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 끝 노란 꽃 아래로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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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 끝 노란 꽃 아래로 달려
  • 정충화
  • 승인 2012.05.2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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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충화의 식물과 친구하기] 윤판나물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라는 말은 어려서부터 숱하게 들어온 격언 중 하나다. 수양을 쌓을수록 겸손해진다는 비유적 표현인데 이는 사실 인간의 사회적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말이다. 낱알이 여물면서 줄기 끝에 달린 벼 이삭이 무거워져 자연적으로 휜 것일 뿐이다. 자연에서 교훈을 얻는 걸 나쁘다 할 수는 없지만, 교육을 위한 목적으로 견강부회한 느낌이 없지 않다.

봄철에 피는 꽃 중 땅을 향해 고개를 숙이는 꽃들이 제법 많다. 얼핏 떠오르는 것만 해도 할미꽃, 매발톱꽃, 금낭화, 제비꽃류, 얼레지, 수선화, 애기나리, 은방울꽃, 둥굴레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 식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구조적으로 꽃이 아래로 달릴 수밖에 없게 되어 있다. 이들은 대부분 꽃대나 꽃줄기가 가늘고 길게 늘어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와는 달리 하늘을 향해 치켜진 꽃은 꽃대나 꽃줄기가 짧거나, 튼실하거나, 꽃이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조개나물, 붓꽃, 장대나물, 조뱅이 등이 그렇다. 사람마다 각양각색이듯 식물도 자신의 처지에 맞는 방법으로 꽃을 피운다고 볼 수 있겠다. 이번 회차에는 땅을 향해 꽃이 달리는 윤판나물을 소개하고자 꽃이 피는 형태 이야기로 글을 시작하였다.

윤판나물은 원산지가 우리나라인 백합과의 숙근성 여러해살이풀로 중부 및 남부지방의 산지에 자생한다. 줄기가 대략 30~60cm 정도까지 자라며 원줄기 윗부분에서 갈라진다. 잎은 긴 타원형으로 밑부분은 둥글고 끝이 뾰족하다. 잎자루가 없으며 어긋난 잎맥이 선명하다. 꽃은 4~6월에 가지 끝에서 1~3개가 밑을 향해 달린다. 꽃 길이는 2cm 정도이며 꽃 빛은 황색이다. 열매는 지름 1cm 가량의 둥근 형태로 8~9월에 검게 익는다.

윤판나물은 꽃이 아름다워 관상용으로 심으며 어린순은 나물로도 먹을 수 있다. 민간에서는 뿌리줄기를 석죽근이라 부르며 기침, 폐결핵, 장염 등의 약재로 쓴다. 이 식물의 꽃 모양과 거기서 드러나는 모습이 윤 판서 나으리의 풍모와 같다고 하여 이름을 그리 얻었다고 전해진다. 다른 이름으로 대애기나리, 큰가지애기나리라고도 불린다.

갈수록 기후 조건이 바뀌어감을 피부로 느낀다. 식물이 느끼는 것도 다르지 않으리라고 본다. 봄 가을이 짧아지고 여름과 겨울이 길어지다 보니 식물들도 생존을 위해 적극적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변화가 꽃 피는 시기이다. 예전에는 시차를 두고 꽃이 피었는데 요즘은 다투어 피고 개화시기도 들쭉날쭉하여서 도감 상의 개화시기를 믿고 나갔다가는 낭패를 보게 된다. 작년에 그날그날 만난 식물들에 대한 짧은 기록을 남겨두었는데 올해 요긴한 정보로 활용하고 있다. 점차 무뎌지는 기억력으로 자연의 변화를 따라잡기가 버겁다.

글/사진 : 정충화(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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