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김연경... 721일 만에 ‘현대산성’ 무너뜨려
흥국생명, 9전 10기 맞대결 승리... 현대건설 홈 23연승 행진 멈춰 대한항공은 주전 세터 한선수 공백 딛고 9연승... 12월 전 경기 무패 흥국, 1월 5일 GS칼텍스 상대 설욕전... 대한항공, 1일 OK금융과 10연승 매치
역시 김연경이었다.
1, 2위 간의 맞대결이지만 최근 9번 맞붙어 내리 이긴 1위 팀. 게다가 안방에서는 2021년 10월 17일부터 23번의 경기 동안 져본 적 없는 1위 팀의 홈 경기. 올해 치른 16번의 경기에서 모든 경기 승점을 따냈던 압도적 1위 팀. V-리그 여자부 최강 현대건설의 위용이자 업적이었다.
그러나 이런 객관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경기 전 예상은 2위 흥국생명의 비교적 쉬운 승리를 예상하는 시각이 많았다. 이유는 외국인 선수 야스민의 이탈이었다. 현대건설 주포이자 과장을 조금 보태 팀 전력의 반이라는 야스민이 허리 부상으로 지난 22일(목) 한국도로공사 경기부터 경기에서 빠져있는 상태.
1세트 초반 비교적 쉽게 득점하며 흥국생명이 앞서 나가자 경기 전 예상이 들어맞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예상은 예상일 뿐이었다. 1세트 중반 이후 경기 상황이 묘하게 흘러갔다. 현대건설의 끈질긴 수비에 흥국생명 선수단이 오히려 당황하기 시작했다. 특히 경기 내내 몸을 날려 코트에 닿기 전 공을 숱하게 걷어낸 현대건설 김연견 리베로의 활약은 흥국생명 공격수들을 움츠러들게 했다. 경기 뒤 수훈 선수 인터뷰에 나선 김연경이 “상대 김연견 선수가 너무 좋은 수비를 보여줘 경기 중에도 오늘 왜 이렇게 수비를 잘하냐고 선수들끼리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례적으로 상대 수비를 언급할 만큼 김연견의 수비는 엄청났다. 흥국생명은 끝내 17:14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1세트를 23:25로 내줬다.
그러나 2세트부터는 김연경이 상대에게 팀 전력의 우위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2세트 8점을 올린 김연경은 특히 18:18로 맞선 상황에서 세 번 연속 퀵오픈을 성공시키며 3득점, 세트를 가져오는 데 일등 공신이 됐다. 결국 25:20으로 세트 스코어 1대1.
승부의 분수령이 된 3세트는 잠잠하던 옐레나까지 공격 일선에 나서며 듀스 끝에 29:27로 세트를 가져와 역전에 성공했다. 25:26으로 뒤지고 있던 상황에서 옐레나는 팀의 4득점을 모두 따내 1, 2세트의 부진을 만회하는 활약을 했다. 김연경은 3세트에만 10점을 따내 양 팀 통틀어 최다 득점으로 팀 승리에 버팀목이 됐다.
세트의 균형이 무너지자 4세트는 경기 전 예상이 실현됐다. 흥국생명이 초반부터 앞서나가며 25:17로 승리했다. 현대건설의 17점은 올 시즌 한 세트 최소 득점.
지난 29일(목)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시즌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경기에서 2위 흥국생명은 1위 현대건설을 세트 스코어 3대1(23:25, 25:20, 29:27, 25:17)로 꺾고 14승 4패, 승점 42를 기록했다. 홈구장인 수원체육관에서 438일 만에 고개를 숙인 현대건설(15승 2패)과 승점은 같지만 세트 득실률에서 뒤진 2위. 지난 25일(일) KGC인삼공사에게 세트 스코어 2대3으로 지며 개막 이후 연승 기록도 15에서 멈춰선 현대건설은 연패를 당했다. 현대건설이 2연패를 당한 것은 지난 시즌이었던 2월 26일 이후 처음.
이날 경기에서 김연경은 올 시즌 한 경기 최다 득점인 30점(공격 성공률 52%)을 수확했고, 경기 초반 부진했던 옐레나도 25점(공격 성공률 36%)을 올려 쌍포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추위에도 불구 관중석을 가득 메운 3,798명의 관중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 경기력으로 이른바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의 줄임말)’를 시연한 현대건설에게도 박수를 보내줬다.
또 29일(목) 열린 도드람 2022-2023시즌 V-리그 남자부에서 대한항공은 시즌 최다인 9연승에 성공했다.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이날 경기에서 대한항공은 삼성화재와 풀세트 접전 끝에 3대2(25:23, 25:21, 21:25, 19:25, 17:15)로 이겼다. 시즌 15승2패, 승점 44점으로 1위 유지.
대한항공으로서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으로 경기에 빠진 주전 세터 한선수의 공백을 딛고 거둔 값진 승리. 한선수의 공백은 또 다른 주전급 세터인 유광우가 메웠다.
경기는 1위와 최하위인 7위의 맞대결이라고 하기에는 끝까지 박진감 넘쳤다. 1위 대한항공이 내리 두 세트를 따내 셧아웃 승리를 예상했지만, 시즌 첫 2연승 중인 삼성화재가 섣부른 판단을 막아섰다. 3, 4세트 연속 가져가며 경기를 기어이 5세트까지 끌고 갔다. 일진일퇴의 공방전이 이어진 5세트에서 막판 집중력이 앞선 대한항공이 홈팬들에게 기쁨을 선사했다. 15:15 듀스에서 김민재의 서브에이스로 1점 앞서 나간 대한항공은 링컨 대신 들어 온 임동혁 후위 공격으로 2시간 14분간 이어진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링컨(24점), 정지석(20점), 김민재(10점)가 각각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며 1위의 자존심을 지켜냈다.
한편 지난 24일(토) IBK기업은행(세트 스코어 3대0 승)에 이어 이날 현대건설까지 잡은 흥국생명은 오는 2023년 1월 5일(목) 19시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GS칼텍스를 상대한다. 흥국생명으로서는 GS칼텍스와의 맞대결에서 2, 3라운드 연속 패한 바 있어 설욕을 벼르고 있다.
10연승을 노리는 대한항공은 새해 첫날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올 시즌 맞대결에서 1승 1패를 기록한 OK금융그룹과 만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