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 CLS 350
안전하고 우아한 벤츠의 차
누가 뭐라 해도 벤츠는 명차 중의 명차다. 귀족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벤츠는 고급스럽고 우아하면서도 남자답다. 마치 번쩍이는 두 눈에다가 윤기 흐르는 검은 털은 가진 표범처럼 말이다.
한편 벤츠는 어떤 차보다 안전하다. 충돌했을 때 운전자가 받는 충격이 벤츠의 경우, 범퍼가 받는 충격의 10분의 1밖에 안 될 정도라고 한다. 벤츠가 이렇게 안전한 차로 태어날 수 있었던 것은 데드 밸리(죽음의 계곡이란 뜻임)을 통과하는, 상상을 뛰어넘는 성능 시험을 거치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와 네바다 주 사이, 게임의 천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두 시간 반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데드 밸리는 여름에는 56.3℃를 기록할 정도로 뜨거운 햇볕이 하루 종일 내리쬐는 곳이다. 비도 거의 오지 않는다. 1923년과 1963년에는 아예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았다고 한다. 이처럼 끔찍한 더위는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게다가 언덕은 급커브의 오르막길에다, 자갈이 많아 자동차 성능을 테스트하기에 이보다 좋은 장소는 없을 것이다.
이 혹독한 데드 밸리에 가끔씩 메르세데스 벤츠의 우아한 모습이 나타난다. 벤츠의 새 모델은 이 데드 밸리에서 치러지는 테스트를 통과하지 않고는 세상에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검사원들과 운전자들이 땀을 비오듯 쏟으며 지옥 같은 더위를 참아 내는 것은 메르세데스 벤츠를 최고의 품질로 만들어 어떤 사고도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이 곳에서 테스트를 시작한 지 2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벤츠는 이 불타는 지옥의 테스트를 계속하고 있다.
히틀러가 탔던 벤츠 770 그로서
안전하고 믿을 수 있기 때문에 벤츠는 세계 여러 나라의 국가 원수들이 즐겨 탄다. 1963년부터 1981년까지 약 2,500대가 만들어졌다고 하는, 문이 여섯 개나 달린 벤츠 600은 지금까지 세계 여러 나라의 대통령이나 왕, 수상들이 제일 좋아하는 차라고 한다.
600보다는 좀 오래 되었으나, 국가 원수급이 탔던 차 가운데 아주 유명한 차가 있다. 바로 히틀러가 탔던 초대형 리무진 ‘벤츠 770 그로서’다. 이 독재자는 암살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제일 안전한 차를 선택했던 것이다.
전 세계를 통틀어 770 그로서는 몇 대 남아 있지 않은데, 770 그로서를 가진 차 주인들은 모두 자기 차가 히틀러가 탔던 바로 그 차라고 주장하고 있다. 2700kg의 엄청난 무게에 8기통 엔진을 얹은 770 그로서는 배기량이 7,655cc라고 해서 770이라고 한다.
위대한 770이라는 뜻의 ‘770 그로서’는 독일 제국의 상징이었다. 최고 시속 170km를 자랑하는 이 차는 히틀러뿐만 아니라, 일본을 포함한 세계 여러 나라의 왕실 차로 이름을 떨쳤다. 사우디의 파이잘 왕도 이 차를 탔다.
마차에 엔진을 달고 달린 사나이
벤츠는 백 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한다. 그 동안 벤츠는 세계 최초로 만든 것이 무척 많다. 휘발유 자동차, 트럭, 택시, 디젤차, 쿠페 등이 모두 벤츠에서 처음 만든 것이다.
벤츠 자동차 회사의 진짜 이름은 다임러 벤츠다. ‘다임러’라는 사람과 ‘벤츠’라는 사람이 따로따로 세웠던 회사를 하나로 합친 것이다. 두 사람은 150km 떨어진 곳에 살면서, 서로 얼굴도 모르는 사이였다고 한다. 비슷한 시간에 비슷한 자동차를 발명한 두 사람이 관계를 맺게 된 것은, 다임러가 죽은 지 한참이 지나서였다.
