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의 기후위기 대응: 지속가능한 솔루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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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의 기후위기 대응: 지속가능한 솔루션은?
  • 이지나
  • 승인 2024.04.29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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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정책,듣다]
이지나 / 온실가스 컨설턴트

나에겐 이런 느낌이다.

이제 겨우 이차방정식을 풀 수 있는 정도의 학생에게 미적분을 설명하고 이해시키면서 끊임없이 계속 문제를 던져 주는 느낌.

정해진 기한조차 없으며 심지어 구구단도 미쳐 못 외운 학생에게까지도, 그리고 문제를 나눠주고 있는 나조차도 그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나 할까?

 

 

기후위기라든지, 탄소중립이니, RE100 이런 것들을 일반 시민들에게 이야기할 때면 가끔씩 이런 생각이 든다.

꽤나 불편하고 지루한 것들을 지속적으로 해내야 하는 게 환경을 지키고 아끼는 길이다. 불편함이 쌓이고 심지어 비용과 시간이 추가적으로 들어가는 일들을 계속적으로 해내려면, 이해시키고 세뇌시키고 감동시켜야 한다.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환경 커뮤니케이터의 역할이다.

환경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은 이런 식이다.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는 마치 밀린 숙제와 같은 것, 한 번 정도는 괜찮지만 되게 불편해요.”

환경 관련 교육을 처음 시작하게 됐을 때는 그다지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전엔 과학을 전공하고 학생들에게 과학 지식을 전달하는 일을 꽤나 오랫동안 나름 잘 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교실에 앉아 있는 것은 같았으나, 동기가 달랐다.

과학 문제를 잘 풀어내기 위해 나의 수업을 듣던 친구들과, 어쩔 수 없이 교육 과정상 앉아 있는 친구들의 동기가 달랐으니까(물론 나의 교수법에도 문제가 있었겠지만). 나에게는 꽤 충격적이었다. 내 시간과 에너지가 낭비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기에 교실에서 진행되는 환경수업은 더 이상 진행하지 않게 되었다. 그 대신 마을공동체를 통해 일반 시민들을 만나게 되었다. 공공기관과 정부의 정책으로 이루어지는 환경 커뮤니케이션은 환경 이슈에 대한 이해를 돕고 친환경적 행동을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물론 교실 속 친구들 때보다는 상황은 좋았지만, 때때로 환경 커뮤니케이터라기 보다 문화센터 강사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았다. 환경교육에 참여하는 시민들에게 제공되는 친환경이라는 이름의 체험활동이 주가 될 때가 많았기에.

시민들에게 풀고 싶지 않은 미적분 문제를 풀게 하려면 당연히 당근이 필요하다. 그건 어찌할 도리가 없는 거니까. 문제는 나에게 어떤 확신이 필요했다는 거다. 내가 미적분 문제에 대한 이해도가 적다 보니, 좀 더 쉽고 즐겁게 설명해 주지 못한다고나 할까?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사람들이 기후변화의 과학적 사실을 인지하고 이에 대처하기 위한 친환경적 행동을 지속적으로 취하게 할 것인가 ?’

국제연합환경계획 UNEP와 영국의 커뮤니케이션 전략 연구소인 FUTERRA에서 공동으로 펴낸 지속 가능한 발전 관련 커뮤니케이션 전략보고서(UNEP & FUTERRA, 2005)는 환경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점점 더 정교하고 세련되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 보고서는 지속가능한 발전이 인류가 공동으로 추구해야 할 미래이며, 이를 위해 사회 각 구성원들이 다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골자로 커뮤니케이션의 목표를 정하고 이러한 메시지 전달을 위해 피해야 할 오류들과 효과적인 원칙들로 구성된 커뮤니케이션 지침서를 제안한다. 영국 정부의 지원으로 연구된 <게임의 법칙>이라는 제목의 한 보고서는 기후변화와 관련된 커뮤니케이션의 원칙들의 필요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FUTERRA, 2005).

기후변화와 관련된 커뮤니케이션은 게임을 하는 것과 같다. 게임의 법칙은 우리로 하여금 이 게임에서 ‘이기도록’ 도와줄 것이다.

