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앙상블'의 탄생... '지속가능한 장애 예술인의 삶'에 도전하는 'MUCA'
상태바
'미라클 앙상블'의 탄생... '지속가능한 장애 예술인의 삶'에 도전하는 'MUCA'
  • 김도희 객원기자
  • 승인 2024.09.11 17: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화지대 사람들]
장애인예술단 창단, 지원사업 펼치는 '무카' 권은경 대표, 벤킴 예술감독

최근 인천 문화예술기업 무카(MUsic Communicate Association: 음악으로 소통하는 단체)의 권은경 대표가 밀알복지재단과 컨소시엄으로 2024년 장애인 예술단 창단 및 운영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지난 7일 심층 취재를 위해 기자는 청라의 한 조용한 카페에서 권 대표와 벤킴 예술감독을 함께 만났다.

 

벤킴예술감독과 권은경MUCA대표
권은경 MUCA 대표와 벤킴 예술감독

 

권은경 대표는 피아노를 전공했고 장애 학생들에게 음악을 가르쳐온 음악인이다. 방학 때는 해외 봉사활동을 다녔는데 아이들이 권 대표를 잘 따랐다고 한다. 그 후 아동학을 같이 공부하며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현재 삼육대에서 겸임교수로 음악치료사 일도 병행하고 있다.

제가 2004년도 처음 안타까운 현실에 놓인 장애아동들을 보면서 종교적 소명의식을 강하게 느꼈습니다. 내가 가진 달란트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기도하며 적어놨었어요.“

대학에서 강의하다 보면 권 대표는 장애 학생들을 한 학기에 한두 명 정도는 꼭 가르쳤다고 한다. 그들에게 따뜻하게 대해주니 장애 학생들의 학부모들 역시 권 대표를 잊지 못하고 늘 감사의 연락을 주신다고 한다.

많은 비장애 예술인조차도 예술활동을 통해서 생계를 이어간다는 것이 솔직히 무척 힘든게 현실이다핸디캡이 있는 장애인들은 얼마나 더 어렵겠는가! 권은경 대표와 벤킴 감독은 힘주어 말한다.

우리는 Why not?에 대한 물음표가 있었어요. 그래서 한번 도전해 보자! 왜 고도의 음악적 역량을 가진 장애 예술인들은 예술을 통해서 지속 가능한 삶이 불가능할까? 이런 물음에서 시작하게 된 거죠.”

2023년 권 대표는 문체부 소속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하 장문원)에서 예술을 전공한 장애인들이 예술로 먹고 살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예술단 창단 지원 공모사업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당시 쟁쟁한 단체들 사이에서 권 대표의 무카는 조건부 선정으로 탈락의 갈림길에 있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OO단체가 포기하는 바람에 말대로 기적이 일어나 미라클앙상블(프랑스어:전체적인 어울림,조합) 예술단을 창단할 수 있게 되었다고 비하인드 뉴스를 밝혔다.

이때 창단한 미라클앙상블 예술단이 우리나라 최초의 발달장애인 피아노 5중주 (피아노, 1바이올린, 2바이올린, 비올라, 첼로)이다. 권 대표의 말을 그대로 인용하자면, '드래곤볼을 모으듯이 한 사람 한 사람 보석과 같은 좋은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렇게 같이 청라 엘림아트센터에서 창단 연주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 후 단원들은 장애인 문화예술 포럼, 기업 연주, 그리고 장애 인식 개선을 위한 연주 활동들을 계속하고 있다.

 

미라클 앙상블 창단 연주회
미라클 앙상블 창단 연주회

 

첫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과 맺은 MOU협약

2023년 장문원과 무카가 맺은 협약 내용은 직접 고용을 하는 조건이다. 1년은 무조건 고용보장을 해야 하며, 4대보험을 포함한 기본급을 줘야 한다. 이렇게 MOU를 맺고 지원약속을 받는 것은 쉽지 않다. 조건부 선정으로 되었고, 그 조건부에 또 부합된 가장 좋은 사례라고 공모사업 관계자가 전했다고 한다.

 

인천장애인공단과 미라클앙상블이 일자리 지원사업 계약서 사인후 3명 직접고용
인천장애인공단과 미라클앙상블이
일자리 지원사업 계약서 사인 후 3명을 직접 고용했다.

 

사실 쉬운 결정은 아니지만, 권 대표는 소명처럼 생각하기에 장애 예술단원들이 304050살 될 때까지 고용보장을 해주고 싶다고 말한다. 권 대표의 이런 취지에 공감하는 기업들 <더현대 서울>이나 <남인천방송>의 도움으로 장봉도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같이 앙상블을 이루는 연주를 많이 해왔다. 이런 협연 무대를 통해서 장애인들이 지속 가능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줬다. 단원들에게 급여를 줄 수 있고 그들도 연주를 통해서 어엿한 사회구성원으로 설 수 있게 되었다.

