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예문 앞 지중해 요리 - 스페인의 다양한 맛 - 예약제 운영 신선한 재료의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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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예문 앞 지중해 요리 - 스페인의 다양한 맛 - 예약제 운영 신선한 재료의 승리
  • 유영필
  • 승인 2024.09.10 1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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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유영필 약사의 인천 맛집탐방]
(19) 스페인 요리전문 '휄리스'
인천 남동구 만수동에서 「성수약국」을 운영하는 유영필 약사의 맛집 탐방을 매월 연재합니다. 맛집 홍보가 아닌, 필자가 실제 오감으로 맛보고 현장에서 겪은 인상 깊었던 맛집을 인천지역을 중심으로 써나갑니다.  18회부터 인천의 외국 전문요리점을 찾아 연재합니다.

 

식당 입구(좁은 계단길)
식당 외관

 

* 필자 주 – 이 글은 원래 올 봄에 쓰여졌으나, 이후 해당 식당의 메뉴 구성이 조금 바뀌었다는 소식을 접한 뒤 일부를 보완해서 싣습니다.

 

봄기운이 완연한 4월의 어느 날! 벚꽃, 목련, 개나리가 계절이 바뀌었다고 알려주는 듯 흐드러지게 핀 나무들을 보면서 목적지에 도착했다. 스페인어로 ‘행복한’ 또는 ‘기쁜’이란 뜻의 휄리스 (Feliz)라는 식당이었다. 동인천역에서 자유공원 방향으로 올라오다 보면 홍예문 바로 옆에 있다.

사실 이곳은 필자의 모교 앞에 있기에 고등학교시절 수없이 걸어 다녔던 길이였다. 하지만 조금은 서운한 감정이 드는 길이기도 했다.

등굣길에 항상 지나치는 여자 고등학교가 있었는데 고등학교 시절 몸이 퉁퉁했던 나를 향해 “저기 돼지 간다” 하며 놀렸던 그 여고생들이 싫어서 종종 자유공원으로 돌아서 등교했던 추억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웃을 수 있는 추억이지만 그 당시에는 왜 그리 싫었던지 그 학교 교복을 입은 여고생을 보면 피하곤 했었다. 그 당시 여고생들도 “지금은 중년의 아주머니 아니면 할머니가 되었겠구나”라고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일종의 정신승리 또는 소심한 복수? ㅎㅎㅎ) 죽마고우(竹馬故友)의 부인이 그 학교 출신이라서 그 시절의 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우기도 한다.

그 시절의 추억을 뒤로하고 휄리스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식당 안까지 가는 좁은 계단 길은 영화에서 보던 유럽의 어느 계단길이 생각나게 했다. 지중해가 보이는 산 비탈길에 있는 좁은 계단 길로 수도원을 향해 오르는 모습이 연상되었다. 조금은 색다른 경험에 기분이 좋아졌다.

 

식당 내부

 

식당 내부는 보통의 서양식 레스토랑과는 약간 다른 마치 와인바 또는 공연이 가능한 무대가 있는 레스토랑을 느끼게 하는 모습이었다.

이곳은 쉐프님 1인이 하는 식당이었다. 따라서 사전 예약제로 운영을 한다. 종업원 한 명도 없이 혼자서 모든 걸 다 맡아서 하는 모습에 약간은 걱정스럽긴 했으나 사전 예약으로 한정된 손님만 받으니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쉐프님의 첫 인상은 분명히 한국 사람인데 약간은 다른 느낌이었다. 스페인 요리를 전문적으로 하는 곳이라서 선입견이 생겨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같이 간 친구 한 명도 “혹시 쉐프님이 남미 쪽에서 오래 살다 오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그 말에 다들 공감했으나 나중에 쉐프님께 여쭤보니 한국에서 계속 생활하셨고 청담동에서 20여 년간 서양식 레스토랑을 운영하셨다고 했다. 아무튼, 쉐프님의 약간의 특이한 외모 덕에 우리는 음식의 기대감이 더 높아졌다.

