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중대재해 39건, 2024년의 바람

[노동칼럼] 김은복 / 노무사, 민주노총인천본부노동법률상담소

2023-12-14     김은복

 

안전난간 없이 경사진 옹벽 위 전기차 충전설비 공사. 안전조치 없는 현장, 자신의 안전이 감독받지 못하는 작업방식이 어쩌면 그 노동자에게 일상이었을지 모른다. 7m가 넘는 옹벽 아래로 추락해 생을 달리하게 될 줄도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그 사고 이후 그의 일상은 정지됐고 그 가족의 일상도 전과는 달라지지 않을까 걱정이 든다. (11월 22일 연수구 소재 고등학교 전기차 충전시설 공사현장 중대재해. 교육청 발주공사)

고가도로 방음터널 보수공사. 깨질 수 있는 아크릴 재질의 지붕에서 작업을 하지만, 몇 평 안 되는 작업대차 말고는 안전하게 발 디딜 수 없는 곳. 지붕 그 아래, 작업대차 옆은 자동차가 무섭게 지나다녀 용변을 보러 가는 일 조차 목숨을 걸고 지붕 위를 아슬아슬하게 건너야 하는 곳. 그곳에서 아크릴 지붕이 깨지며 노동자가 떨어져 사망했다. 그리고 그와 그 가족의 일상도 달라졌을 것이다. (11월 9일 동춘고가 방음터널 지붕 공사현장 중대재해. 인천시 발주공사)

작년 10월 경기도 안성시 저온물류창고 신축현장에서 3명의 노동자가 사망하고 2명이 크게 다쳤던 거푸집 붕괴사고의 원청 회사. 영업정지를 받았지만 그 건설업체의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져 계속 사업을 했다. 그러나 올해 지난 10월 경기 시흥시 물류센터 신축현장에서 또 다시 노동자 추락 사망했다. 또 11월22일 인천 검단 아파트 신축현장에서 안전난간 부실로 추정되는 11층 추락사망 사고가 다시 이어졌다. (LH발주공사. SGC이테크건설 시공)

2022년1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1호 사업장으로 알려진 레미콘 제조업체. 그 인천 해사(바닷모래) 채취사업장에서 컨베이어 유압호스를 수리하던 외주 업체 소속 노동자는 60%가 넘는 신체에 화상을 입었다. 유압호스의 기름이 분출해 산소절단기 화염과 만나 엄청난 화상을 입었다. 회사는 119를 부르지 않은 것 같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재판이 진행되는 걸 염두에 두었기 때문일까? 언론은 이 회사의 상호를 거론하지 않고 있다. 사고원인은 처음 그 노동자가 산소절단기로 유압호스를 절단하려다 화상을 입었다고 전달됐다. 작업자 잘못이라는 뉘앙스다. 작업지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컨베이어가 돌아가던 중에 수리작업을 한 것인지, 무리한 업무독촉은 없었는지 알려지지 않고 있다. 깜깜 무소식이다. (10월30일 사고 발생. 11월30일 사망. 해사사업소 중대재해)

10월21일 남동공단에 건축자재 생산공장에서 전단기(금속 등을 칼날로 전단하는 기계) 점검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사망했다. 갑자기 전단기가 작동한 것이다. 10월19일에는 인천 중구 북성동 합판제조공장 하청 소속 노동자가 사망했다. 윤활제를 주입하다 설비가 작동하면서 사고가 발생했다. 10월12일 50인 미만 산업용 트럭 제조사업장에서 도장작업자가 작동 중이던 대형 크레인의 레일과 벽 사이에 끼어 사망했다. 10월11일 인천 서구 연희동 오피스텔 공사현장에서 60대 중국인 노동자가 지하2층에서 지하3층으로 떨어져 사망했다. 슬라브 기둥의 빈 자리를 합판으로 대충 덮어 놓았고 그리로 떨어졌다. 원청은 22년 이후 중대재해 5건의 대우건설, 그 하청은 작년 인천 주안1구역 공사 중 타워크레인으로 벽돌 인양 중 밑에 있던 노동자가 벽돌에 맞아 사망한 백광도시개발이다.

필자가 참가하여 활동하는 인천지역 중대재해대응 사업단이 파악한 바로는, 인천지역에서만 2023년 1월 ~ 6월에 15건(월평균 2.5건), 7월에 6건, 8월에 2건, 9월에 5건, 10월에 8건, 11월에 3건(월평균 5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이에 바란다. 2024년에는 노동자, 자영업자, 사장, 공무원, 시민 모두가 일상이 주는 행복에 감사하며 다시 그 일상을 이어가길 바란다. 그리고 그 일상을 무참히 끊어버리면서도 사죄하지 않고 굳건히 버티는 효율의 논리, 돈의 논리가 아닌 그 반대 방향의 안전과 인권의 논리가 보다 충만하기를 바란다. 그것이 현실에서 집행되는 세상이기를 바란다. 그리고 산업안전보건법의 원청의 책임을 면하게 해주는 개악,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을 늦추는 개악이 없길 바란다.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책임 있는 자들에게 솜방망이 벌로 가볍게 면죄시켜주는 검찰과 법원이 개과천선하길 바란다. 그렇게 되도록 우리 모두가 뜻을 모으는 2024년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