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우물이 남아있고 옛 골목이 정겨운 곳, 호미마을

[정혜진의 마을 탐험기] (52) 노적산 호미마을 유현자 대표를 만나다.

2023-06-28     정혜진

 

요즘은 한 마을에서 나고 자라 한 평생을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다. 자신이 나고 자란 곳에서 마을을 가꾸고 마을의 변화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미추홀구 학익동 노적산 호미마을을 소개한다.

 

노적산

 

노적산로 40번 길에 가면 이색적인 마을이 있다. 바로 노적산 호미마을이다. 이곳은 한국전쟁 때 피난민이 내려와 난민주택을 이루며 마을이 조성된 곳이다. 오래된 골목이 정겹고 골목골목 벽화가 예쁜 노적산 호미마을을 밤낮으로 가꾼다.

이곳 마을의 미래를 상상하는 유현자 대표는 통장 일을 하며 마을이 너무 지저분한 거예요. 그러다가 맞은편 아파트에 사는 아이가 이 골목으로 들어오려고 하는 걸 엄마가 제지하는데 그쪽으로 가면 도깨비 나와라고 하는 거예요. 이말에 여기 도깨비 안 나와요!’라고 받아 쳤지만 속이 상하더라고요"

그때부터 유 대표는 마을을 변화시켜야 겠다 생각하고 2013년 마을공동체 지원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노적산 호미마을은 피난민들이 정착한 후 동양화학이 들어오면서 점점 활성화가 되었다. 세월에 흐름에 맞게 조금씩 고쳐가고 있지만 옛 모습 그대로 골목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다.

마을 만들기를 하며 지저분한 마을을 하나씩 바꿔 온 유대표는 오래돼 까맣게 변해버린 골목에 색을 입히고, 생활예술을 접목하고, 도시가스를 끌어오며 마을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나서 해결해 나갔다.

정말 시간이 빠른 것 같아요. 2013년부터 골목을 엄청 많이 다녔어요. 마을에 꽃을 심고, 페인트칠을 하고, 조형물을 설치하며 내 몸은 많이 상했지만 참 즐겁게 활동했어요. 버려지는 가구나 병뚜껑을 주어다 조형물을 만들고, 함께 밥을 나눠 먹으며 이웃이 아닌 가족이 되었습니다" 유 대표의 말이다.

 

왼)생활미술

 

노적산 호미마을은 햇빛발전소로도 유명하다. 마을 주민이 힘을 합쳐 협동조합을 만들고 햇빛발전소를 건설했다. 마을 전체에 햇빛 발전기를 설치하려 하였지만 여러 행정적 조건으로 진행되지 못하였다. 어떤 것 하나 쉽지 않았다.

지금이야 인식이 많이 좋아졌지만 처음에는 오해도 많이 받았어요. 전체를 자원봉사로 진행하는 건데 돈을 받았다는 소리도 듣고… 그럴 때 참 속이 상했지만 그냥 넘겼습니다. 제가 10년 넘게 마을 만들기 사업을 하고 있는데 이제 처음하는 분들이 오시면 말려요... 인건비도 없고, 내 돈도 많이 들어가고, 시간도 노동도 많이 들어가는 일이라 서요. 앞으로는 전체를 자원봉사 해야 하는 활동은 이제 개선되어야 합니다. 활동가들의 처우도 개선되어야 하고요. "

노적산 호미마을에는 여러 이색적인 것들이 눈에 보였다. 아직도 마을에 우물이 있고, 학생들이 와서 체험을 하는 곳. 오래된 이발관, 버려진 도마를 이용하여 그림을 그려 놓은 곳, 여러 어르신들이 힘을 합쳐 생활예술을 만들고 골목골목 예쁜 벽화를 그려 놓은 것이 정겹게 느껴지는 곳이었다.

우리 마을은 고령화 마을이에요. 다 연세 드신 분들이세요. 처음 같이 활동하시던 분 중에 몇몇 분은 돌아가셨어요. 예전에는 이 골목을 서울에 편집샵이 있는 골목처럼 다양한 상가들이 생겨나면 좋겠다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너무 고령이 되셔서 가능할지 모르겠어요.” 유대표의 얼굴에서 아쉬움이 묻어났다.

 

노적산

 

유대표는 행정에서 마을만들기 담당자는 좀 오래 할 수 있는 분으로 했으면 좋겠어요. 익숙해 질만하면 다른 부서를 가고 하니까. 또 초화도 이렇게 하는 건 낭비예요 야생화로 한번 뿌려 놓으면 여러해살이들이 있는데 매년 왜 이렇게 꽃을 사서 버리는지 모르겠어요. 늘 함께 해 주시는 마을 분들에게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힘내서 함께 해주시길 바랍니다."라고 전했다.

시대에 따라 마을은 더 좁은 공간에 더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 신도시라 하여 새로 생겨나는 마을에는 다양하고 새로운 최첨단 설비들이 들어가지만 오래된 마을은 방치되는 것이 사실이다

신도시에 다양한 정책지원으로 여러 여가시설이 들어가는 것 만큼 구 도시에도 새로운 여가시설과, 정비시설들이 들어가야 구도심에 사는 사람들이 불편함을 겪거나 소외감이 들지 않는다. 성냥갑처럼 비슷비슷한 아파트, 장벽처럼 높기만 한 아파트로 가득 차는 세상이 아닌 다양성이 존재하는 마을들이 많아지면 또 다른 문화 자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