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어렸을 때는 나라 사정이 무척 어려웠습니다. 전쟁이 끝난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시절이었던 탓이었을 겁니다. 쌀밥을 먹어본 기억이 많지 않았을 정도였으니 얼마나 가난했겠습니까. 또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포기해야만 하는 것이 다반사였습니다.
탁구를 하고 싶어도 탁구장에 갈 수 없었고, 기타를 배우고 싶어도 학원에 다닐 수도 없었고 기타를 살 수도 없는 형편이었습니다. 이렇게 자랐기에 부모가 되었을 때는 자식들이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라도 해주고 싶은 게 당연한 마음일 겁니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날은 자식들이 원하면 무엇이든 들어주는 부모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부모의 마음은 그렇다고 해도 자녀에 대한 부모의 사랑법이 올바르지 못하면 아이들을 오히려 불행한 어른으로 자라게 할 수도 있다는 게 많은 연구물들이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칫 성격장애로 인해 사회생활을 원만하게 해나가지 못하고 외톨이로 살아갈 수도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접한 이야기가 하나 떠오릅니다.
조선 시대에 김수팽이라는 충직하고 청백한 관리가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그가 세 살 되던 해 세상을 떠나고 어머니 홀로 남의 집 삯바느질을 하며 그를 키웠습니다.
무더운 여름날이었습니다. 어머니가 마루의 기둥을 고치려고 호미로 기둥 밑을 파내다가 그 속에 항아리 하나가 묻혀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 항아리에는 누가 숨겨둔 것인지 돈이 가득 들어 있었습니다. 오래전에 그 집에 살던 사람이 난리 통에 피난을 가면서 숨겨둔 것인지도 모릅니다.
몹시 가난했던 어머니는 그 항아리를 보았을 때 가슴이 울렁거렸습니다. 이 많은 돈만 가지면 집도 사고, 아들을 공부도 시킬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러나 어머니는 파낸 그 항아리를 본래의 자리에 그대로 묻어 두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아무에게도 항아리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얼마 후에 어머니는 그 집에서 이사했습니다.
아들이 자라서 처음으로 벼슬자리에 나가게 되었을 때 어머니는 비로소 그 항아리 이야기를 아들에게 해주었습니다.
“사실은 그때 그 돈이 있었다면 우리는 아주 편하게 살 수 있었단다. 그러나 나는 너를 위하는 마음에서 그 항아리에 손을 대지 않았어. 그 항아리로 인해 한때는 부자로 편하게 잘 살았을지는 모르지만, 사리에 맞지 않는 요행으로 얻은 돈이 우리에게 그 무슨 복을 가져다주겠느냐? 하나밖에 없는 내 자식이 요행이나 바라고 자기 할 일도 하지 않으며, 게으름뱅이가 될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란다. 그 돈에 손을 대지 않았어도 너는 참으로 맑고 깨끗하게 자라 오늘 이렇게 훌륭함에 이르렀으니 이 얼마나 고마우냐?”
이런 어머니의 사랑 방식 때문에 올곧게 자란 수팽은 사람들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의 곧은 뜻을 받들어 수팽은 그 당시 둘도 없는 충직하고 청렴한 관리가 되어 존경받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때와 지금의 세상은 무척이나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바로 부모의 자녀교육의 중요성입니다. 부모의 자식 교육의 핵심 중 하나는 ‘존재의 이유’입니다. 내 자녀가 훗날 어떤 역할을 하는 사람으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알게 해주는 것입니다. 수팽의 어머니처럼 옳다고 여기는 것을 자기가 먼저 실천하는 태도가 최고의 교육법이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