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압구정동'으로 불렸던 동네

취재 : 배영수 기자

지난 '新택리지'에서는 숭의동과 용현동, 학익동을 살폈다. 1990년대 이후 신도시들이 등장하고 상권이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나기 전까지, 이 곳은 인천의 주요 경제생활권 중 하나였다. 그런 만큼 이른바 '집값이 떨어진' 지금도 그 의미는 중요하다고 하겠다.

이번에 다룰 마을은 1990년대 이후 발전을 거듭해 오늘날 인천에서 아주 중요한 교통과 경제 중심권으로 자리를 잡은 관교동이다. 이 동네 발전상이 얼마 전과 맞물리기 때문에 '옛날 이야기'보다는 '근래'에 초점을 맞추었다.

 

문학동과 함께 인천향교와 도호부청사가 소재한 관교동은 옛 고려시대에는 인천의 중심이었다고 전해진다. 이 때문에 용현동이나 학익동 등지가 전설 혹은 민담과도 비슷한 이야기에서 유래됐던 동네명과 달리 ‘관교동’이라는 이름은 관청과 향교가 있다고 해서 붙여졌다. 어떻게 보면 그 의미가 그렇게 멋스럽진 않다는 생각도 들 터이다.

그러나 최근 송영길 시장이 "인천 역사에서 고려가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어 이와 관련한 사업을 시도해 보려 한다"라고 밝혔던 만큼, '역사적인 무언가'가 나올 가능성도 부인할 수는 없다.

 

사실 관교동의 경우 인천 근대사 시작이라 할 수 있는 개항 이후에도 별다른 역사가 없다. 굳이 말하라고 한다면 1914년 관청리와 향교리를 통합해 부천군에 편입됐다가 1936년 인천부로 전입됐고, 지금의 이름은 1946년에 나왔다는 점이다. 이후 문학동에 편입돼 있다가 뒤늦게 1996년 분동해 행정동으로 된, 다른 동네보다는 비교적 복잡하지 않은 역사를 거친다. 오히려 본격적인 관교동 역사는 1980년대 이후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천시 도시계획에 따라 관교동에는 학교와 교회 등의 시설이 먼저 들어왔다. 월미여중은 남인천여중으로 개명된 후 오늘날 관교동으로 1984년 이전했고, 관교초등학교 개교일이 1986년 3월, 그리고 같은 달 인천순복음교회가 성전봉헌예배를 드렸다. 당시만 해도 이 일대 주요 건물은 이렇게 달랑 세 개였다. (2년 뒤 들어온 인명여고는 개발이 정점을 이루던 1980년대 후반이니 예외로 두자.)

 

관교초등학교에 대해선 1980년대 중반 근처 다른 초등학교를 다니던 어린이들에게 '아픔의 기억'으로 남아 있기도 하다. 지금이야 초등학교 한 반에 30명도 남짓한 교실에서 정예교육(?)을 받고 있지만, 1980년대 '국민학교'라는 이름의 초등학교에는 학교가 부족해 한 반에 60명 가까운 학생들이 있었다. 그것도 오전/오후반으로 나눴다. 1980년대 중반 관교초등학교가 개교했을 때, 이 학교 1회 입학생들은 1학년부터 시작하지 않았다. 인근 주안남초교와 남부초교 등 학생들이 넘쳐났던 학교에서 '강제 전학'을 온 학생들이었다. 오늘날에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 불과 20~30년 전에 일어났다.

 

'강제 전학'으로 관교초교를 다닌 후 아예 이곳에서 살게 됐다는 양모(33, 주부)씨는 이렇게 말한다.

"그 때 나를 비롯해 여자 어린이들은 친했던 친구끼리 헤어지는 상황에 펑펑 울었다. 그리고 반을 배정받아 다니던 새 학교는 1학년 입학 당시 그때처럼 서먹한 느낌이었다. 개교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학교 건물도 을씨년스러운 느낌이 있었다."

그런가 하면 주안남초교 졸업생인 김모(34, 자영업)씨는 "당시 학교에서 소풍을 간다고 하면 보통 인근 문학산으로 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산에 올라가면 순복음교회만 달랑 보이던 그 허허벌판 관교동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라고 말한다.

관교동 발전을 시민들이 본격적으로 체감한 때는 1980년대 말 쯤이다. 이 곳에 들어서는 아파트 청약을 위해 구름처럼 몰려드는 현상이 일어나면서부터였다. 1990년 준공해 가장 먼저 입주를 시작한 동아아파트를 시작으로 풍림-쌍용-성지-동부-삼환 등 대형 건설사들이 참여한 이 아파트 단지의 인기는 가히 상상을 초월했다.
 
