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의 공공미술 - 송도국제도시 200여개 작품을 조사하고
[청년이 설계하는 인천 문화] [우리 주변의 공공미술] ①송도국제도시 글·사진 = 김푸르나 / 시각예술가, 아트랩999 대표
먼저, 송도국제도시의 공공미술작품에 대해 알아본다. 조사대상은 공공미술포털(http://www.publicart.or.kr)에 등록된 공공미술작품을 대상으로 리서치한 후, 현장 방문하였고 그 외 ‘IFEZ아트시티 송도 프로젝트’에 해당하는 작품 8점을 추가적으로 조사했다.
◇ 송도국제도시 주요 공공미술 작품 현황
경제자유구역(IFEZ) 아트시티 송도 프로젝트 포함해 총 210점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이들 공공 미술작품 조성 기간은 2005년 부터 2022년 까지다.
년도 별(2005~ 2022년) 공공미술작품 분류현황은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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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 |
회화 |
미디어 |
공예 |
벽화 |
상징탑 |
기타 |
2005 |
- |
5 |
- |
- |
- |
- |
- |
2007 |
3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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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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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
6 |
- |
- |
- |
- |
- |
- |
2009 |
4 |
- |
- |
- |
- |
- |
- |
2010 |
14 |
- |
1 |
- |
- |
- |
- |
2011 |
10 |
3 |
- |
- |
- |
1 |
3 |
2012 |
8 |
- |
- |
- |
- |
- |
- |
2013 |
12 |
- |
1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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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
7 |
- |
-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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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
25 |
1 |
- |
- |
2 |
- |
- |
2016 |
7 |
2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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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
13 |
1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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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
17 |
- |
- |
1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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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
20 |
13 |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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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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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
18 |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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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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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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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EZ 아트시티 송도 프로젝트는 분류가 따로 되어있지 않아 표에 제외)
송도국제도시 공공미술작품을 종류별로 구분한 분포도는 아래와 같다.
◇ 건축물용도별 주요작품 분석
-공동주택
송도국제도시 주요 공공미술작품은 ‘공동주택’에 집중되어 있는데, 주거지구 비율이 높게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몇몇 작품들은 송도의 지역적 특수성(바다, 갯벌, 미래도시... 등)이나 가족 공동체 등을 소재로 제작하여 주민들과 소통하려는 작품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너무 추상적이거나 존재감이 없어 보이는 장식품과 같은 느낌을 준다.
작품 하단에 설치된 제목과 설명을 읽어 보았을 때에도 시각예술을 전공한 본인 또한 이해하기 힘든 다소 추상적인 설명들이 많이 보였다. 작품의 재료 또한 대부분이 화강석이나 스테인리스 스틸에 국한되어 있어 조형적, 표현적 한계성이 느껴지기도 했다.
- 근린생활시설
근린생활시설은 일반적으로 주택가와 인접해 주민들의 생활 편의를 도울 수 있는 건축물로 건물 주변에 벤치, 인공호수, 분수대 등이 설치되어 있다. 때문에 이 공간들을 활용한 흥미로운 공공미술작품이 눈에 띄었다.
작품 ‘바람과 물의 소리’는 일반적으로 바닥에 좌대를 올리고 작품을 놓는 조형물의 형태가 아닌 건축물을 둘러싼 인공호수 내부에 설치되어 있다. 작품은 우선 주변 환경적 특징을 살려 설치되어 눈에 띄었음은 물론 재료적인 특징을 이용해 반복적 리듬감을 표현하였는데, 반복적이고 리듬감이 있는 형태적 특징 때문에 주변 환경과 건축이 돋보이는 느낌을 준다.
- 판매시설
송도국제도시의 대표적인 판매시설인 트리플스트리트는 젊은 세대들이 주로 이용하는 SPA브랜드, 카페, 음식점, 영화관 등이 있는 곳이다. 때문에 각 건축물(A동부터 D동까지) 다양한 공공미술작품을 보는 재미가 있다. 건축물 외부를 비롯하여 내부, 옥상공원, 복도 등 다양한 공간에 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작품 ‘옐로우 그린 스크림’은 건물(D동) 통로 상단 외벽에 설치된 작품이다. 설치된 위치 때문에 통로를 지날 때마다 마치 내가 작품 안으로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공공미술이 외부에만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최정화 작가의 대표적인 작품 ‘해피투게더’는 건물 내부에 설치되어 있다. 플라스틱 소쿠리를 모아 붙여 모빌처럼 제작한 작품의 특징 때문에 건물 천장을 이용해 매달려 설치되어 있었다. 아쉬운 점은 미술품 바로 아래 판매시설 구조물이 있어 작품으로 인식하거나 관람하기에는 약간의 불편함이 있었다. 그 외 판매시설에 위치한 공공미술작품은 건축물의 특징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 업무시설, 숙박시설
업무시설과 숙박시설의 공공미술작품은 대부분 건축물을 상징하는 랜드마크 역할을 하는 것이 많았는데, 작품 ‘마음의 기억’은 ‘뇌과학 연구소’라는 건축물의 특수성에 맞게 제작되어 보인다. 공공미술작품이 건축물을 집약적으로 설명해주는 상징물이나 가이드역할을 하는 것 같아 의미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작품 자체가 가지는 독창성을 존중해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공간이 가지는 의미와 가치를 상징적으로 담는 방법도 건축물과 미술작품이 함께 상생하는 방법이 아닐까.
