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소통과 나눔의 글마당] 최장남 / 인천노인종합문화회관 소통의 글쓰기반
2023-12-28 최장남
시민의 신문 <인천in>이 인천노인종합문화화관과 함께 회원들의 글쓰기 작품(시, 수필, 칼럼)을 연재하는 <소통과 나눔의 글마당>을 신설합니다. 풍부한 삶의 경험에서 우러나오고, 글쓰기 훈련을 통해 갈고 닦은 시니어들의 작품들을 통해 세대간 소통하며 삶의 지혜를 나눕니다.
내 이름은
- 최장남
웃을 수밖에 없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지금은 소개할 때마다 웃으면서 얘기하지만
지난날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리기도 하죠.
저는 지독한 최씨 가문의 최 장남입니다,
이렇게 나를 소개하면 묻는 질문이 모두 똑같아요 여자인데 왜 장남 인가요?
그 때마다 난 답하기가 참으로 힘들었답니다,
우리 어머니가 출산한 자식은 여덟 남매
첫째와 셋째가 아들이었는데 둘 다 사변 때 홍역으로 잃었답니다.
그러다보니 딸 여섯 자매 속에 내가 다섯째가 되었어요.
태어나면서부터 또 계집이야!
하는 어른들 반응에
윗목으로 밀려난 구박덩이였지요.
그때부터 이름도 없이 일 년이 흘렀습니다.
6.25사변이 터지기 3개월 전에 인구 조사가 나왔습니다.
윗목에 밀려나 있는 갓난아기의 울음소리에
면사무소 직원이 사정을 듣고는 그 날짜로 생년월일을 정하고
아들 보라고 긴장 자의 ‘장長’과 남자 남의 ‘남男’ 자로 이름을 지워줬답니다.
내가 초등학교 입학할 때
이름으로 놀림 받을 수 있다고 언니들이 아버지께
정정신고 하는 게 어떻겠는냐 제안을 했답니다,
면사무소 다녀오신 아버지 말씀1
수수료 낼 돈이 없어서 다른 이름으로는 바꾸지 못하고
돈이 안 드는 한문으로만 바꿨답니다.
반쪽서옥 ‘옥玉’자에 남녘 남 ‘남南’자
남쪽에 구슬이 있어 빛을 볼 수 있다나요?
참 이상하지요? 그래서인지 이름대로 지금까지 제가
우리 집안의 장남 맏아들역을 톡톡히 하고 있으니 말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