 

더현대 서울 초청 어린이날 음악회
더현대 서울 초청 어린이날 음악회

 

장봉도 소리 우체통 버스킹 메모리즈 연주
장봉도 소리 우체통 버스킹 메모리즈 연주

 

지금 단원들은 20대로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생으로 연주활동을 하고 있다. 발달장애아를 둔 모든 엄마의 바람 <우리 아이보다 딱 하루만 더 살고 싶어요>을 알기에 권 대표는 조금이라도 더 돕고 싶어 한다.

사실 연주가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어요. 그냥 이 부분은 신문에는 안 내셨으면 좋겠어요. 불쌍하게 보시지 마시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걸로 바라봐 주세요. 어떨 때는 저희 사비로 급여를 메꿀 때도 있습니다.”

공연이나 방송 출연 섭외를 받아서 미라클앙상블을 어떻게든지 꾸려나가는 것이 권 대표의 무카가 하고 있는 일이다. 권 대표는 단원들로부터 에너지를 얻고, 단원들도 그들(권 대표와 벤킴 예술감독)를 통해서 힘을 얻는다. 지속 가능한 직업 연주인의 삶을 살 수 있는 상생의 win-win 관계다.

 

 

밀알복지재단과 컨소시움

그러던 중 2024년도에 장애 예술단 운영지원 사업을 알게 되었다. 사실 권 대표의 무카는 아직 규모가 작은 개인 사업체이고, 그런 큰 규모의 사업을 지원할 수가 없었다. 사업의 조건중 하나가 100인 이상 기업만 지원할 수가 있었다. 그때 기적이 또 한번 일어났다. 미라클앙상블 단원 중에 객원으로 활동했던 차OO 단원 어머님이 밀알복지재단(이하 밀알)과 권대표를 연결시켜줬다. OO 단원은 권 대표가 삼육대학교에서 2년 동안 가르치던 학생이었다. 지금은 대학원생이고 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일을 하다 보면 인연이라는 게 정말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또 다리를 놔주시는 분이 나타나서 말 그대로 미라클 앙상블이 된 것 같다.” 결국 장문원은 권 대표의 무카에게 밀알과 맺은 컨소시움 형태로 공모사업에 당선될 수 있게 해줬다.

그동안 해왔던 사회적 공헌과 장애학생에 대한 헌신을 인정받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밀알에서도 미라클앙상블과 컨소시움이 앞으로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단원들의 예술적인 부분(음악적 실력)은 권 대표의 무카에 맡기고, 채용은 컨소시엄 밀알에서 책임지기로 했다. 협약내용은 다음과 같다.

1)밀알에 있는 기존의 브리지온과 날개 앙상블이 권 대표의 미라클앙상블과 함께 협업을 해서 시너지를 내자. 2)장애와 비장애인들이 함께 어우러져서 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같이 하자.

 

무카와 밀알복지재단과 진행한 협약

 

장문원에 최종 선정된 단체들은 <경북교육청> <가천놀이> <네패스루아> <밀알복지재단> <올모 일산>이다. 쟁쟁한 단체들과 예산 지원 삭감으로 어려운 환경속에서 더 돋보이는 쾌거이다. 다행히 다년간 지원으로 무카는 14천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게 되었다.

 

장애예술인교육

단원들의 공연 연주를 보면 깜짝 놀랄만큼 잘한다고 자신한다. 어릴 때 엄마가 절대 음감이 있는 자폐아라는 걸 발견해도 가르쳐줄 선생님이 없다. 하트하트복지재단 같은 기관들이 제대로 교육받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단원들의 프로필을 보면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아니면 서울대학교 졸업하고 학벌이 너무 좋고 비범하다. 어디에 내놓아도 비장애인들과 견주어 봐도 손색이 없을 만큼의 연주단을 만드는 게 권 대표의 목표라고 한다.

 

미라클 앙상블 단원들이 음악적 의견을 자유롭게 토론하며 진행
미라클 앙상블 단원들이 음악적 의견을 자유롭게 토론하며 진행

 

장애 예술인들도 잣대가 비장애인보다 좀 더 잘하는 걸 원한다. 예를 들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처럼 뭔가 더 특별한 것을 원한다. 권 대표가 돈을 벌어서 기획사를 꾸려 연주 단원들에게 근로조건에 어긋나는 불필요한 연주를 시키는 게 아니라, 연주자들의 성장에 조금 더 포커스를 맞추고, 양질의 공연들 즉 경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공연만 선별해 내어놓는다. 준비되지 않으면 내어놓지 않는 모습에서 학생 단원들을 향한 엄격한 애정이 느껴진다.