- IFEZ 아트시티(송도)
인천경제자유구역(IFEZ)의 국제 공공미술 프로젝트인 “ART/ACT SONGDO”는 송도 센트럴파크 일대 8점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단순히 공공미술을 설치하는 프로젝트와 차별화된 송도만의 공공미술, 발전과 변화의 동력으로서 진행되었다. 실제로 작품 하나하나가 재미있는 요소들이 많은데 앞으로 송도국제도시에 어떠한 공공미술작품이 들어오면 좋을지 고민해 볼 수 있는 사례가 될 것이다.
작품들은 유지 관리가 수월한 돌, 철, 브론즈 조각 위주의 조형물에서 벗어나 현대 공공미술의 다양성을 볼 수 있는데, 센트럴파크 내 바닥에 설치된 작품 ‘바이탈’의 경우 실제 바닥에서는 그 형태를 알 수 없으나 그 주변 높은 건물에 올라가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발밑에 펼쳐지는 생동감, 예술 위를 걷다’라는 주제로 제작한 착시그림으로 작품을 통해 도시 전체를 담으려는 작가의 의도가 드러난다.
송도 센트럴파크의 상징적 시설물 중 하나인 수상택시와 보트하우스 선착장, 주변 가로등은 산뜻한 레몬+그레이 색상의 스트라이프 패턴을 가지고 있다. 작품 ‘대즐’은 공원의 특징적인 소재들을 잘 이용한 센스 있는 공공미술작품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송도센트럴파크 주변에 있는 흥미로운 작품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거나 홍보하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시민들을 대상으로 공공미술작품을 활용한 체험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기획한다면 좋은 사례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의견이다.
◇ 관리 밖 방치된 작품들은...
이번 송도 공공미술작품을 조사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관리가 되지 않아 방치된 몇몇의 작품들이었다. ‘분류현황(표)‘에서 살펴보았듯이 송도국제도시 공공미술작품들이 본격적으로 들어온 시기는 2005년 이후부터이다. 설치된 기간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스테인리스 도장이 다 벗겨져 이전의 색감을 잃어버린 작품, 작품의 훼손과 방치로 흉물처럼 변해버린 작품들이 현장 방문을 하면서 심심치 않게 보였다.
이러한 공공미술작품은 비단 송도국제도시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공공미술 심사기준의 하나로 알고 있는 작품의 ’보존성‘은 관리가 되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다는 것은 보여주는 예가 아닐 수 없다. 과연 보존성을 위해 설치한 공공미술작품이 작품을 보는 우리에게 어떠한 의미를 줄 수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만든다.
◇ 주민참여 아파트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대하여
송도국제도시의 공공미술작품이 공동주택에 집중되어 있었던 만큼 아파트를 대상으로 진행한 새로운 공공미술 프로젝트 사례를 마지막으로 조사해 보았다.
2020년 3월 충청남도 아산 배방읍에는 아파트 3개 동을 캔버스처럼 이용해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시도했다. ‘아파트아트 APTART’를 기획한 박훈규 작가는 4명의 협업작가, 충남정보문화산업진흥원과 함께 생활 속의 공간으로 찾아가는 미디어 파사드(media facade)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되었는데, 아파트라는 주거공간의 특징을 이용하여 거주민 아이들을 직접 작업에 참여시켰다.
작업의 과정은 아이들이 아이패드에 자신들이 하고 싶은 말이나 낙서, 그림을 그리면 내가 그린 이미지가 아파트 3개 동에 투사되는 형태이다. 이밖에도 3일의 프로젝트 기간 동안 주민들에게 익숙한 반 고흐의 명화 애니메이션, 움직이는 휴먼, 코로나로 인해 심리적으로 지친 시민들에게 응원 메시지를 주는 무빙 타이포그래피, 라이브 드로잉 등을 진행하였다.
필자가 프로젝트를 사례로 가져온 이유는 미디어라는 재료적인 특징을 이야기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공동주택에 살고 있는 주민이 직접 공공미술에 참여했다는 점이다. 이 작업을 진행하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우선 고층 아파트 3개동의 사이즈에 맞게 미디어작업을 구상하고 설치해야 함은 물론, 아파트 선정, 주민들의 협조, 참여자 섭외, 아이패드 사용법 알려주기, 주민홍보 등 예민하고 까다로운 부분들이 많았을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작품에 참여한 주민들은 적어도 공공미술이 우리에게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알게 되었을 것이다. 내가 경험해본 것과 경험해보지 않은 것이 큰 차이를 보이듯 미술도 다양한 경험과 체험이 자연스럽게 관심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방식의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우리 주변에 지속적으로 일어난다면 더 이상 장식품 정도로 인식되어지는 공공미술작품이 아닌 다양하고 창의적인 작품들을 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