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신중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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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신중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 이우재
  • 승인 2012.04.0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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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재의 공자왈 맹자왈]


말 한 마디 때문에 선거판이 다시 출렁이고 있다. 통합민주당의 잘못된 공천과 안일한 선거 전략으로 혼전을 거듭하던 선거판은 이명박 정권의 민간인 사찰 문제가 불거지면서 다시 한 번 정권 심판론에 불이 붙는 듯했다. 그런데 통합민주당 후보 김용민이 지난 시절 인터넷 방송에서 했던 발언들이 알려지면서 그 좋던 분위기가 그만 사르르 주저앉고 있는 것이다. 김용민 본인은 젊은 시절의 철없는 발언이라고 사죄하면서 용서를 구하고 있으나 여론은 싸늘하다. 젊었을 때 그럴 수도 있지 하며 넘어가기에는 그 발언들이 너무 상스럽고 치졸하기 때문이다. 시정잡배라 하더라도 아마 그 정도로까지 말하지는 안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이 말했다. “옹은 어지나 말을 잘하지 못합니다.” 공자가 말했다. “말을 잘하는 것을 어디에 쓰겠느냐? 말재주로 사람을 상대하면 자주 미움을 받기 마련이다. 옹이 어진지는 알지 못하나 말을 잘하는 것을 어디에 쓰겠느냐?”(或曰 雍也仁而不佞. 子曰 焉用佞? 禦人以口給 屢憎於人. 不知其人 焉用佞?-『논어』「공야장」)

말을 잘하는 것을 어디에 쓰겠느냐는 공자의 말은 요즘 세상에서는 맞지 않는다고도 볼 수 있다. 지금 사람들의 눈에 말재주는 결코 단점이 아니다. 말재주 하나 갖고 먹고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으며, 또 그들을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또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말재주로 사람을 상대하다 보면 자주 미움을 사기 마련이라는 공자의 말은 분명 틀리지 않다. 가시 박힌 독설로 유명했던 한나라당의 전여옥이 결국 자기 당에서 공천을 받지 못하고 국민생각이라는 이상한 당으로 쫓겨 난 것이나, 말재주라면 대하민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했던 유시민이 노무현당의 본류에 들지 못하고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있는 것이 그것을 잘 말하고 있다. 일찍이 증자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조심하고 조심해라! 네게서 나온 것이 네게로 돌아간다”(戒之戒之! 出乎爾者 反乎爾者也-『맹자』「양혜왕하」) 김용민도 젊은 시절 아마 말로 한 번 튀어보려고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그대로 자신에게로 되돌아 올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못했을 것이다.

공자는 “말이란 뜻이 통하면 될 뿐이다”라고 했다(辭達而已矣-『논어』「위령공」). 말은 결국 자기 의사를 전하는 도구일 뿐이다. “교묘히 입에 발린 말이나 하고 얼굴에 아첨만 가득한 사람치고 어진 자는 드물다”(巧言令色 鮮矣仁-『논어』「학이」). 지나친 꾸밈을 경계한 말이다.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비속한 말도 또한 경계의 대상이다. “말이란 그 마음에서 생겨 정치에 해를 끼치고, 정치에서 발로되어 그 일을 해친다”(生於其心 害於其政 發於其政 害於其事-『맹자』「공손추상」) “한쪽으로 치우친 말을 들으면 그가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 알 수 있으며, 과도한 말을 들으면 그가 무엇에 빠져 있는지 알 수 있고, 올바르지 못한 말을 들으면 그가 무엇으로부터 벗어나 있는지 알 수 있으며, 변명하는 말을 들으면 그가 무엇에 궁색한지 알 수 있다”(詖辭知其所蔽 淫辭知其所陷 邪辭知其所離 遁辭知其所窮-『맹자』「공손추상」). 말에는 그 사람이 나타나는 법이다.   

따라서 말은 신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말 4필이 끄는 수레로도 사람의 혀끝을 따라잡을 수는 없다(駟不及舌-『논어』「안연」). 군자는 말은 더디더라도 차라리 행동에 민첩해야 하며(君子欲訥於言 而敏於行-『논어』「이인」), 말이 행동보다 지나친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君子恥其言而過其行-『논어』「헌문」). 세상에 어려운 일도 많지만, 말에 부끄러움이 없는 것, 그것이야말로 어려운 것이다(其言之不怍 則爲之也難-『논어』「헌문」). 갈수록 말이 비속해지고 경박해지는 요즘 세태에서 강용석이나 김용민 사태는 다시 한 번 우리에게 말에 대해 이것저것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 것도 사실이지만, 말 한 마디로 목숨조차 잃을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말이란 정말 신중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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