다임러가 자동차를 발명하게 된 것은 오직 아내를 생각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아내의 생일 선물로 뭐가 좋을까?’
아내의 마흔 세 번째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싶었던 고트리프 다임러는 갑자기‘옳거니.’하고 무릎을 쳤다. 얼마 전 고생 끝에 발명한 휘발유 자동차 엔진이 떠올랐던 것이다.
‘엔진을 마차에 달면 어떨까?’
그것은 매우 기발한 생각이었다. 그 때까지 다임러는 자동차 엔진을 달 마땅한 물건을 찾지 못해서 아들의 자전거에 엔진을 매달아 놓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다임러가 만들어 낸 것은 두 바퀴 자동차, 즉 최초의 모터사이클이었다.
그런데 아내의 생일을 앞두고 갑자기 마차를 이용해 보자는 생각이 번개같이 떠오른 것이다.
다임러는 서둘러 저녁을 먹고 허둥지둥 아랫마을의 마차 공장으로 달려가서 근사한 마차 한 대를 주문했다.
“아내에게 생일 선물로 줄 것이니 멋지게 만들어 주시오,”
다음 날 으슥한 밤, 다임러의 집 앞에 자그마하고 예쁜 마차 한 대가 도착했다. 다임러는 공작실에 마차를 들여 놓고, 자동차 설계도를 펼쳤다. 가장 어려운 일은 의자 밑에 자동차 엔진을 다는 것이었다.
밤을 꼬박 새워 작업한 끝에 마침내 자동차 한 대가 완성되었다. 말이 끌어야만 앞으로 갈 수 있는 마차가 하룻밤 만에 말 없이도 갈 수 있는 자동차로 둔갑한 것이다.
다임러는 아내를 태우고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이상하게 생긴 작은 괴물이 거리에 나타나자, 온 마을 사람들이 떼거리로 몰려들었다. 사람들은 굴뚝에서 연기를 뿜으며 달리는 증기 자동차는 많이 봐왔지만, 석탄도 떼지 않고 굴뚝도 없이 그렇게 빨리 달리는 자동차는 처음이었다. 1기통, 배기량 46cc에 1.1마력의 엔진을 단, 최고시속 11.8km의 세계 최초의 휘발유 자동차가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순간이었다.
도시의 평화를 깬 쇠 당나귀
1886년, 다임러가 자동차를 발명했던 바로 그 무렵, 독일의 다른 도시에서는 자동차 역사에 남을 또 한 사람의 인물, 칼 벤츠라는 사람이자신이 발명한 휘발유 자동차를 몰고 다니고 있었다.
사람들은 벤츠가 만든 세 바퀴 자동차를 이상한 소리를 내며 달리는 쇳덩어리로 만들어진 괴물이라 하여 ‘쇠당나귀’라고 불렀다. 이 기괴한 쇠당나귀가 지나갈 때면 도시의 여자들은 집 안으로 도망을 쳤고, 울던 아이들은 놀라서 울음을 뚝 그쳤다. 또 남자들은 경찰서로 모여들어 도시의 평화를 깨뜨리는 못된 쇠당나귀를 하루빨리 몰아 내라고 아우성을 쳤다. 참다못한 경찰 서장은 칼 벤츠를 경찰서로 불렀다.
“한 번만 더 그 따위 수레를 몰고 돌아다니면 당신을 구속하겠소.”
그러나 벤츠는 상관하지 않았다. 그는 보란 듯이 쇠당나귀를 몰고 여전히 시내 한복판을 돌아다녔다. 물론 그것은 얼마 가지 못했다. 경찰이 가는 곳마다 쫓아다니며 못살게 굴었기 때문이다.
경찰의 방해 공작을 견디다 못한 벤츠는 어느 날 내무 장관을 찾아갔다. 내무 장관은 그가 더 이상 간섭을 받지 않도록 도와주었으나, 결찰 서장은 대신 조건을 달았다.
“마음껏 타고 다니는 대신 시내에서는 시속 6km, 시외에서는 11km 이상으로 달리면 안 되오.”
