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녀를 보는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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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녀를 보는 불편한 진실
  • 양진채
  • 승인 2012.03.1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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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양진채 / 소설가


개똥녀, 된장녀, 국물녀, 폭행녀, 막말녀, 쓰레기녀까지 인터넷 세상은 심심할 틈이 없다. 공중도덕을 지키지 않고 예의범절을 무시하고, 이기주의에서 비롯된 파렴치한 행동을 한 그녀들은 대중들의 공분을 샀다. (그런데 왜 하필, ‘녀’일까? 이런 짓을 하는 남자는 없단 말인가?  ‘oo녀’ 속에 들어 있는 자극적이면서 은근한 ‘여’에 비난!) 

누가 봐도 도를 넘는 비인간적인 모습에 네티즌들은 우르르 들고 있어났다. 어떻게든 그런 짓을 한 여성들이 누구인지 밝혀내는 소위 ‘신상털기’가 즉각적으로 진행되었다. 신상파악의 의도는 명확했다. 인터넷 상에 신상을 공개함으로써 다시는 그런 일을 할 수 없도록 따끔한 ‘벌’을 주기 위해서이다. 얼굴, 이름, 나이, 하는 일, 주소까지 순식간에 인터넷에 유포되었다. 그런데 이 따끔한 ‘벌’이 따끔을 넘어서는 게 문제이다. 해당 여성들은 학교나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고 사회적 관계는 단절되었으며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조차 없게 되었다. 한 인간의 삶을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게 만든 것이다. 전철 안에서 개똥을 치우지 않은 것이, 택시 안에서 막말을 퍼부은 것이 한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뿌리 뽑을 만큼 죽을  죄인가. 

파렴치한 행동을 한 것은 분명하지만 법적으로 커다란 범법을 저지른 것도 아니었는데 순식간에 공분을 사게 되면서(때로는 정확한 사건의 내막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이 여성의 인권은 바닥에서 짓밟혔다. 사회적으로 가해지는 폭력은 물리적인 폭력보다 훨씬 충격적이다. 

이들의 인권은 보호받을 권리가 없는 것인가? 네티즌들은 익명이라는 허울을 쓰고 이런 응징이야말로 정의구현이라 믿으며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고 사회의 안녕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불의를 보고 참지 않고 행동하는 것은 정당하다. 그동안 네티즌들의 행동은 때로는 정의롭고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이런 일이야말로 사회 공분을 통해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반성하게 하여, 이 사회를 밝게 하고 함께 사는 사회로 만들어 나가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법적으로 누구도 타인의 죄를 개인이 단죄할 수 없다. 법에 명시된 기본권은 모든 이에게 차별없이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이다. 좀 더 확실하게 말하자면 진실을 희생하면서까지 개인의 사생활은 보호되어야 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만에 하나, 신상정보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공개된 정보가 공개되었는데 그것이 해당 여성이 아닌 다른 3자의 것이라면 그땐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 사회에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공공의 선(善)을 빌미로 개인의 인권을 무시하고 삶을 파괴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앞으로 이런 일은 점점 더 심해질 것이다. 비난 정도를 넘어서 개인의 신상을 공개하는 일이 한 사람의 삶을 망가뜨릴 수 있다는 점을, 삶의 존엄성 차원에서 다시 생각해야 하는 때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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