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떴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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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떴어도…"
  • 이문일
  • 승인 2012.07.27 05: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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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 소리] 이문일 / <인천in> 편집국장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떴어도 고뿌(컵의 일본식 발음)가 없으면 못 마십니다."

어릴 적 뭔지도 잘 모르면서 흥얼거렸던 말이다. 여기에는 고저장단(高低長短)이 있었다. 그런대로 운치가 있어 남을 웃기려고 할 때 써먹었던 기억이 난다. 코미디언 고(故) 서영춘 선생이 읊어 유명한 '대사'이기도 하다. 아무리 걸판지게 판을 벌여놓아도 즐길 사람이 없으면 '말짱 꽝'이라는 말로 해석될 수도 있을 게다. 그만큼 '인천과 사이다'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지니고 있다. 

지금은 흔해 빠졌어도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사이다는 '귀한 대접'을 받았다. 소풍을 가거나 무슨 특별한 날일 때, 아니면 속이 더부룩해 좋지 않을 때 사서 마신 음료였다. 그래서 별일 없는 날에는 소다에 식초를 좀 섞어 '사이비 사이다'를 만들어 먹기도 했다.

사이다는 일제 강점기 시절(1910년 무렵) 인천에서 처음 만들었다. 외래문물이 인천을 통해 조선 팔도에 전해지던 때였다. 전국을 통틀어 그 제조 시설이나 규모 면에서 따라올 곳이 없었다고 한다. 당시 경인철도 차량에도 '대형 사이다 광고판'이 붙을 정도였으니, 가히 그 선풍적인 인기를 실감할 수 있겠다. 오늘날 사이다는 그때와 맛과 향 따위에선 좀 바뀌었겠지만, '본질'에선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얼추 살펴본 '사이다 역사'다.

왠 뚱딴지 같이 '사이다 타령'인가. 각설(却說)하고, 지금 인천에서 벌어지고 있는 형국이 문득 그것과 닮았다는 생각이 스쳤기 때문이다. '인천 홀대 이제 그만! 아시아경기대회와 도시철도 2호선 정부 지원 촉구!'. 국회 앞에선 1인 릴레이 시위가 이어지고, '200만명 서명'에 들어가고, 시내버스마다 그 같은 글귀를 적어 달린다. 엊그제는 급기야 인천 5대 종단(宗團)마저 나섰다. 아무리 성속일체(聖俗一體)라지만, 종교계 지도자들까지 나서는 일을 보면 안쓰럽다. 서글퍼지기도 한다. 오죽하면 여북하겠냐마는…. 

오늘 인천은 '재정 위기'를 겪고 있다. 그 와중에 아시아경기대회를 치러야 한다. 불과 2년 앞으로 다가왔다. 코 앞에 닥친 셈이다. 그런데 돈이 없다. 경기장을 짓자니 예산이 엄청나게 들어가고, 아시안게임에 맞춰 도시철도 2호선 완공을 앞당기자니 그것도 돈가뭄에 시달린다. 인천시 자체적으로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다. 하여 정부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하나 정부는 꿈적도 하지 않는다. 야당이 '집권'을 해서 얄미운 건지, 무슨 미운털이 박혀서인지 속내를 알 수 없다. 어쩌면 이게 우리 정치판 모습인지도 모른다. '너 죽고 나 살기'에 급급한 행태다.

아시안게임은 올림픽에 버금가는 국가적인 행사다. 동계올림픽과도 맞먹는 아시아인들의 잔치마당이다. 자치단체가 이를 치르려고 하는 데 힘겨워하면, 국가가 나서 도와주어야 함은 마땅하다. 부산아시안게임 때도 정부는 전폭적으로 지원을 했다. 그것이 '상생(相生)'이다. 어느 한쪽이 무너지면 다른 쪽도 거덜나게 되어 있다. 이치요, 자연의 법칙이다. 거스르면 둘 다 망한다. 그런데도 정부가 '인천 지원'을 망설이고 인색하게 구는 이유는 무엇인가. 국민들이 하지 말라는 '4대강 사업'엔 천문학적인 돈을 펑펑 쏟아부으면서 말이다.  

이미 '아시안게임 판'은 펼쳐졌다. 인천은 그 판을 멋지게 꾸미려고 애를 쓴다. 여기저기서 준비를 하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하지만 정작 선수들이 훌륭한 경기를 펼쳐야 할 경기장을 짓는 데엔 참으로 힘에 부친다. 담아낼 '그릇'이 너무 작다는 얘기다. 그래서 너도 나도 정부에 도와달라고 '읍소'한다. 이렇게 시민들이 바라는 바를 정부는 외면해선 안 된다. 인천이 빚더미에 앉아 옹색하게 아시안게임을 치르며 국제적인 망신을 당한다면, 그것은 인천만 겪을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전체가 당할 부끄러움이다.

오는 2030년이면 인천은 부산을 제치고 '국내 제2 도시'로 우뚝 선다. 얼마 전 통계청 발표다. 지금도 인천엔 우리나라 관문인 인천국제공항이 자리를 잡고 세계인들에게 손짓을 하고 있다. 이제는 '세계 속 인천'으로 불러야 한다. 이런 인천을 정부는 제발 '홀대'하지 말고 더 키워야 한다.

너댓명이 충분히 치를 밥상을 차려놓았는데, 먹을 사람이 한두명밖에 없으면 곤란하다. 아무리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둥둥 떠 있으면 뭐하나?  사이다를 떠서 마실 컵이 없으면 말짱 헛일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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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hkdcks 2012-07-27 16:57:20
얼마나 더큰 운동장을 세워야 하는지는 알수 없지만 어떤 나라에서는 운동장을 조립식으로 지었다 경기 끝난후 다른 나라에 팔거나 임대를 한다고 하는데 인천은 굳이 새로 지어야 하는지 ?
부근 도시의 운동장을 빌려쓰거나 현재 있는 운동장등을 사용하면 될것이고 선수들의 숙소는 가까운 숭의동이나 재물포 또는 분양이 되지 않은 아파트등을 이용하면 되는데 새로 선수들을 위한 아파트를 짓는다면 분명 사용후 분양은 모두 될것이나 아직 분양이 안된 그 많은 주택들은 어쩌란 말인지 ?!.....그리고 지금이라도 인천에 가면 인천 앞바다에 동동 떠 있던 사이다 를 마실수 있다는 새로운 브랜드의 사이다를 팔면 대박 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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