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적 해체 통한 가족의 참다운 의미와 사랑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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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적 해체 통한 가족의 참다운 의미와 사랑 메시지
  • 윤세민
  • 승인 2024.05.16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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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민의 영화산책] (21) 〈햄릿〉과 〈어미의 노래〉
- 윤세민 / 경인여대 영상방송학과 교수. 시인, 평론가, 예술감독

5월은 가정의 달이다. 5월 5일이 어린이날이고, 5월 8일이 어버이날이다, 인간의 관계 중에서 가장 기본이 가족 관계이다. 가족 관계 중 부모자녀 관계는 운명적 혈연으로 맺어져 조건 없는 애정을 주고받는 가장 가깝고도 기본적인 인간관계이다. 그러나 오늘날 이 가족 관계, 특히 부모자녀 관계가 점차 소원해지고 뒤틀려지고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적시하면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화제의 연극 두 편이 대학로 같은 극장에서 연이어 공연된다. 5월 가정의 달에 시공간을 달리하며 가족 공동체에 대한 그 근원의 의미와 메시지를 전하는 화제의 두 작품을 접해 보는 것도 꽤 의미 있을 것이다.

 

'햄릿' 포스터. 김동수의 '햄릿'은 기존의 텍스트를 존중하면서도 전혀 새로운 각색과 구성을 통해서 이질적이고도 현대적인 햄릿을 그린다.
<햄릿> 포스터. 김동수의 <햄릿>은 기존의 텍스트를 존중하면서도 전혀 새로운 각색과 구성을 통해서 이질적이고도 현대적인 햄릿을 그린다.

 

‘극단 김동수컴퍼니’ 30주년 기념작 〈햄릿〉

첫 번째 작품은 ‘극단 김동수컴퍼니’ 30주년 기념작인 <〈햄릿>이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햄릿>은 그의 4대 비극 중에서도 가장 유명하고 대중적이란 평을 듣는 걸작이다. 뒤틀려진 가족 관계 속에서 햄릿 왕자의 운명적인 고뇌를 처연히 다루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다른 비극들과는 달리 냉소적이고 풍자적인 기질이 강하다.

전통적인 <햄릿>은 12세기 덴마크 왕국 수도의 엘시노어 성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덴마크의 왕이 갑자기 죽은 후 왕의 동생 클로디어스가 왕위에 오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선왕의 왕비 거트루드와 재혼한다. 일련의 사건에 대한 의심과 어머니에 대한 원망에 사로잡힌 햄릿 왕자는 선왕의 유령을 통해 선왕이 동생에 의하여 독살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운명적이고도 처연한 복수를 시작한다.

김동수의 <햄릿>은 이러한 기존의 텍스트를 존중하면서도 전혀 새로운 각색과 구성을 통해서 이질적이고도 현대적인 햄릿을 그린다. 특히 모든 등장인물들의 내면, 즉 ‘행위의 합리화’와 ‘당위성’에 대한 ‘김동수의 레시피’로 버무린 ‘혼종(Hybrid)’과 ‘퓨전(융합)’의 햄릿을 탄생시키고 있다.

즉 훨씬 더 ‘자유’롭고, ‘재미’있고, ‘감동’까지 있는 햄릿을 재탄생시킨다. 특히 햄릿 배역에 대한 인물 설정을 ‘사려 깊고, 위트 있고, 잔인하고, 터무니없고, 폭력적이고, 격렬하며, 그러면서도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창조했다고 한다.

‘극단 김동수컴퍼니’는 지난 1994년 배우 및 연출가인 김동수에 의해 창단된 이래, 지난 30년 동안 수많은 작품을 무대에 올려온 명품 극단이다. 대표작인 <우동 한 그릇>과 <완득이>는 어린 청소년부터 연령을 초월한 모든 관객들에게 감동과 재미를 선사하며 극단 고정 레퍼토리로 자리매김 했다. 또한 지적 연극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슬픔의 노래>는 총 6차 공연을 통해 남명렬, 박지일 등 대한민국 탑클래스 배우들을 배출하며, 관객들의 지적 갈등을 채워주는 퀄리티 높은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극단 김동수컴퍼니’ 30주년 기념작인 <햄릿>은 김동수 각색, 연출로 강승원, 임수경, 김미나, 김 영, 이환의, 임설빈, 최 담, 송민찬, 구석훈, 이봉규, 김병순, 김아천 배우 등이 출연한다. 5월 23일(목)부터 26일(일)까지 대학로 드림씨어터에서 공연된다.

