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감기였던 거군~ 하느님 감사합니다!"

[독자칼럼] 송자 / 인천노인종합문화회관 아카데미 인문학 소통의 글쓰기반

2023-04-10     송자

어제 새벽잠에서 깨어났는데 코의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목이 가라앉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방안이 건조하다는 생각에 물을 한 컵 들이켰습니다. 분무기로 방안 이곳저곳에 물을 분사했습니다. 코로나19에 걸리지 말아야하는데 걱정이 됩니다. 지난 해 감염이 됐을 때 몹시 아팠습니다. 열흘 내내 아픈 내색을 감춰가며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지냈습니다. 나의 감염으로 아내도 함께 아팠기 때문입니다.

글쓰기 반에서 각자의 쓴 원고를 발표하는데 은근히 부담이 되었습니다. 목 쉰 느낌에 혹시 반원들이 알아차리지나 않을지 하는 생각에 따스한 물을 여러 차례 마셨습니다. 조심스레 글을 읽었습니다. 마스크를 쓰는 것이 해제되었지만 시간 내내 벗지를 못했습니다.

저녁부터는 콧물이 흘렀습니다. 사람 마음이란 게 때에 따라서는 간사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어제가 다르고 오늘이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아니 오전과 오후가 햇살처럼 다르기도 합니다. ‘뭐, 코로나19에 또 걸리기라도 한 거야.’ 은근히 걱정이 됩니다. 감기라는 생각에 이겨보겠다고 밖으로 나가 조깅을 했습니다. 몸이 더워지는가 싶었는데 콧물이 주르르 인중을 적십니다. 머리가 무거워지는 느낌이 들더니만 귀까지 울립니다. 집으로 돌아와 세수를 했습니다. 뜨거운 머리를 식혔지만 별 효용이 없습니다.

코로나19가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몸이 으슬으슬 추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장롱 한 구석에서 두꺼운 겉옷을 꺼내 입었습니다. ‘이열치열이라고 했지.’ 다시 밖으로 나가 이십여 분을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집으로 들어와 겉옷을 벗지 않은 채로 이불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얼마나 잤는지 모릅니다. 깨었을 때는 한밤중입니다. 코가 답답합니다. 목이 마릅니다. 물을 마시고 실내에 물을 듬뿍 뿌렸습니다. 다시 이불을 들쳤을 때는 평소보다 두 시간이나 늦었습니다. 콧물이 더 많이 흐릅니다. 아침을 먹고 나서도 상황이 좋지 않으면 병원으로 가야겠습니다. 걱정이 됩니다. 코로나19로 판명이 되면 전번과 같이 격리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착잡합니다. 스스로에 의해 갇히는 것은 참을 수 있지만 타의에 의해 제약을 받는 것은 같은 일이라도 기분이 좋을 리 없습니다.

평소 건강에 대해 별 생각이 없던 내가 몸에 이상의 신호가 감지되기라도 할 때면 은근한 두려움이 앞섭니다. 내 체력이 고갈되어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려서 병약했던 내가 그동안 별 탈 없이 잘 지냈는데 70 중반을 넘기며 종종 이상이 감지됩니다. 문제가 있다고 그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습니다. 해보는 데까지 해본다는 생각에 평소처럼 아침 30분, 저녁 30분 운동을 했습니다.

건강할 때 건강을 챙겨야 하는데 어디 그렇습니까. 별 생각 없이 지내다가 이상이 생겼다 싶으면 조심을 하려고 합니다. 때는 이미 한 발 늦었습니다. 그렇기는 해도 그냥 지나칠 수만은 없는 노릇입니다.

‘조심을 할 걸. 내일은 꼭 병원에 가야지.’

일찍 잠자리에 들었지만 화장실에 가기 위해 한 번 눈을 뜨고는 내쳐 잠이 들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틀이나 잠을 많이 잤습니다. 피곤함도 있었지만 아프기는 아팠나봅니다. 눈을 뜨자 코 막힘이 현저히 줄었습니다. 잠긴 목도 풀렸습니다. 콧물도 흐르지 않습니다.

‘정말 감기였던 거군.’

몸이 가볍습니다. 마음도 가볍습니다. 사우나에서 땀을 흠뻑 흘리고 난 후의 느낌입니다. 운동을 열심히 하여 온몸이 땀에 젖은 느낌입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아내는 내 눈치를 알아차렸는지 이틀 동안이나 틈틈이 차를 덥혀주었습니다. 오늘에 감사하는 마음도 잊지 않았습니다. 겪어봐야 사정을 안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파보니 다시금 건강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합니다.

김형석 교수의 말이 생각나는 순간입니다. 병약하게 태어나서 늘 조심을 하다 보니 이 나이까지 오게 되었답니다. 건강을 자신하던 사람들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제일 먼저 죽을 것이라고 하던 자신은 아직도 살아있다고 합니다. 책 속에 들어있는 그의 절제된 삶이 나와 똑같은 과정이 아니기에 본받을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