벤츠는 서장이 속도를 제한하는 것이 매우 불만스러웠다. 더 신나게 달릴 수 있는데 왜 못 달리게 한단 말인가?
그러던 어느 날, 벤츠는 한 가지 꾀를 냈다. 우유 배달부와 미리 짜고 자신의 자동차에 내무 장관을 초대한 벤츠는 내무 장관을 자신의 자동차에 태우고 시내로 나갔다. 얼마쯤 가자 우유 배달 마차가 뒤에서 쫓아오더니 벤츠과 내무 장관이 타고 가는 차를 휙 앞질러 버렸다. 그런데 갑자기 마차를 몰고 가던 우유 배달부가 벤츠와 내무 장관에게로 얼굴을 돌리더니 큰 소리로 비웃는 게 아닌가.
“하하하! 그렇게 느림보 자동차를 타느니 차라리 걷는 게 낫겠소.”
내무 장관은 얼굴이 시뻘개졌다.
“벤츠 씨, 당신이 그토록 자랑하던 자동차가 고작 우유 배달부가 모는 마차한테 진단 말이오?”
그러자 그 말을 기다리고 벤츠가 입을 열었다.
“각하, 속도 제한법을 무시할 순 없습니다.”
벤츠에게 자초지종을 들은 장관을 당장 경찰 서장을 불러 그 속도 제한법을 없애도록 했다. 그 때 이후로 지금까지 아우토반이라는 독일의 고속도로에는 속도 제한이 없다고 한다.
메르세데스는 아리따운 아가씨의 이름
벤츠의 진짜 이름은 메르세데스 벤츠다. 메르세데스라는 이름은 다임러사가 벤츠 사와 합쳐지기 전, 다임러 사의 차 이름이었다. 그런데 이것이 아름다운 처녀의 이름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자동차를 발명했던 다임러의 두 번째 부인에게는 에밀 예리네크라는 오빠가 있었는데, 그는 프랑스의 니스에서 다임러의 차를 팔고 있었다. 니스에서는 주말마다 자동차 경주 대회가 열렸다. 그런데 예리네크가 팔던 차는 무겁고 높은 차체에, 속도까지 느려 대회에서 번번이 떨어졌다. 예리네크는 여동생의 남편인 다임러를 찾아갔다.
“니스 자동차 경주에서 우승해야만 자동차를 많이 팔 수 있네, 지금보다 힘도 세고 빠르며, 키가 낮은 자동차를 만들어 주면, 내가 전부 팔겠네.”
“사랑하는 메르세데스, 당신이 탄 이 차도 당신처럼 아름답군요”
그로부터 1년 후 다임러는 새로운 모습의 자동차를 완성했다. 몸체가 길고 낮았으며 아름답고 강력한 엔진을 달아 속도도 빨랐다. 다른 차는 6마력에 최고 속도가 시속 42km였는데, 이 새로운 차는 35마력에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속도인 시속 100km를 기록했다.
예리네크가 이 멋진 차에 어떤 이름을 붙일까 고심하던 어느 날, 새 차에 열다섯 살 난 딸을 태우고 파티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평소에 자기 딸을 사랑하던 한 청년이 백마를 타고 따라오고 있었는데, 그 청년이 자기 딸에게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사랑하는 메르세데스, 당신이 타고 가는 이 멋진 차도 당신처럼 아름답군요. 이 차도 당신처럼 메르세데스라고 부르고 싶소.”
그 말을 들은 예리네크는 귀가 솔깃했다.
‘메르세데스? 그래, 바로 이 이름이야!’
그 뒤로 새 차의 이름은 메르세데스가 되었다. 메르세데스는 자동차 경주에서 우승을 휩쓸었고, 메르세데스라는 이름은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1925년, 다임러 사와 벤츠 사가 한 회사로 합쳐지면서 벤츠의 모든 차들은 메르세데스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그리하여 메르세데스라는 아름다운 처녀의 이름은 차를 빛내며 오늘날에 이르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