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고을' 인천의 특색이 살아있는 두부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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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고을' 인천의 특색이 살아있는 두부 요리
  • 유영필
  • 승인 2024.04.24 0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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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유영필 약사의 인천 맛집탐방]
(13) 신포동 두부 맛집 '맛고을'

 

날이 추워지면 항상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 뜨끈한 순두부다.

나의 어린 시절 아침이면 리어커에 순두부를 싣고 다니면서 한 그릇씩 파는 아저씨가 동네에 오셨던 기억이 난다. 술을 드시곤 했던 아버지는 그 순두부 한 그릇으로 해장을 하시고는 하셨다. 그 덕에 나도 그 순두부를 먹었다. 지금도 아파트에 두부를 팔러 오는 트럭을 보게 되면 그 시절이 생각나곤 한다.

지난 1월의 어느 날 2명의 친구와 함께 신포동에 있는 두부 맛집을 찾아가게 되었다.

친구가 소개해준 집은 '맛고을'이다. 역사도 오래된 곳이고, 두부는 주인아주머니께서 직접 만들어 파는 집이라고 소개해주었다.

이 집의 위치는 필자가 결혼 전까지 살았던 동네였고 지금까지도 내 동생 가족과 아버님이 살고있는 동네이기도 하다. 나중에 동생에게 물어보니 아주 유명한 맛집이라고 일러주었고, 물론 아버님도 잘 알고 있는 집이라고 하셨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필자는 워낙 두부 요리를 좋아해서 일부러 두부 맛집을 찾아 동네 두부 맛집은 물론이고 영종도, 강화도, 전주 등등 유명한 산 근처 두부 맛집을 다니기도 했고 좋은 곳에 가면 두부 요리를 주문하기도 했다.

신포동에서 친구들과 만나서 같이 맛고을로 향하던 중 나의 머릿속에서는 약간의 걱정이 생겼다. 두부 맛집을 찾아다녔던 나로서는 과연 가까운 곳에 있는 두부집이 괜찮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기대반 걱정반의 마음을 가지고 드디어 맛고을에 도착했다.

셋은 탁자에 앉아 주문을 했다. 메뉴판을 보니 전부 다 먹고 싶었으나 먹는 양에 한계가 있어 엄청 고민 끝에 두부전골, 두부조림, 그리고 조금은 생뚱맞은 황태구이를 주문했다. 셋이 먹기에는 조금은 과한 양이지만 여러 가지를 맛보고 싶은 욕심에 주문했다.

 

메뉴판(좌), 밑반찬(우)

 

잠시 후 밑반찬이 나왔는데 깜짝 놀랬다. 가자미구이가 한 사람당 한 마리씩 총 3마리가 나왔다. 생선을 좋아하는 나는 너무도 기분이 좋아졌다. 메인요리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맛있을까 없을까 하는 걱정은 별거 아닌(?) 가자미구이에 완전히 사라졌다.

그러고보면 사람 마음이란 것은 조그마한 친절과 약간의 서비스에 쉽게 감동을 받는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주변 사람에게 조금의 친절과 배려를 베푼다면 이 세상이 지금보다 더 편하고 아름다운 세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가자미구이 외에도 건새우 볶음, 콩나물 무침, 나물 등이 나왔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속이 꽉찬 구성이란 생각이 들었다.

 

두부전골
두부전골 (끓인 후)
두부전골 (끓인 후)

 

드디어 두부전골이 나왔다.

팽이버섯, 표고버섯, 야채에 낙지, 조개 등이 두부를 숨기고 있었다. 자글자글 끓는 전골에 수저를 넣어 국물을 떠서 호호 불은 후 입안에 넣으니 오잉? 이게 뭐지? 

그 국물의 맛이 고소함은 물론이고 시원함이 대단했다. 그리고 다 익은 두부와 함께 먹으니 이곳이 왜 맛집인지를 알게 해주었다. 일반적인 두부의 부드러움과는 거리가 있었다. 약간은 거친 느낌의 두부는 전골 국물의 시원함에 어우러져 입안에서 원 두부의 고소함과 단맛을 느끼게 해주었다.

