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제'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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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제'의 의미
  • 황명숙
  • 승인 2012.05.2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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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황명숙 / 인천가정법률복지상담원 이사


지난 5월 19일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의 깜짝 결혼식이 있었다.  하객은 90명 정도였고 이들은 자신이 하객인 줄도 모르고 결혼식에 참석했다. 페이스북 기업공개로 자산 가치 약 24조원의 청년갑부가 된 저커버그는 헐리우드의 스타나 유명 운동선수들의 결혼처럼 호화로운 결혼을 할 만한 능력이 있는데도 평소 저커버그의 검소한 생활이  그대로 결혼식으로 이어졌다. 배우자는 자신의 오랜 친구인 중국인계 프리실라 챈. 그이 프로필을 보면 2007년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2년간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사립학교에서 과학을 가르치다가 의학대학원에 진학해 소아과를 전공했다. 챈은 올 가을부터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 대학 병원에서 근무할 예정이라고 한다.

억만 장자와 결혼해 '백마를 탄 왕자'를 만났다고 챈을 부러워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챈의 실제 모습은 남편 재산에 의존해 화려한 생활을 하는 왕비 같은 모습으로 상상하는 것은 어딘가 모르게 부자연스럽다.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챈은 남편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일을 가지고 앞날을 개척하는 '독립형 실리콘밸리 와이프'의 새로운 흐름을 보여 준다"라고 전했다. 

과거 실리콘 밸리의 억만장자 아내들은 파티에 대동할 수 있는 출중한 외모의 * '트로피 와이프'를 선호했지만 현재는  저커버그나 구글의 세르게이 브린이나 제프 베조스 아마존 부인처럼  오랜 신뢰를 바탕으로 자신의 일에 조언을 할 수 있고 사업 아이디어도 제시할 수 있는 지적 능력이 있는 여성을 배우자로 선택한다. 물론 전부가 그런 것은 아니고 예외는 있다. '실리콘밸리의 악동'으로 불리는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처럼 젊은 여자와 결혼했지만, 네 번 이혼을 하고 현재 독신으로 살고 있다. 두 번째 부인은 회사 안내 데스크 여직원인 경우도 있다.
 
2007년 구글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의 배우자는 예일대 생물학 박사 출신으로 월가에서 생명공학 투자 분석가이며 DNA 검사회사인 '23앤드미' 창업자인 앤 워짓스키이다. 그리고  아마존 CEO인 제프 베조스는 유명 소설가이며 2006년 전미서적협회 최우수 도서상을 수상한 매킨지와 결혼하였다.

마이크로 소프트회장 빌 게이츠 부인인 멀린다 게이츠는 1987년 마이크로 소프트 입사 직후에 빌 게이츠와 사귀기 시작했고 익스페디아, 엔카르타와 같은 핵심 사업을 성공시키며 자신의 능력을 입증시켰다. 

갑부의 부인이라 하더라도 이들은 자신의 영역에서 실력과 능력을 인정받은 여성이고 남편의 명예와 부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여성이라고 볼 수 없다.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다가 운 좋게 왕자의 말에 오르는 여성이 아닌, 스스로 힘으로 자신의 배우자를 선택한 여성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하다. 

검소하면서도 품위 있는 챈과 저커버그 결혼식을 보면 90명 정도 하객에 식장은 캘리포니아주 팰러앨토시 자택 뒷마당에서, 결혼 반지는 저커버그가 직접 디자인한 루비 반지와 웨딩 드레스는 인터넷 주문한 드레스이며 화려한 꽃단장도 없었다. 피로연 음식은 동네 단골 식당에서 배달을 시킨 간단한 멕시코 요리와 일본 요리였다. 멕시코식 식사 가격은 1인분에 7.5달러 정도였으며 후식으로 나온 쥐 모양의 초코렛은 3달러 가량으로 알려졌다.
 
저커버그가 배우자로 선택한 오랜 친구인 프리실라 챈과 소박하면서도 품위 있는 결혼을 지켜보며 그가 어떤 인품을 가지고 있는지 그의 가치관이 어떠한지를 알 수 있었다. 저커버그의 진정성과 겸손, 그리고 사회적 책임감을 느낄 수 있는 결혼식을 보면서 '노블레스 오블리제'라는 말이 저절로 떠올려진다.

* 트로피(trophy) 와이프
'전리품'이나 '노획물'을 뜻하는 단어. 재력이나 권력을 가진 남자가 젊고 매력직인 여성을 아내로 맞이하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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