 아니랍니다. 수많은 회의, 토론, 포럼, 발표, 강연 등 시민들과 여러 방식으로 소통하려고 노력해요. 연구한 내용을 어떻게 하면 더 잘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도 많이 하고요.

 

- 앞으로는 어떤 연구를 하고 싶나요?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텐데, 저는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 갈등과 혐오, 차별이 심각하다고 느껴요. ‘문화’라는 것이 크게 보면 ‘삶의 양식’으로 정의되기도 하는데, 현재의 삶의 양식이 폭력적이라고 느낄 때가 있어요. 앞서 인천이라는 도시가 굉장히 다양한 정체성을 지닌 도시이고, 또 그만큼 다양한 자원과 사람이 섞여 있는 도시라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래서 그에 걸맞게 인천이 다양성을 더욱 존중하고 포용할 수 있도록 문화정책이 어떠한 방향성을 제시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어요. 그래서 그런 맥락과 방향에서 장기적인 과제를 발굴해서 해보고 싶어요. 인천이 다양성을 포용하는 열린 도시로 나아간다면 앞으로 더욱더 매력적인 도시, 창의적인 도시로 나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