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짝 양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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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짝 양말
  • 석의준
  • 승인 2024.09.2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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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나눔의 글마당]
석의준 / 인천노인종합문화회관 소통의 글쓰기반  
시민의 신문 <인천in>이 인천노인종합문화화관과 함께 회원들의 글쓰기 작품(시, 수필, 칼럼)을 연재하는 <소통과 나눔의 글마당>을 신설합니다. 풍부한 삶의 경험에서 우러나오고, 글쓰기 훈련을 통해 갈고 닦은 시니어들의 작품들을 통해 세대간 소통하며 삶의 지혜를 나눕니다.

 

 

외짝 양말

                        - 석의준

 

엄니는 반짇고리를 머리맡에 두고

속절없이 한 생애를 풀고 뜨며 조침문을 지었다

 

희미한 등잔불로 어둠을 물려놓고

손짐작으로 외풍 진 겨울밤을 꿰매고 또 꿰맸다

 

깁다깁다 시루떡처럼 층이라도 지면

통째로 바닥을 갈기도 했다

 

평생을 새것 하나 챙기지 못하면서

내 것 아닌 걸로 밤마다 하는 노역

쏟아지는 잠에 바늘은 허공을 찌르고

엄니는 아픈 손가락에 콧숨을 쏘였다

 

나일론 양말이 나오고부터

언 발 녹인다고 불 피운 철부지들

후루룩 산불 태우듯 태워왔다

 

켜켜이 쌓인 시절이 희미해지는 오늘

빵구난 것은 통째로 버리라는 아내의 성화에도

끝내 버리지 못하고

짝 아닌 짝으로 무심히 맞춰보는

 

덧댄 발뒤꿈치가 아프기라도 하는 날엔

외짝 양말, 궁색하단 생각보다

엄니가 먼저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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