 

판 콘 토마테 (식전빵)
판 콘 토마테 (식전빵)(좌), 먹는 방법(우)

 

드디어 예약해 놓은 코스 요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먼저 나온 음식은 화이트 와인과 판 콘 토마테가 나왔다. 판 콘 토마테는 스페인어로 빵 위의 토마토란 의미를 지닌 식전 빵이었다. 테이블 위에 식전 빵을 먹는 방법이 놓여있어서 어려움 없이 먹을 수 있었다. 잘린 생마늘을 빵에 발라 마늘 향을 입힌 후 다져진 토마토를 얹은 후 소금으로 간을 맞춘 뒤 올리브 오일을 뿌려서 먹었다. 그 맛은 스페인 사람들이 주로 먹는 음식이라고 약간은 색다른 맛일 거라 기대를 했는데 나의 머릿속에서 생각한 맛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맛이었다. 하지만 딱딱함에 부드러움이 녹아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마늘 빵을 발사믹 소스에 찍어 먹었던 맛에 토마토의 식감이 추가된 맛이었다. 조금은 식전 빵의 이미지가 고급화된 느낌이었다.

 

메주콩 스프(좌) 샐러드(중) 코스요리(지금은 바뀜)(우)

 

곧이어 스프가 나왔는데 쉐프님께서 메주콩 스프라고 알려주셨다. 메주콩의 고소함과 크림의 부드러움과 섞여 과하지 않은 고소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같이 나온 수제 리코타 치즈와 그리스식 샐러드는 조금은 특별했다. 직접 만든 리코타 치즈와 오이, 토마토, 올리브 열매가 야채와 섞여 시각적으로도 화려함을 느낄 수 있었고 그 맛 또한 신선함, 새콤함과 올리브의 부드러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치즈의 고소함은 보너스였다. 친구들도 여기 샐러드는 다른 곳과 비교해 재료의 종류가 많은 것 같다고 하면서 놀라움을 표했다. 처음 먹어본 올리브 열매는 부드러움을 가진 새콤함을 느끼게 하는 맛이었다.

 

감바스

 

다른 곳과 차별화된 음식을 먹으면서 친구들과 즐거운 대화를 이어가던 중 감바스가 나왔다. 스페인어로 새우를 뜻하는 감바스는 올리브유에 새우와 토마토, 마늘 등을 넣고 끓인 음식이었다. 쉐프님이 뜨거우니 조심하라고 일러 주셨다. 그리고 끓여진 국물(올리브유)도 식으면 수저로 떠서 먹어도 된다고 했는데 필자는 기름기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같이 나온 빵에 새우를 얹어서 먹었다. 그런데 기름 속에 있어서 느끼할 거란 생각을 가졌던 나는 깜짝 놀랐다. 느끼한 맛은 전혀 없고 새우를 먹으면서 이렇게 부드러운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원래 새우살은 약간 퍽퍽한 맛을 느끼게 하는데 올리브 기름에 끓여진 새우는 상당히 부드러웠고 특히 같이 들어간 마늘과 토마토로 인하여 새콤한 맛을 느끼게 해주었다. 안에 있던 새우를 다 먹어 갈 때쯤 쉐프님이 국물을 먹어도 된다는 말이 생각나서 수저로 살짝 떠서 맛을 보았는데 입안에서 고소함만 맴돌 뿐 기름진 맛은 전혀 느끼지를 못했다.

 

봉골레 파스타
봉골레 파스타

 

신기한 새우요리(감바스)가 바닥을 드러낼 때 파스타가 나왔다.

바지락을 주재료로 만든 봉골레 파스타였다. 해산물을 좋아하는 필자는 너무도 마음이 흡족했다. 바지락 껍질과 살을 분리하는 작업은 조금은 수고스러웠지만, 이 또한 즐거움이라 생각하며 작업(?)을 하다 보니까 명절 때 아버님과 동생, 나 이렇게 셋이서 도란도란 앉아서 밤을 까던 모습이 생각났다. 손은 일하면서 입은 서로의 안부를 묻곤 했던 모습을 떠올리게 되었다. 드디어 작업(?)이 다 끝나고 바지락 살을 면과 같이 버무려 먹어보니 마치 내가 바닷가의 어느 곳에 있는 느낌이 들었다. 바지락 특유의 향이 올리브유와 만나 그 풍미가 배가 되는 거 같았다. 그리고 생바지락을 사용했기에 따로 간을 안 해도 자연스럽게 간이 된다고 쉐프님이 알려주셨다. 파스타는 면발의 쫄깃함과 바지락의 쫄깃함이 나의 입안에서 서로 자랑하는 듯했다.

