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이싱(宜興) 자사호 문화탐방에 오르다

며느리와 함께 한 3박4일간의 행복여행

2023-12-21     허회숙 객원기자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12월 15일 새벽 중국 이싱 자사호 문화탐방 길에 올랐다.

이싱(宜興)은 난징, 상해와 인접해 있는 자사호(紫沙壺)의 고장이다. 자사호란 붉은 모래 산의 돌을 갈아 만든 다기(茶器)를 말한다.

이싱은 7천여 년의 도자기 역사를 자랑하면서 도기(陶器)의 수도라 일컬어진다.

이 곳에는 1,200만평 이상의 다원(茶園)이 있고 대나무 바다(竹海)가 8백리를 달린다.

인구 125만 정도인 이싱은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미국 포브스(Forbes)잡지가 선정하기도 했다.

2011년에는 중국에서 ‘최고의 행복감을 주는 도시’가운데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1인당 평균소득이 2016년 기준 약 2만 불에 가깝다.

 

 

이싱에 이르면 서쪽으로 길게 산맥이 흐르고 동쪽으로 커다란 호수인 태호가 있다. 그 외에도 이싱 안에 많은 호수가 있고, 운하가 바둑판처럼 시내를 관통한다.

이싱 곳곳에서 출토된 흑도와 홍도 계열의 도자기들은 이 지역의 오래된 문명을 보여준다.

이 많은 도자기들은 난징박물원에 전시되어 있다. 중국에서는 박물관보다 규모가 큰 곳을 박물원이라 부른다.

90주년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난징박물원 관람이 이번 여행의 첫 번 째 코스다.

 

 

필자는 평소 차나 다기(茶器)에 대해서 별로 관심도, 아는 바도 없었으나, 며느리 혜주가 차문화 컨텐츠를 연구하면서 얼마 전 ‘차 읽어주는 여자’라는 공방을 차렸다.

며느리와 단둘이 며칠간 함께 자면서 여행하는 것이 처음이어서 다소 걱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기회에 서로 깊이 이해할 수 있고, 다향(茶香)과 함께 힐링도 되는 좋은 기회인 것 같아 며느리와 함께 가예원 회원들의 문화탐방에 기꺼이 참여했다.

인천 공항을 떠난지 2시간 40분 만에 난징공항에 도착한 후, 난징박물원(南京博物院)으로 향했다.

난징은 1356년 명나라를 세운 주원장이 난징이란 이름을 지으면서 수도로 정한 곳이다.

아직도 타이완(중화민국)의 실제 수도는 타이베이지만 명목상 수도는 난징으로 되어 있다.

 

 

1933년 개관 당시 ‘난징박물원’은 대영박물관(영국)과 루브르박물관(프랑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1948년 국민당이 타이완으로 퇴각하는 과정에 국보급 유물 대부분이 옮겨졌지만 난징 박물원은 여전히 중국에서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박물관이다.

총 40만 점의 문물이 전시돼 있고 그중 10여 점이 국보급이다. 총 6개 테마인 역사관, 기획전시관, 예술관, 디지털관, 민국관, 무형문화관으로 나뉘어 있다.

모두 지하로 연결되어 이동하기 편리하다. 비가 내리는 날씨였으나 수많은 관람객들로 박물원안은 열기로 후끈했다.

 

새벽에 인천공항에 집합하여 출발한 후 난징박물원에서 몇 시간 동안 인파에 시달리며 관람을 하느라 피곤해진 몸으로 저녁식사를 하러갔다.

현지 식으로 냉채 10채, 열채 12채, 본 음식이 10여 가지 이상 나오는 대단한 메뉴였다.

 

 

식사 후 버스에서 자면서 졸면서 2시간 정도 이동하여 이싱의 띵산국제호텔(丁山國際酒店)에 도착했다.

쾌적한 일급호텔에서 3일간을 묵게 되니 긴 하루의 피로가 어디론가 날아가는 듯 했다.

다음날 아침의 호텔 부페는 메뉴도 맛도 풍성하고 훌륭했다. 며느리 혜주는 어린애같이 흥분해서 신기하고 맛있는 음식을 나에게 가져다주느라 바쁘다.

