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오염 심한 인천…'가스화 발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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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오염 심한 인천…'가스화 발전'은?
  • 박병상
  • 승인 2010.03.12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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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in 칼럼] 박병상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

지난 2월 20일, ‘영흥화전 민관공동조사단’의 일원으로 미국의 가스화 발전 시설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영흥도에 위치한 남동화력의 석탄화력발전소는 대기오염 물질의 감축에 비상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도 그럴 것이 80만 킬로와트 급 2기에서 시작해 이제 4기가 가동되는 영흥화전에서 벌써 인천시에 할당된 대기오염 물질의 배출량을 대부분 차지한 처지가 되지 않았나. 세계 최고 시설의 배기가스 절감 시설을 갖추었어도 편서풍 지대의 서쪽에서 300만에 가까운 인천 인구와 2000만이 넘는 수도권 인구가 몰려 사는 방향으로 대기오염물질을 내보낼 수밖에 없는데, 다시 발전용량이 80만 킬로와트 급 2기의 증설이 허락된 마당이다. 머지않아 6기가 가동될 테고 어쩌면 8기를 넘어 12기까지 증설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런 와중에 저감 방식을 아무리 개선해도 발전용량이 늘어날수록 배출량은 늘어날 테니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하는 건 당연하다. 어서 획기적인 대안을 찾아야 하는데, 미국의 가스화 발전 관련 시설에서 남동화력은 그 답을 기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인천지역 9곳의 발전시설 64기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물질을 2014년까지 15% 줄이려는 특별대책이 추진된다. 영흥도 화력발전소는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발전시설을 도입하는 등 이산화탄소 저감을 위한 시설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사진 제공 한국남동발전>

22일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 주 알링턴의 한 호텔에서 열린 미 에너지부 산하 ‘가스화 기술 위원회’(Gasification Technologies Council)의 세미나에 참석했다. 그들이 초청했다기보다 우리가 참석을 희망했을 텐데, 한 시간 반 정도 가스화 발전의 장점을 듣는 자리를 가졌다. 명쾌한 대답이 나오기 곤란한 비판적인 질문은 발전소 현장으로 미뤄달라는 부탁으로 시작된 브리핑에서 가스화 기술 위원회의 실무를 끌어가는 중역이 프레젠테이션 파일을 보여주며 설명에 나섰다. 요약하자면 여러 가지 장점을 지닌 가스화 발전 방식이 지금은 비록 약소하지만 머지않아 창대하리라는 희망이었다. 1995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가스화 기술 위원회’는 주로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세계 굴지의 기업이 회원으로 가입해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 기업의 가입을 환영한다 했는데, 에너지와 기술 관련 기업이 주로 가입된 상태였다. 그들이 모여 새로운 기술을 알리는 세미나에 객원으로 참석한 셈이다.

알파벳으로 줄여서 IGCC(Integrated Gasification Combined Cycle)라 칭하는 가스화 발전은 지역 특성에 맞는 저급한 연료를 고온 고압으로 가스화 한 뒤, ‘Syngas’라고 하는 고압의 가스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고 가스의 열로 증기를 생산해 다시 증기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복합화력으로 이해할 수 있다. 오래된 방식이라고 해도 전기를 본격적으로 생산하는 대형 발전소로 확장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가스화 발전 방식은 이제 20년 정도 공정을 향상시키며 보급을 시도하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수분을 충분히 가진 연료를 산소와 함께 반응로에 넣어 불완전 연소시키는 IGCC는 반응로에 공기가 들어가지 않는 만큼 질소산화물이 발생하지 않고, 연소 후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높아 쉽게 포집할 수 있다는 점을 전문가들은 장점의 핵심으로 내세운다. 천연가스 복합화력의 10배 압력으로, 기존 석탄화력의 3배 압력으로 농축시킬 수 있어 향후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처리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수은을 기존 석탄화력보다 10분의1로 저렴하게 제거할 수 있고 양질의 황을 부산물로 분리해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는 점을 자랑한다. 하지만 황 제거 기술은 효율성은 기존 화력발전소의 저감시설과 그리 큰 차이를 보이는 것 같지 않았다.

가스화 시설이 추가되면서 발전소 건설비용이 기존 방식에 비해 많고 가스화에 들어가는 에너지도 무시할 수 없지만 이산화탄소를 분리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산정한다면 경제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점을 ‘가스화 기술 위원회’는 강조한다. 그런 점을 높이 샀는지 오바마 정부는 IGCC 관련 사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는 걸 덧붙인다. 발전소 건설에 들어가는 투융자를 어느 정도 제공하고 이산화탄소를 분리 포집해 저장하는 목적의 파이프라인의 건설비와 파이프라인이 지나가는 지역의 주민에 대한 보상도 지원한다고 한다. 현재 건설비와 전기 생산 단가가 기존 방식의 석탄화력보다 높고 사업 전망이 불투명하지만 환경에 유리한 IGCC에 적극 투자할 수 있도록 전력회사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리라. 환경단체의 요구에 이어 정치권이 가세하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전망을 묻는 우리의 질문에 앞으로 기술이 더욱 향상 보완될 것으로 확신하는 ‘가스화 기술 위원회’는 현재 전기 생산 단가보다 정치와 민원에 의해 하나 둘 건설 보급되는 IGCC는 앞으로 기존 화력보다 생산 단가가 저렴해질 것으로 기대하며 자세한 사항은 발전소 현장에서 논의해 달라고 대답을 미루며 다소 쑥스러워했다.