 

'어미의 노래' 포스터. ‘극단 민예’의 '어미의 노래'는 특별히 음악극 형식을 통해 우리 시대 어머니의 한과 사랑을 애끓는 소리와 연기로서 보여 줄 것으로 기대된다.
 〈어미의 노래〉 포스터. ‘극단 민예’의 <어미의 노래>는 특별히 음악극 형식을 통해 우리 시대 어머니의 한과 사랑을 애끓는 소리와 연기로서 보여 줄 것으로 기대된다.

 

‘극단 민예’ 51주년 기념작  〈어미의 노래〉

두 번째 작품은 ‘극단 민예’ 51주년 제160회 정기공연인 <어미의 노래>이다. 어머니의 사랑, 모성애의 위대함은 시대와 성별을 뛰어넘는다. 본격적인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대한민국. 오늘의 장노년층은 부모를 모시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식에게 버림받는 첫 번째 세대라는 우스갯소리가 아무렇지 않게 회자된다.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여행지에 노부모를 버리고 오는 현대판 고려장이 간혹 방송을 타고, ‘자식 얼굴을 돈 주고 봐야 하는 세상이 될 것’이라는 말에 공감을 하면서도 씁쓸해 한다.

<어미의 노래>는 이런 세태를 적시하며 풍자하고 있다. 일찍 과부가 되어 홀로 세 남매를 정성껏 키운 70대 ‘정님’이 일주일에 한 번씩 자신을 보러오는 자식손주들에게는 용돈을 두둑이 주겠다고 선언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평생 자린고비처럼 절약하며 살던 정님이 통 크게 내놓는 목돈의 출처와 행방이 궁금해진 자식들과 정님 간의 숨 막히는 오해와 갈등, 그리고 마침내 드러나는 뜻밖의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 우리들의 민낯 자화상을 통해, 진정한 부모 공경과 효도는 그저 자주 만나 서로 얼굴을 맞대고 소통하는 것임을 그리고 있다.

50년 반 세기가 넘도록 ‘우리 것’에 특별한 애정을 품고 천착해 온 극단 민예는 1973년 5월 3일 “전통예술의 현대적 조화와 연극을 통한 인간성 회복”을 목표로 창단하여 한국 연극사 및 예술사에 큰 획을 긋는 작업을 해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 동안 <꼭두각시놀음> <한네의 승천> <물도리동> <다시라기> <정읍사> <그것은 목탁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 <템프파일> <꽃신-구절초> 등 총 160회에 이르는 정기공연 작품들을 통해 작품상, 연출상, 연기상 등 대한민국 유수의 연극상들을 섭렵하며, 창단 시 목표를 꾸준히 실행해 오고 있다.

‘극단 민예’ 51주년 기념작인 <어미의 노래>는 특별히 우리 소리 위주의 음악극 형식으로 펼쳐진다. 특히 주인공 정님의 생일을 정월 대보름으로 설정해, 점점 잊혀져가는 정월 대보름 세시풍속을 우리 민요와 창작곡이 들어 있는 소리극으로 형상화하여, 관객들에게 즐거운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우리의 전통풍속이 흥겹고 재미난 요즘의 놀이로 재탄생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극에 담고 있다.

<어미의 노래>는 박경희 극작, 김성환 연출, 심영섭 음악으로 강선숙, 강상규, 이혜연, 최지혜, 김은채, 윤상현, 홍광표, 황정원, 송정아, 김시원, 최현섭, 박인아 배우 등이 출연한다. 특히 주인공 정님역의 강선숙 배우는 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춘향가 이수자로서 전국 판소리 명창대회 대상(2000년), 대한민국 연극제 최우수연기상(2018년) 등을 수상한 관록으로서 우리 시대 어머니의 한과 사랑을 애끓는 소리와 연기로서 보여 줄 것으로 기대된다. 5월 29일(수)부터 6월 9일(일)까지 대학로 드림씨어터에서 공연된다.

우연히 대학로 한 극장에서 연이어 펼쳐지는 <햄릿>과 <어미의 노래>는 시간과 공간을 달리하여 가족의 운명적 해체를 통해 가족의 참다운 의미와 사랑을 되새기게 한다. 가정의 달 5월에 가족이 함께 보며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에 젖어보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 되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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