둘째 날 이싱도자박물관 관람, 범가호장(范家壺庄)과 용덕당(龍德堂) 방문, 그리고 강소성 공예미술대사 오숙영 작가 공작실 탐방도 놀라운 경험이었다.

 

 

자사호에 문외한이었던 내가 조금은 개안이 되는 기분이었다.

가는 곳마다 다실에서 마시게 되는 향기로운 차 덕분에 어제 오늘 먹은 수십 종의 기름진 중국 음식이 개운하게 소화되는 것이 신기했다.

셋째 날 오전, 근대 자사 문화의 산실인 자사 1창, 이싱 서편 양선풍경구 코스, 당나라 황실에 진상됐던 이싱(양선) 차 현장인 양선차창을 방문했다.

 

 

죽해음식으로 점심을 마친 후 800만평 대나무의 바다, 죽해(竹海) 해저 부근 산책을 했다. 죽해에 들어서니 별유천지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이번 문화탐방의 마지막 코스인 자사 역사 문화유적지인 촉산노가(蜀山老街)와 용요를 찾아 본 후 호텔에 마련된 자사호 명인들의 전시품을 보고, 사고 싶은 다기도 구입하면서 마지막 날 밤을 보냈다.

 

 

자사호의 오묘한 미를 조금씩 깨달으며, 가는 곳마다 향기로운 차를 마시면서 며느리와 속 깊은 대화로 보낸 3박4일간의 문화탐방은 나에게 큰 기쁨을 주었다.

그러나 귀국 다음날 아침 며느리가 보내온 문자는 나에게 가장 큰 은혜로움이었다.

「어머님, 지난 3박4일은 꿈만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결혼 전의 시간은 차치하더라도 결혼하고도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이렇게 어머님과 단둘이 시간을 보낸 건 첨인 것 같습니다. 농반진반 우려하던 태환 씨와 다르게 저는 너무나 기대되고 설렜던 시간입니다.

자사호의 고장 이싱여행이란 점도 저를 유혹하기엔 모자람이 없었지만 무엇보다도 올해가 가기 전에 어머님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라 더 그러했네요. 품어주시고 손 내밀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처음 뵈었을 때 어머님은 상당히 열린 마음으로 저를 배려해 주시고 인자한 모습으로 반겨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게다가 겁이 날 정도로 능력 있으시고 진취적이라 존경을 넘어 멘토로 여길 정도였습니다. 그런 어머님이 제 남편의 어머님이란 게 더할나위 없이 자랑스럽고 감사한 일이었어요. 태환 씨가 운이 좋다하지만 그런 남자를 남편으로 두고 있는 제가 몇 배 더 운이 좋은 것 같은데, 맞지요? ㅎㅎ

꼭 붙어서 지난 시간들을 브리핑했는데도 아직 다 못 나눈 얘기들이 많은가 봅니다.

아이들 얘기라면 가장 즐겁고 행복하게 들어주시는데 저는 그 아이들을 늘 보고 있으니 전할 말씀이 3박4일로 끝날 리가 없지요~ 요는 우리 아이들은 저보다 더 운이 좋고 행복한 아이들이란 겁니다. 양가 조부모님들이 이렇게 울타리가 되어주시고 건재하시니 이런 복이 또 어딨겠어요. 아이들이 그 감사함 늘 느끼고 있고 저희 부부 또한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행기간 동안 신나고 들뜬 마음에 옆에서 재잘대는 거 들어주시느라 수고 많으셨구요, 큰 선물 감사합니다. 오랜 고민 끝에 오픈한 연구소이긴 하나 어떻게 이끌어 갈지 생각이 많았는데 덕분에 큰 그림 그리고 많이 배우고 왔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사랑합니다. 적다보니 글이 너무 길어 졌네요^^ 오늘 서울 모임 잘 다녀오시구요. 무리하지 마시고 며칠 여독 잘 푸세요~」

이번 자사호 문화탐방은 2023년 대미를 장식한 가장 큰 축복이고 감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