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의 흥국생명’이 아닌 ‘흥국생명의 김연경’이 만든 승리
흥국생명, GS칼텍스전 8연패 끝내... 조직력이 만든 값진 승리 대한항공, 풀세트 접전 끝 우리카드에 분루... 시즌 첫 패배
이번 시즌 가장 완벽한 경기였다.
흥국생명 권순찬 감독조차 경기 뒤 인터뷰에서 “서브, 블로킹, 수비 연결까지 다 잘 됐다. 우리가 분석한 대로 선수들이 움직이니까, 굳이 작전이 없어도 잘했다"고 말했다.
옐레나(20점)와 김연경(16점)이 36점을 합작하고, 김미연, 이주아가 각각 8점, 김나희가 7점을 올리며 출전선수 모두 고른 활약을 보였다. 특히 팀 공격의 63.89%를 담당한 흥국생명의 쌍포 옐레나와 김연경은 각각 50%, 41.94%의 높은 공격 성공률을 기록했다.
더 주목할 것은 숫자로 드러나는 활약이 아니라 통계에 잡히지 않는 조직력이었다. 수비에서 세터로, 세터에서 공격수로 이어지는 흐름이 흠 잡을 데 없었다. 오랜만에 김다솔 세터의 현란한 손놀림이 빛난 경기이기도 했다. 또 수비 때는 너나없이 몸을 던져 디그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완벽한 ‘원팀’의 모습이었다.
이런 완벽함이 지난해 6번 싸워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던 GS칼텍스를 3:0으로 셧아웃시켰다. 2020-2021시즌 5라운드와 6라운드에서 패배까지 합해 GS칼텍스전 8연패를 씻어낸 시원한 복수전이었다. 각 세트 25:16, 25:15, 25:14.
이날 승리로 2연승을 달린 흥국생명은 시즌 4승1패(승점 12점)로 2위에 자리하고 있다.
지난 10일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1라운드 GS칼텍스와의 서울 장충체육관에서의 경기는 흥국생명에는 원정이었음에도 이른바 ‘김연경 신드롬’으로 홈 경기에 버금가는 팬들이 모였다. 흥국생명의 멋진 플레이 때마다 삼산월드체육관으로 착각할 만큼 많은 박수와 환호성이 가득했다. 이날 경기는 평일임에도 만원 관중(3,200석)을 넘어선 3,325명의 구름 관중이 몰렸다.
이같은 흥국생명의 인기는 시즌 첫 주말 경기이자 1라운드 마지막 경기로 펼쳐질 13일(일) 한국도로공사 전에서 역대급 관중 동원을 예고하고 있다. 11일 현재 온라인 예매는 이미 매진됐고, 경기 당일에는 경기장 매표소에서 취소 표, 비상시 예비 티켓 등 소량만 현장 판매만 이루어진다. 현재 추세라면 삼산월드체육관의 5,800석이 관중으로 가득 들어찰 것으로 예상된다.
흥국생명 경기가 열린 다음 날인 지난 11일 남자부 대한항공은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벌어진 도드람 2022-2023 V-리그 1라운드 최종전에서 우리카드에 2:3으로 졌다. 시즌 첫 패.
인천 연고 남녀팀이 하루 사이 같은 장소에서 희비를 달리했다.
첫 세트를 20:25로 내준 대한항공은 두 번째 세트를 25:22로 잡아내며 균형을 맞췄다. 3세트(23:25)를 지고 4세트(25:19)를 따내 다시 균형을 이뤘지만 마지막 5세트를 듀스 끝에 내주며 1라운드 전승의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5세트 막판 매치포인트에 몰린 11:14에서 믿을 수 없는 4연속 득점으로 15:14로 뒤집기에 성공했으나 3연속 범실로 3점을 내줘 15:17로 무릎을 꿇었다. 이날 2시간 31분의 혈투에서 패한 대한항공은 링컨이 29점, 정지석이 21점을 기록했다.
대한항공은 1라운드 최종 5승 1패(득세트 17, 실세트 7), 승점 15점으로 1위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