소비자 행동, 마케팅, 행동 변화 등에 대한 기존 연구물들의 결과를 종합하여 탄생한 게임의 법칙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1. 기존의 습관들을 버릴 것(‘아이들의 미래’와 같은 문구는 먹히지 않는다)

2. 기후변화 현상의 반대자들을 무시할 것

3. 인간은 합리적이지 않다

4. 정보만으로는 부족하다

5. 설득하기 전에 사람들의 머릿속에 최우선의 이슈로 만들 것

6. 직접적, 간접적 전달 방식을 모두 활용할 것

7. 기후변화 경감을 긍정적인 것, 바람직한 것, 하고 싶은 것과 연결 시킬 것

8. 사람들을 활용하여 사회적 학습을 촉진할 것

9. 인지적 불일치의 효과에 주의할 것(태도와 행동이 어긋날 경우 사람들은 태도를 바꾼다)

10. 기후변화에 대한 명확하고 일관된 설명을 추구할 것

11. 정부정책과 커뮤니케이션도 일관될 것

12. 행동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 행동 지침과 인프라를 구축할 것

13. 저 멀리 있는 문제가 아닌 ‘우리 가정의’ 문제로 만들 것

14. 기후변화 경감 행동들이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들 것

15. 사회집단별 차별화된 전략을 취할 것

16. 신뢰감 가는 목소리를 찾을 것

17. 감성과 시각에 호소할 것

18. 언제나 맥락이 중요하다

19. 오랫동안 지속되어야 한다

20. 협력자가 있다면 더욱 성공적이다

 

소수의 환경커뮤니케이터가 담당하기에는 꽤나 어려운 법칙이다. 그렇기에 마을공동체가 나서야 한다. 기후위기대응은 주민들의 인식과 참여가 중요하다. 하지만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거나 관심이 없는 경우, 마을 내에서 환경프로젝트를 추진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또 다양한 이해관계와 협력이 필요하며, 종종 시스템의 한계와 구조적인 어려움에 부딪힐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조직화된 마을공동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그렇기에 여러 지자체에서 탄소중립 실천 마을공동체 지원사업을 시행하는 것이지 않을까 싶다.

 

 

인천은 지난 2023년에 처음 이 사업을 시작했다. 환경부, 인천광역시가 진행하는 탄소중립 생활실천 마을공동체 지원사업을 위해 인천기후환경네트워크에서 환경교육 관련 종사자 중 선도사업 활동가를 양성하고, 2011년부터 비산업부문에서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 150세대 이상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그린아파트 인증제'를 실시하고 있는 부산도 직접 다녀왔다.

 

 

3년간 호기롭게 진행하던 탄소중립 생활실천 마을공동체 사업은 현 정부의 환경부 예산 삭감으로 1년 만에 좌초되고, 인천시 단독 예산으로 2024년 인천광역시 탄소중립 기후시민 공동체 사업으로 변경되었다.

마을공동체의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마을 주택과 공공시설에서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저전력 가전제품 도입, 건물 절연 개선, LED 조명 교체 등을 통해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할 수 있을 것이다.

재활용 및 분리수거 시스템을 강화하여 자원을 절약하고 폐기물 처리의 친환경적 방안을 도입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개인 자동차 사용을 줄이고 대중교통을 활성화하여 도시 내 교통량을 감소시키는 것 또한 해야 하는 일이다. 대중교통 인프라를 확충하고 자전거 도로를 조성하여 친환경적인 이동수단을 보다 활발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마을 주민들의 기후 위기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지역 커뮤니티 활동과 교육 프로그램, 기후 관련 워크숍, 세미나, 행사를 통해 주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지식도 확산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기후변화의 ‘규모’와 우리가 취할 수 있는 ‘행동’ 사이에 거리감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만 한다. 기후위기대응이 일반 시민들에게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나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는 숙제처럼 다가가지 않으려면 효과적인 의사소통 전략 수립으로 사람들에게 변화를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과 에너지를 불어 넣기 위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기후변화라는 불가능해 보이는 난관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한 사람의 비범한 영웅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작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주어야 한다. 기후변화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행동의 변화와 실천들이 단지 의무나 강요가 아니라 ‘바람직한’ 것으로 다가갈 필요가 있다.

<게임의 법칙> 보고서에서처럼, 기후변화 경감 행동들이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들고,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협력자가 있으려면 마을공동체의 활동들이 즐겁고 재미있어야 한다.

기후대응을 위해 만들어진 공동체가 아니라, 이미 즐겁고 재밌는 활동을 하는 공동체들이 바람직한 친환경 활동으로 다가갈 수 있게 지자체의 전폭적인 지원이 더 필요할 것이다.

잠시 MBTI 이야기로 넘어 가보자. 극명한 T, 극명한 F 두 사람이 서로의 관점을 이해하기까지 굉장한 수고가 필요하다. 하물며 기후위기문제는 불확실성이 높고, 해결 대안이 갈등 당사자 간에 합의가 이루어지기 어렵게 나타난다. 그렇기에 지역의 특성과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조정되어야 한다. 다양한 참여자들의 노력과 협력이 필요하며, 지역 사회의 의지와 지속적인 투자가 중요하다. 어떠한 마을공동체든 활성화 시켜야한다. 이를 위한 다양한 정책적 방안이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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