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다리 48년의 역사 '박의상실', 패션쇼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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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리 48년의 역사 '박의상실', 패션쇼 열다
  • 강영희 시민기자
  • 승인 2024.10.07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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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리축제 일환으로 패션쇼 마련
박태순 대표, 5일 여선교사 기숙사 앞마당에서 펼쳐
자작시와 함께 한 박태순 박의상실 대표 @사진_조은숙

 

배다리 패션쇼가 있다는 소식을 뒤늦게 듣고 박의상실로 달려갔다. 총괄 디렉터 연양씨가 걸린 옷들의 매무새를 다듬고, 박태순 대표는 또 열심히 미싱을 돌리고 있었다. 

10대 후반 동인천 의상실에서 바느질을 배워 디자인까지 하게 된 박태순씨는 열심히 미싱을 돌려 스물 여섯살이 되던 1977년 5월 지금의 자리에 '미스박 의상실'을 열게 되었다. 바느질을 배운것 부터하면 50년이 훨씬 넘었고, 의상실을 연 것을 시작으로 해도 48년이 되는 해다. 

 

 

배다리 주민역량강화프로그램으로 지난 7월부터 7명의 참여자들과 수업을 진행했는데, 그것을 가지고 패션쇼를 해보시라는 제안에 모양새가 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배다리 축제고, 나름 박의상실 이름을 건 패션쇼라고 생각하니 그동안 다양하게 만들어온 옷들을 펼쳐보자는 생각이 들었고, 배다리 머리방을 하던 김은영씨의 도움을 받아 그 생각을 마을축제 프로그램으로 제안하고 채택되어 진행하게 된 것이다.

 

작업중인 박태순씨@

 

배다리축제 첫날인 10월 5일 오후에 패션쇼를 열기로 하고, 수강생과 고객, 지인들에게 모델이 되어줄 것을 제안하고, 나름의 준비를 해왔다. 하지만 패션쇼가 모델과 옷과 장소만 가지고 진행되는 일이 아니다. 막연히 그려낸 그림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상황을 인지한 수강생들이 각자 역할을 하겠노라 손을 보탰다.  

 

작업 모습을 촬영하고 있는 연양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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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수강생인 나비씨가 홍보를 맡았다@

 

1주일 전에 합류한 연양씨는 총괄디렉터를 맡아 연락부터 다림질, 옷 세팅, 찾아온 사람들에게 패션쇼에 대한 내용을 공유하고 소통을 하고 진행과 역할 분담 등 그야말로 전체적인 운영과 관리를 맡았고, 수강생 나비는 최소안의 홍보를 진행하고, 창영당 조은숙씨는 패션쇼 진행과 사회자를 맡았고, 두 따님과 지인들, 지역의 문화예술인들, 아벨서점 곽현숙 대표 같이 오랜 시간 함께 했던 이웃과 손님들이 박의상실에서 맞춘 옷을 입고 런어웨이에 오르게 되었다. 

 

여선교사 기숙사 앞마당에서 펼쳐진 박태순 패션쇼@사진_연양
김찬진 동구청장이 축하의 말을 전하고 있다@사진_연양
김찬진 동구청장이 축하의 말을 전하고 있다@사진_연양

 

오랜시간 인연을 이어온 이들과 그 가족들이 함께한 가운데 김찬진 동구청장과 성당신부님, 수녀님, 성당 교우들과 관람객들이 1시간여 함께하며 배다리와 박의상실, 박태순 대표와의 오래된 추억과 삶의 과정을 나눴다. 

패션쇼는 주민역량강화 프로그램에 참여한 수강생들의 작품, 그동안 만든 개량한복 철릭, 댄스 스포츠복과 다양한 맞춤복들 36벌과 32명 주민 모델, 그들의 가족과 지인 등 70여명의 관객들이 함께 했다. 웃음꽃이 피고 옛 이야기들로 꽃피운 자리였다며 이 자리를 위해 애쓴 연양씨는 모처럼 열정을 가지고 움직이며 행복했다고, 애쓰신 박태순 대표와 모델들, 자발적 스텝이 되어준 수강생과 가족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여선교사 기숙사 앞마당에 펼쳐진 런어웨이@연양<br>
여선교사 기숙사 앞마당에 펼쳐진 런어웨이를 둘러보고 있는 박태순씨@연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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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삿말을 하고 있는 박태순 대표 옆으로 지인들이 함께 서 있다@사진_조은숙
곽현숙 대표 등 마을 주민 모델들@사진_연양
모델이 되어준 오래된 이웃과 교우들과 함게@사진_ 조은숙
모델이 되어준 두 딸과 함께@ 사진 _ 연양
모델이 되어준 두 딸과 함께@ 사진 _ 연양

 

73세 박태순, 나의 꿈

사전에 진행된 인터뷰에서 박의상실 박태순 대표는 그가 20여년 이웃들과 함께 지켜온 배다리의 상징, 배다리 관통 산업도로가 지하로 완성되고, 다시 넓은 생태공원이 생기면 그 위에서 축제처럼 자신의 삶을 함께한 시대를 담아 패션쇼를 펼쳐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 오랜시간 함께했던, 지금은 떠났지만 그리운 이들도 초대해서 함께 해보면 어떻겠냐며 소녀같은 미소를 지었다. 

50여년 옷을 만들며 살아온 그가 인터뷰중 미싱을 돌리고, 다림질을 하며 짧은 자작시를 천천히 읇었다. 그의 삶을 오롯이 관통하는 시에 필자는 소름이 돋았다. 

 

"

생각을 그려낸다

어떤 모양이 되어질지 

 

바늘귀에 실을 끼우며 

 

한 땀 뜨면서 

예뻐져라 

두번째 땀은

잘 맞아라 

 

인생을 그렇게 여기까지

 

오늘도 꿈을 꾸는 

행복한 바느질 장이

"

곱게 곱게 옷을 다듬는 박태순 대표@

 

"공사가 끝나는 날, 배다리 넓은 생태공원에서 꼭 만나요~ " 라며 마지막 말을 꼭 담아달라 했다.

 

의상실 밖에서 손님이 쇼윈도우에 장식된 오래된 다리미와 미싱을 보며 수강을 어떻게 할 수있느냐 묻는다. 그들과의 대화를 들으며 돌아나왔다.

박태순 대표의 옷들로 온 마을 사람들이 배다리의 이야기를 담아 풀숲 가운데 난 길로 걷는 패션쇼 풍경을 상상하며 공사중인 도로를 건넜다.

2-3년은 더 걸릴 동안 우리는 어떤 꿈을 꿀 수 있을까? 73세 박태순님의 꿈을 들으니 다시 꿈을 꿔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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