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 잘 기울여서 열심히 들어라
[윤세민 교수의 자기계발 칼럼 - ‘소통과 대화’] (19) 대화의 성공, 경청
사람의 입은 하나요, 귀는 둘이다. 이 말은 말하기보다 듣기를 두 배로 더하라는 의미다. 곧 듣기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남의 말을 귀 기울여 주의 깊게 듣는 것을 ‘경청(傾聽)’이라고 한다. 경청의 한자어는 ‘기울 경(傾)’과 ‘들을 청(聽)’으로 이루어졌다. 즉, 잘 기울여서 열심히 들으라는 뜻이다. 진정한 경청은 상대의 말을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전달하고자 하는 말의 내용은 물론이며 그 내면에 깔려있는 동기나 정서에 귀를 기울여 듣고, 더 나아가 이해된 바를 상대방에게 피드백까지 주는 것을 말한다.
이 경청은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의 중요한 기반이요 기법이다. 대화는 사실 말하기가 아닌 듣는 데서 출발한다. 잘 듣는 자가 잘 말하게 된다. 곧 대화의 성공은, 경청에서 시작한다.
경청하지 않는 자들의 신체언어와 특징
“말하는 동안엔 배우는 게 없다. 그래서 난 아침마다 다짐한다. 하나라도 새로운 것을 배우기 위해 어떻게든 남의 말에 귀 기울이자고 말이다.”
‘토크쇼의 제왕’, ‘대화의 신’이라 불리며 세계 최고의 앵커로 평가받는 래리 킹(Larry King)의 말이다. 래리 킹은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CNN의 시사 토크쇼 <래리 킹 라이브>의 명사회자로서 수십 년이 넘게 수천 명의 유명인들을 인터뷰하며 터득한 대화의 법칙을 저서로 출간하기도 했다. 그러나 말 잘하는 그 역시 대화에서 무엇보다도 ‘경청’을 강조하고 있다.
이렇게 경청은 중요하지만, 사실 우리가 제대로 경청하기란 쉽지 않다. 듣기보다 말하기가 앞서기 때문이다. 또한 듣는다 해도 딴생각 등 내면적 방해, 상황과 환경 등 외면적 방해가 따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경청하지 않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신체언어나 특징을 보이곤 한다.
- 눈을 계속 마주치지 않고 여기저기 본다.
- 눈을 맞추고 듣는데도 눈이 멍하다.
- 상대의 말이 아닌 주변 상황이나 움직임에 신경을 쓴다.
-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 안하고 내용도 자세히 물어보지 않는다.
- 방금 한 말에 엉뚱한 말로 대꾸한다.
- 상대가 말하는 동안 조급히 어떻게 대답할지 준비하기 시작한다.
- 가끔 상대의 말을 끊고 반응하거나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부터 말하려 한다.
- 처음 몇 마디만 듣고서 성급히 조언하기 시작한다.
- 상대의 말이 길어지면 짜증 어린 표정이나 반응이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의식적으로는 위와 같은 신호를 제대로 깨닫지 못한다 해도 우리의 무의식은 이미 모든 걸 감지하고 있다. 사람은 정보를 전달하는 속도보다 정보를 얻는 속도가 더 빠르다. 즉, 정보를 말로 전할 때보다 시각적으로 또 청각적으로 얻는 것이 훨씬 더 많은 것이다. 더군다나 이런 신체언어들을 통해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듣는 사람의 인상과 수준을 결정하곤 한다. 더 나아가 그 사람의 인격과 미래까지도 결정해 버리곤 한다.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그만큼 대화 커뮤니케이션에서 제대로 듣기, 경청이 중요한 것이다.
그렇기에 여러분도 대화 시에 혹시 위의 신체언어나 특징들을 보이지 않는가 냉철히 살펴보기 바란다. 대화 시에 관찰 카메라를 설치해 나중에 영상을 확인해 보시라(이때 가능한 카메라를 의식하지 말고 무의식적으로 임해야 된다). 또 친한 친구끼리 위 사항들을 적은 점검표를 마련해 서로 체크하며 평가하는 방법도 도움이 될 것이다.
경청의 장애물 극복하기
사실, 일상의 대화 환경에서는 위와 같은 ‘경청의 장애물’이 곧잘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경청의 장애물’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첫째, 딴생각 하느라 상대의 말을 놓쳤을 때는 우선 마음을 차분히 가다듬고 추슬러라.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상대가 이전에 한 말을 기억해서 언급해 주면 좋다. 그래도 생각이 제대로 나지 않는다면, 가장 쉽고 좋은 방법은 솔직하게 고백하고 다시 물어보는 것이다.
둘째, 상대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을 때는 당황도 되고 쑥스럽기까지 할 것이다. 그렇다고 잘 모르는 데도 억지로 이해한 척 할 필요는 없다. 정공법을 택해 솔직히 또 예의 있게 다시 물으면 된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제가 제대로 이해 못했는데, 다시 한번 쉽게 설명해 주실 수 있겠는지요?” 이렇게 요청할 때, 상대는 오히려 당신을 예의 바르게 생각하며, 서로 간의 신뢰도 한층 더 쌓여 갈 것이다.
셋째, 그럭저럭 잘 말하고 듣는다 해도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의 대화가 지루하거나 잘 풀리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지난 회 ‘굿프로세스 대화법’에서 설명한 대로 서로 간의 공통분모나 공동관심사 등을 찾아 그것을 대화의 화제로 삼으면 된다. 상대방과 고향이나 현재 사는 곳, 출신 학교, 혈액형이나 MBTI 유형, 특기나 취미나 취향 등을 나누다 보면 바로 공통분모나 공동관삼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을 대화로 이어가면, 금세 대화에 활기가 생길 것이다.
넷째, 대화 시 주변 상황이나 환경이 경청을 방해한다면, 우선 그런 상황과 환경을 정리한 뒤에 대화에 임하도록 하라. 그런 것이 여의치 못하다면 대화의 시간과 장소를 바꾸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래도 딴생각 등 내면적 방해, 상황과 환경 등 외면적 방해가 계속 발생해서 정 힘들 때는 예의 바른 태도로 대화를 잘 마무리하고 다음 만남을 기약하면 된다.
이번 회에 이어 다음 회에서는 경청의 자세와 방법, 경청의 지혜와 힘에 대해서 계속 다루어 갈 것이다.
상대가 자신의 말을 당신이 제대로 듣지 않고 흘려듣는다고 느낀다면 신뢰는 멀어질 것이다. 반대로 당신이 귀담아 듣는다고 생각하면 상대는 당신을 편안히 신뢰하며 좋은 유대 관계를 계속 쌓아가고자 할 것이다. 진정한 대화는 경청에서 시작한다. 대화의 성공은 경청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