다음 날 아침 시카고 교외 와바시 강가에 자리 잡은 가스화 발전소를 찾았다. 1958년에 지은 화력발전소를 1995년에 292메가와트의 전기를 생산하는 가스화 발전으로 리모델링한 곳으로 당시 4억 달러의 비용이 가스화 공정 리모델링에 들어갔다고 했다. 작년에 한국을 4차례 방문했다는 이야기로 인사를 나눈 이는 미국의 2대 에너지 기업이라는 ConocoPhillps의 기술영업 담당 간부 직원이었다. 열효율이 39퍼센트이며 현재 개발된 새로운 기술은 그보다 높다고 말하는 그들은 생산하는 292메가와트 전력 중 30메가와트는 가스화 시설에서 소비된다는 걸 밝히며 지역에 풍부한 석탄과 함께 정유 찌꺼기도 연료로 사용한다고 했다. 순도 99.9퍼센트의 황을 부산물로 얻은 뒤 액체로 바꿔 톤 당 35달러에 판매하고 석탄재도 모두 재활용한다는 걸 자랑하면서도 발전 시설의 사진 촬영에 유난히 민감하게 제지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공장 겉모습으로 영업 비밀이 유출될 리 없겠지만 혹시 다른 경쟁 기업에서 고발할 것을 두려워하는 걸지 모른다. 이산화탄소 포집 비용까지 고려하면 IGCC가 기존 석탄화력보다 발전 단가가 낮다며 현재 1메가와트를 생산하는데 30달러, 1킬로와트를 생산하는데 3센트가 들어간다고 말한다. 그 가격이면 한국보다 훨씬 저렴하다고 통역을 맡은 현지 가이드는 덧붙였다. 그런가? 동행한 영흥화력 담당자의 대꾸가 없었으니 판단을 유보할 수밖에 없다.

25일 아침 8시 30분에 미국에서 가장 큰 에너지 기업인 GE(General Electric) 본사를 찾았다. 정중했지만 약속을 지키려는 모습으로 보였던 ‘가스화 기술 위원회’나 방문자를 안내하는 의무에 충실한 것으로 보였던 시카고의 와바시 발전소의 안내자보다 아주 적극적으로 우리를 맞아 친절하며 때로 유머러스하게 우리를 안내한 이는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흑인 기술 담당자로 ConocoPhillps의 가스화 시설보다 자신의 제품이 월등하다는 걸 코믹하게 자부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1948년에 가스화 사업을 시작해 65개국에 진출했고 자국은 물론, 유럽, 중국, 대만을 위시해 현재 세계에서 22개 발전시설을 공급하고 있다면서 그 중 한국도 꼽았다. BP와 삼성 합작으로 부산에 디젤을 연료로 사용하는 GE기술의 작은 규모 가스화 시설을 납품한 모양이었다. GE 본사는 발전 시설이 설치된 곳은 아니다. 하지만 중앙제어 시설을 그대로 재현해놓고 가스화를 연구하고 있다. 한국에서 600메가와트 이상의 설비로 41퍼센트의 효율을 가지는 발전소를 설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그는 곧 한국에 갈 예정이라고 한다. 아무렴. 가장 확실한 잠재 고객 중의 하나일 텐데.


제3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의 3대 방향

진한 커피와 풍성한 샌드위치를 점심으로 제공한 GE 본사를 빠져나오면서 와바시 발전소에서도, 여기에서도, 비판적인 논의는 없었다는 걸 되새겼다. 통역이 붙으면 시간이 늘어나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질 수 없기도 했지만, 굳이 논의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Syngas의 재료로 대기오염 물질이 많은 아스팔트와 같은 정유 찌꺼기를 활용할 수 있고 지역에 따라 다양한 바이오매스를 사용하면서도 오염물질을 환경에 방출하지 않는다는 점은 비록 발전 단가가 높더라도 주목해야 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여길 수 있겠다. 온배수 사용량이 기존 석탄화력의 절반에 불과하다는 점은 화력발전소로 과포화된 인천에서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남았지만 아직 해결하기 요원한 문제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의 제거일 것이다. 가스화 발전 방식이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건 아니다. 고농도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를 비교적 저렴하게 포집해 운송할 수 있다는 데에서 그친다. 매장된 원유를 끌어올리는데 많은 비용과 에너지가 들어가는 미국은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활용할 수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원유를 밀어 올리려 이산화탄소를 충분히 집어넣은 뒤, 원유를 더는 뽑아낼 수 없을 때 시추공을 폐쇄해 이산화탄소를 환경과 격리하겠다는 미국의 구상은 원유가 나오지 않는 우리가 적용할 수 있는 방법과 거리가 멀지 않은가. 그렇다고 구멍이 숭숭 뚫린 탄광에 불어넣을 수도 없다.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안정된 물질로 변화시켜 활용하거나 안전하고 경제성 있게 폐기하는 기술이 확보되지 않는 한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은 우리나라에서 활용할 가치가 없을 것이다.

다만 Syngas를 얻기 위해 처치 곤란한 폐가구나 옷, 가죽 제품, 음식 쓰레기나 분뇨와 같은 유기물을 활용할 수 있다면 효과가 있겠다 싶다. 음식쓰레기나 분뇨는 바이오가스로 활용한 뒤 남는 물질을 양질의 유기질 비료로 활용하는 기술이 있지만, 인구가 많은 도시에서 나오는 상당한 양을 깨끗하고 안전하게 처리하는데 가스화 발전도 한 몫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다만 가격 대 성능을 따진다면 망설여질 수 있겠지. 면밀한 연구는 물론이고 홍보도 필요하겠다. 아직 우리 정부는 가스화 발전에 인센티브를 제공할 생각이 없는 듯하고 환경단체도 그에 관한 상식이 부족한 실정이 아닌가. 그러니 정치권도 별 생각이 없다. 하지만 시도할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특히 대기오염이 포화 상태에 있는 인천에 발전소를 늘리고자 하는 남동화력이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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