이미 나온 요리로 배가 찰 때쯤 그리스식 떠먹는 피자인 무사카가 나왔다.

 

무사카(지금은 판매를 안 해서 아쉬움이 크다)
무사카(지금은 판매를 안 해서 아쉬움이 크다)

 

다진 고기와 감자, 가지 등의 채소와 모짜렐라 치즈까지, 여기에 베사멜 소스를 얹은 후 구워낸 요리를 보고 있으니까 일반적인 피자와는 다른 맛을 느끼게 해 주었다. 함께 어우러져 묘한 맛을 느끼게 하는 무사카는 처음 맛본 필자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어떻게 기름진 재료로 느끼함은 하나도 없이 고소함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우유와 크림으로 만든 베사멜 소스가 재료들을 어우러지게 하는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적인 피자가 재료 각각의 맛을 느끼게 해 준다면 무사카는 재료와 재료가 섞여 색다른 맛을 느끼게 해주었다. 마치 스포츠에서 나오는 원팀(one team)을 생각나게 했다.

같이 간 친구들도 처음 보는 맛에 많이 놀라는 모습이었다.

 

디저트, 메뉴판

 

잠시 후 쉐프님이 직접 만드신 셔벝 (필자는 ‘샤베트’라고 알고 있었다.)이 나왔다. 너무 달지도 않으면서 달콤한 셔벝은 그동안 먹은 기름기를 입안에서 싹 정리해주는 느낌이었다.

특히 이번 식사에는 몇 년 전 스페인을 다녀온 친구의 스페인 여행담을 들으면서 식사를 해서 그런지 스페인 여행을 다녀온 듯한 느낌을 받게 되었다.

그런데 8월 말에 친구가 이곳을 다녀왔는데 경영상의 이유로 메뉴가 바뀌었다고 했다.

코스로 주문하기에는 가격도 가격이지만 양이 너무 많아 단품으로 몇 가지 주문을 해서 식사를 했는데 그 맛은 변함없이 최고였다고 했다.

 

가스파쵸(좌), 또르띠야 데 파타타 와 아이올리(우)

 

오이와 참외로 만든 냉 수프인 가스파쵸와 앞에 언급한 그리스풍의 수제 리코나 치즈 샐러드 그리고 감자를 볶아 넣은 스페인의 대표적인 계란 오믈렛인 또르띠야 데 파타타 와 아이올리(마요네즈와 마늘로 만든 소스), 여름에만 주문 가능한 멜론 콘 하몽 과 앞서 말한 감바스를 주문했고 그 외에도 오징어 먹물 빠에야, 뽈뽀, 셔벗도 같이 주문해서 식사했다고 했다.

 

멜론 콘 하몽(좌), 오징어 먹물 빠에야(우)
뽈뽀
뽈뽀

 

친구의 말에 의하면 오징어 먹물 빠에야는 발렌시아 풍의 빠에야로 빠에야의 정통으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뽈뽀는 으깬 감자와 함께 먹는 문어 다리인데 그 맛이 독특했다고 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필자도 친구도 맛있게 먹었던 무사카는 이제는 판매를 안 한다고 했다. 후에 다시 만들어주시길 간곡히 희망해 본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식당은 쉐프님 혼자서 하는 곳이기에 반드시 예약은 필수다. 아마도 그날 예약받은 만큼만 식재료를 그날그날 구입(購入)을 하시는 듯했다. 그래서 그런지 요리 하나하나가 신선함이 느껴졌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멋진 유럽의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이곳 휄리스에서 쉐프님의 친절한 안내를 받으며 차원이 다른 식사를 해보심을 권해본다.

 

새로 바뀐 메뉴판
새로 바뀐 메뉴판
바뀐 코스 요리
바뀐 코스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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