1990년대 초 입주해 현재까지 48평 삼환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시민 심모(58)씨는 "내가 사는 곳처럼 조금 넓은 평수 아파트는 인기를 얻는 편이 아니었는데도 6대 1 정도 경쟁률이 나온 걸로 안다"면서 "얘길 들어보니 30평대 아파트는 장난이 아니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 곳에서 만나본 부동산 업자들 역시 아파트 인기가 좋아 당시에도 30평대 아파트가 1억 가까운 시세에 거래되곤 했다고 말했다. 재미난 것은 이 곳 아파트 중 설계 당시부터 개별난방(단독가스보일러)을 도입한 데가 동부아파트 하나뿐이었다는 점이다. 나머지는 모두 중앙난방식이었다.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관교동의 인기는 대단했다. 3~4년 뒤 더 큰 규모로 연수동 신도시에 아파트가 들어서고 이후에도 여러 대규모 주상복합 신식 아파트로 무장한 단지들이 들어섰다. 하지만 워낙 입지가 우수해진 관교동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는 없었다. 적지 않은 입주민들의 경제활동 덕분에 아파트 입구에 인접한 상가들은 상당한 권리금을 챙길 수 있을 만큼 가치가 동반상승했다.

어디 그뿐인가. '교통 네트워크'도 눈부신 발전상을 보였다.

순복음교회 앞 인하로에 3번과 35번 버스만 다녀 대표적인 '교통 불편지역'으로 꼽히던 이 곳은 현재 지선버스 514번 모태가 되는 관교동 마을버스를 시작으로 몇 년 뒤 36번, 41번 등이 다니면서 서서히 교통망도 갖춰 나갔다. 여기에 과거 용현동에 있던 인천터미널마저 1997년 관교동으로 건너오고 신세계백화점이 들어서면서, 관교동은 인천에서 교통이 아주 편리한 곳으로 꼽힌다. 사람들이 이 곳을 '인천의 압구정'으로 부르기 시작한 때도 이즈음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명성은 오늘에도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관교동의 아성을 인천시내 다른 도시들이 뛰어넘을 수 있을까. 인천시민 대부분은 "관교동 프리미엄은 당분간 다른 어떤 동네도 깨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신세계백화점 앞에서 만난 시민 오모(55, 회사원)씨는 "최근 숭의운동장 내 홈플러스 입점도 기업과 재래시장 상인들 간 이해관계 때문에 무산돼다시피 하고, 경제자유구역 발전 속도도 시민들 기대만큼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유명 브랜드를 내건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아무 문제 없이 들어서고 지하철까지 뚫린 관교동 이점을 다른 동네가 따라잡긴 힘들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젊은 사람들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대학생 이모(29)씨는 "교통이 좋은 곳이라면 부평 같은 데도 꼽을 수 있겠지만, 이렇게 전국구 백화점과 고속·시외버스 터미널, 지하철과 시내버스 등이 모두 들어선 관교동에 비할 바 못 된다"라고 했다.

이제 건설된 지 20년이 넘는 관교동 '구형 아파트'. 그러나 아직도 최고가에 매매되는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와도 비슷한 모양새를 가진 이른 바 '좀 사는 동네'의 상징처럼 됐다.

관교동 학교 이야기를 하나 더하면, 1990년대 인명여고를 다니던 여학생들의 별명은 '관교동 까마귀'였다고 한다. 다른 여학교 겨울철 교복보다 더 짙은 색상을 띠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 학교 동복은 마치 회사 유니폼과도 같이 여성의 곡선을 잘 살려줘 다른 여학교 학생들에게는 시샘의 대상으로 떠올랐다고 한다. 아울러 이 학교 하복은 비가 오면 속이 다 비치기 때문에 남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고 일부 시민들은 '증언'한다.

 

관교동 학교 이야기 둘. 주안예비군 교장 옆에 위치한 관교여중의 본디 이름은 '도화여중'으로 이름처럼 도화동에 있었다. 그런데 이곳 신도시가 인기를 끌면서 남인천여중 하나로는 학생 수요를 채울 수 없게 되자, 1993년 도화여중이 이전한 것이다. 학교 측에 따르면 현 '관교여중'은 1994년 새 학기를 시작으로 사용하게 됐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