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은 사람과 천상병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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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사람과 천상병 시인
  • 전갑남 객원기자
  • 승인 2024.10.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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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수락산 노원골 천상병산길에서 만난 아름다운 사람
수락산 노원골 입구에 천상병산길이 있다.
수락산 노원골 입구에 천상병산길이 있다.
 

서울 노원구 수락산 등산로 초입에 '천상병산길'이 있다. 시인 천상병(1930~1993)의 시 <귀천>에 나오는 시어를 따서 아름다운 '소풍' 천상병산길이라 이름 지어졌다.

수락산 천상병산길은 울창한 숲과 맑고 깨끗한 계곡물이 흐른다. 순수한 영혼이 담긴 천상병 시인의 주옥같은 시를 음미하며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계곡물에 청둥오리가 물놀이하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봉사하는 부부가 지난 길이 깨끗하다.
 
수락산 내려오다 만난 부부. 한 손에 집게 다른 손에 쓰레기를 주운 봉투가 들려있다. 봉투엔 쓰레기가 가득하다.
부부는 산길에서 꼼꼼히 쓰레기를 주웠다.
 

등산로를 내려오다 평상복 차림의 두 사람을 만났다. 두 분은 집게로 쓰레기를 열심히 줍고 있다. 나이가 50 안팎으로 보인다. 비닐봉지에 쓰레기가 가득하다. 많이도 주웠다.

 
"보기 좋아요. 봉사하시는 것 같아요?"
"봉사라기보단 깨끗했으면 해서 하지요."
"혹시 부부?"
"저 이가 하도 좋다고 쫓아다녀 여러 해 함께 살고 있네요."
 
남자분이 "이 사람, 모르는 분께 별소리를 다 한다"며 웃는다. 서로 마주 보고서 웃는 모습이 참 선해 보인다.
 
두 분은 천상병 시인께서 '이 세상을 아름다운 소풍'이라 하지 않았냐며 맑은 숲길을 소풍 삼아 걷는 분들이 기분 좋게 다녔으면 하는 마음이란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귀천 / 천상병>
 
천상병 시인은 천사 같은 아내 목순옥 여사와 수락산 자락에 신방을 차렸다고 알려져있다. 평생 가난을 짊어지고 살면서 그가 마지막 숨을 거둔 의정부 장암동 거처와 지금 잠들어 있는 의정부 시립묘지와 인연을 맺고 있다.
 
산길에서 주옥같은 천상병 시인의 시를 만난다
 
맑은 물이 흐르는 아름다운 수락산 계곡
천상병산길에는 군데군데 시인의 시판이 있다.
 

수락산은 아름다운 화강암 능선과 기슭을 따라 흐르는 맑은 계곡이 사람들을 불러들인다. 천상병 시인도 수락산 계곡에서 시원한 여름을 난 모양이다. 수락산 인연으로 몇 편의 시를 남겼다.

 
'천상병산길'에서 <계곡흐름>이란 시판(詩板)을 만났다.
 
나는 수락산 아래서 사는데,
여름이 되면
새벽 5시에 깨어서
산 계곡으로 올라가
날마다 목욕을 한다.
아침마다 만나는 얼굴들의
제법 다정한 이야기들.
큰 바위 중간 바위 작은 바위.
그런 바위들이 즐비하고
나무도 우거지고
졸졸졸 졸졸졸
윗바위에서 떨어지는 물소리.
더러는 무르팍까지
잠기는 물길도 있어서...
(내가 가는 곳은 그런 곳)
목욕하고 있다 보면
계곡 흐름의 그윽한 정취여
 
<계곡흐름 / 천상병>
 
두 부부의 쓰레기 봉투가 좀 무거워 보인다.
 
"산에 온갖 쓰레기가 버려져요. 포장구매 비닐 용기 같은 것은 제발 버리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썩지도 않는데... 산이 더러워지면 계곡은 맑지 않을 거고!"
 
맞는 말씀이다. 줍는 사람 따로 버리는 사람 따로이면 세상은 불공평하리라.
두 분은 분리수거장에서 쓰레기를 분리수거까지 한다. 착하고 고마운 분들이다. 하늘나라 천상병 선생께서 수락산 소풍길, 사람 사는 풍경이 좋다고 흐뭇해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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