 

황태구이
황태구이
두부조림
두부조림

 

곧이어 나온 황태구이를 수저에 올려진 두부와 함께 먹으니 황태구이의 매콤 달달함이 전골의 맛과 어우러져 생긴 새로운 맛이 나의 입안을 몹시 즐겁게 해주었다.

잠시 후 나온 두부조림은 나를 과거로의 여행으로 이끌어 주었다.

나의 초등학교 시절! 얼마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께서 해주셨던 양은 냄비에 고춧가루와 마늘, 간장등으로 양념을 하고 대파를 얹은 두부조림이 생각이 났다. 그 시절의 맛은 기억에서 희미해졌으나 눈앞에 있는 두부조림을 보니 어머니의 손맛이 그리워졌다.

짭쪼름함과 약간의 매콤함이 섞인 두부조림은 이 집의 특별한 두부의 고소함이 양념과 합쳐져서 무언가 큰 일을 할 것같은 느낌을 주었다. 마치 스폰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학생이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아들여 큰 인물이 되듯이 거친 두부가 최고의 양념을 빨아들여 멋진 맛을 만들어내는 것 같았다.

 

흰순두부백반
순두부백반

 

그리고 필자는 2주 후에 집사람과 순두부 백반을 먹기 위해 다시 방문했다. 집사람은 순두부 백반 나는 흰 순두부 백반을 주문했다. 흰 순두부 백반은 지금은 없어진 영종도에 있었던 '행복한 두부'에서 먹었던 그것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행복한 두부'에서는 흰 순두부에 양념간장을 넣어 먹는 것이었던 반면, 맛고을 흰 순두부는 강화도 '토가'에서 먹었던 새우젓 순두부 맛에 가까운 맛이었다. 새우젓의 짭쪼름한 맛이 순두부의 고소함을 더 부각시켜 주는 듯했다. 깔끔한 흰 순두부의 맛은 같이 들어있는 바지락의 향과 어우러져 집에 와서도 생각나는 맛이었다.

 

새우젓이 보이는 흰 순두부
새우젓이 보이는 흰 순두부

 

집사람이 주문한 순두부는 일반적인 빨간색의 순두부찌개였으나 여느 집과는 다른 시원함이 더 추가돼 있었다. 아마도 새우를 넣어 만든 육수에서 시원함이 오지 않을까라고 추측을 해본다. 대략 10년 전쯤 친구 부부와 함께 무주, 진안을 여행한 적이 있었다. 오는 길에 저녁 식사를 이 지역에서 나름 유명한 화심 순두부를 먹은 적이 있었는데 그 맛 또한 훌륭했지만 나는 맛고을 순두부에 손들어 주고 싶었다. 다른 맛은 거의 비슷했으나 순두부 국물의 깔끔한 맛은 나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다.

이 집은 2000년부터 지금의 주인아주머니께서 계속 운영해오고 계신다고 한다. 그런데 사실은 1950년대에 주인아주머니의 시어머니께서 피난 오셔서 쭉 운영해오시다가 90년대에 10년간 쉬었다가 지금의 주인아주머니께서 2000년에 다시 오픈하신 거라고 한다. 그러니 실제로는 50년이 넘은 집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 50년이 넘는 세월 속에 묻어난 두부 요리의 맛은 너무도 훌륭했다. 결코 세지 않은 간으로 두부 특유의 식감과 고소함을 그대로 느끼게 해주는 맛을 보고 있노라면 흘러가는 세월의 아쉬움만을 탓할게 아니라 세월의 흘러감에 오히려 감사해야 될 것 같았다.

다른 지역에서 먹어보지 못한 인천의 특색이 살아있는 두부 요리를 맛보고 나니까 내가 내 주변을 너무 몰라봤구나 하는 생각에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나의 고향 인천에 이런 두부를 직접 만들어 멋진 두부 요리를 만드는 집이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낀다. 두부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이곳 맛고을에서 어머니 품 같은 포근한 맛을 느껴보시길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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