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뜨면 연한 자주색 꽃 피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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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뜨면 연한 자주색 꽃 피워
  • 정충화
  • 승인 2012.06.1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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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충화의 식물과 친구하기] 구슬붕이


아침에 피었다가 해가 지면 꽃망울을 닫는 꽃을 한자어로 ‘조개모락화(朝開暮落花)’라 일컫는다. 옛날 중국에서는 무궁화의 습성이 그렇다 하여 지조 없는 꽃으로 천시했다고 한다. 무궁화 말고도 이처럼 밤에 꽃잎을 닫는 식물이 몇 가지가 더 있다.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고 마는 나팔꽃처럼 짧은 사랑아~’라는 노랫말에서 드러나듯 나팔꽃과 메꽃 종류는 거의 그렇다고 보면 된다. 

산자고나 닭의장풀도 마찬가지고 오늘 소개하려는 구슬붕이도 저녁이면 꽃잎을 닫는다. 특히 구슬붕이의 꽃잎이 닫혔을 때는 거기서 그리 아름다운 꽃이 필 것이라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빗장을 꼭꼭 닫아건다.

구슬붕이는 원산지가 우리나라로 알려진 용담과의 두해살이풀이다. 산자락의 양지바른 풀밭이나 묘지 근처에서 잘 자라는 식물이다. 줄기는 2~10cm에 불과하고 하부에서 모여나기 형태로 갈라진다. 아래쪽 잎은 사각형태의 달걀모양이고, 줄기잎은 좁은 달걀모양으로 밑부분이 합쳐져 잎집을 이루고 있다. 

5~6월에 줄기 끝에서 종 모양의 꽃이 하늘을 향해 핀다. 꽃 빛은 연한 자주색이며 통꽃 형태로 끝 부분이 큰 것(주화관) 다섯 개, 작은 것(부화관) 다섯 개의 갈래로 갈라져 있다. 구슬붕이의 꽃은 위에서 언급한 대로 해가 나면 몸을 열었다가 해가 지면 꽃잎을 앙다문다. 비가 오는 날 꽃잎을 열지 않는 걸 보면 볕을 좋아하는 향일성인 때문인 것으로 짐작된다. 열매는 삭과(튀는 열매)로 가을에 익는다. 

구슬붕이는 다른 이름으로 구실붕이, 구실봉이, 민구슬붕이로도 불린다. 크기만 작지 꽃의 생김새가 용담과 흡사하다 하여 소용담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형태나 꽃의 생김에서 구슬붕이와 구분하기 쉽지 않은 식물로 봄구슬붕이가 있다. 봄구슬붕이가 구슬붕이보다 조금 더 일찍 피며 크기가 약간 큰 편이다. 

뒷산 허리께의 임도 옆에서 구슬붕이와 마주칠 때마다 걸음이 가볍고 기분이 좋아진다. 이 꽃이 하도 예뻐 얼마 전 한 뿌리를 떠다 화분에 심어 사무실 앞 볕이 잘 드는 곳에 두었더니 매일 꽃을 피워 눈이 절로 환했다. 그러다 며칠간 출장을 다녀와 보니 누군가 집어갔는지 사라지고 없었다. 잠시 서운했지만, 필시 꽃을 좋아하는 사람이 가져갔을 터이니 그것도 보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사진 : 정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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