서울대나 한예종 입학은 정말 들어가기가 엄청나게 어렵고, 특별 전형이 있다고 해도 면접과 실기를 본다. 기자는 학생들을 어떻게 거기 입학시켰는지 궁금해졌다. 부모와 선생님 그리고 학생의 피나는 헌신과 열정으로 입학할 수 있게 되었다는 설명이 돌아온다권 대표와 벤킴 감독은 이 대목에서 "너무 대단한 친구들이고 어떻게 이런 연주자들과 함께할 수 있게 되었을까? 만남 자체가 축복이다"라고 감격한다.

벤킴 감독도 자신의 의견을 덧붙였다. “예전부터 장애에 대한 나름의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하나의 콤플렉스 같다. 저뿐만 아니라 비장애인들도 콤플렉스가 다 있는데, 장애친구들도 하나의 콤플렉스로써 장애로 받아들이면 좋겠어요.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다 같이 잘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단원을 뽑을 때

권 대표는 기존 단원들과 잘 어울릴 수 있느냐와 발전 가능성을 뽑았다. 합주를 할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어머님들 간의 소통과 협조이다. 엄마들끼리 네트워크가 잘 통하는게 중요하다고 한다. 진심으로 우리 아이를 이렇게 아껴주고 생각해 주는 분들을 만나서 감사해요 라는 어머님들만 남아서 같이 가고 있다고 한다.

더 좋은 선생님과 연결을 해서 업그레이드를 할 개별화 컨셉과 플랜이 있다. 따로 또 같이 교대로 앙상블 활동도 한다. 단원들이 기본적으로 자기 연습을 많이 한다. 밥 먹는 시간 빼고는 거의 다 연습한다 보아야 한다. 꾀부리는 게 없다고 한다. 루틴이 직업인으로 만들었다. 9월에 밀알 홈페이지에 공고를 내서 단원을 모집하고 10월부터 채용하게 된다

10월 활동은 장애 예술인 문화예술 포럼 2회차를 준비할 예정이고, 새로 뽑힌 단원과 기존 미라클단원들 그리고 밀알의 기존 연주자들이 모두 다함께 오리엔테이션도 한다. 하반기에 한 2~3회 정도 공식 행사가 잡혀 있다.

"이 친구들은 뭔가 비장애인 연주자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감동적인 요소들이 있는 것 같다"고 권 대표는 말한다. 그래서 연주를 들을 때마다 새로운 또 뭉클함이 전해진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발달장애인들은 자기만의 세상에 갇혀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다. 그런 친구들이 모여서 하나의 합주를 한다는 건 기적과 같은 일이다.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행복한 음악회 공연후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행복한 음악회 공연후

 

2025년도 계획

권 대표는 장애 예술단원들이 이제 7명이 될 건데 장애인식 개선활동을 좀 더 다양한 곳에서 좀 특별하게 하고 싶어 한다. 그냥 연주하고 강의하는 게 아니라 약간 뮤지컬처럼 만들어보고 싶어 한다. 그밖에 복지재단 소속 작가들의 작품들을 활용해서 음악과 함께 콜라보레이션 해서 미디어 아트화해서 내년에 선보이고 싶다고 조심스럽게 알렸다.

솔직히 장애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서초동에 있는 로데 아트센터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 예술인들과 함께 콘서트를 계속 해서 보여드릴 예정이다. 선입견으로 불쌍하게 보지말고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구성원으로 대해줘야 한다. 훌륭한 연주 단원으로 성장하고 싶은 잠재력이 있는 어린 학생들을 찾아서 교육해 보고 싶다는 권 대표에게 따뜻한 열정을 느꼈다. 음악을 너무 좋아하는데 장애인 예술단에 들어오기 힘든 학생들을 위해 좀 더 쉬운 악기들로 진입장벽을 낮추고 싶다. 예를 들어 핸드 차임 장애 예술인 팀을 만들어보고 싶다.

선한 영향력으로 우리 사회를 조금 더 살기 좋은 곳으로 이끄는 권 대표와 벤킴 감독같은 이들이 인천에서 활동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은 미래를 꿈꿔보는 희망찬 하루를 살고 있다. 국가나 기업의 중요한 행사에 연주하러 나가고, 계약직이 정규직으로 고용되는 지속 가능한 삶이 펼쳐지기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