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행정에 연연하는 '불꽃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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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행정에 연연하는 '불꽃놀이'
  • 양진채
  • 승인 2012.10.08 04:4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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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양진채 / 소설가


밤하늘을 뚫고, 고요를 뚫고 다연발의 폭음을 내며 어둠속을 환하게 불꽃이 피어난다. 밤하늘을 바라보던 사람들의 탄성이 터져 나온다. 축제의 마지막을 성대하게 장식한다. 피었던 불꽃은 몇 초도 안 돼 가뭇없이 사라진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나자 언제 폭죽이 터졌냐는 듯 밤하늘은 다시 어둠 속에 묻힌다.

부평풍물축제가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에 걸쳐 열렸다. 부평역에서부터 부평시장역까지 차가 다니지 않는 거리가 되는 유일한 시간이기도 하다. 차가 다니지 않는 대신 풍물공연과 군악대 행진, 마술쇼, 각종 퍼포먼스 등이 펼쳐졌고, 체험부스 등을 통해 다른 나라의 문화를 체험하거나 민속놀이 등을 즐길 수도 있었다. 

결혼하고 내내 부평에서 살아온 나는 매년 부평풍물축제 행사를 구경했다. 아이들과 함께  체험부스에서 새끼를 꼬거나, 비석치기 등 민속놀이도 해보고, 안내 전단지의 행사 내용을 참고해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때가 아니면 걸어볼 수 없는 넓은 차도를 걷는 기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행사는 매년 자리를 잡아갔고 규모도 커졌다. 무조건 큰 행사보다 소규모 공연장에서 열리는 작은 공연들도 나름 알찼다. 최근 구의 재정이 안 좋아 행사 규모가 줄었다고는 하지만 오히려 부스가 줄어들면서 사람들이 다닐 수 있는 길이 넓어져 오히려 사람에 치일만큼 북적대지 않아 좋았다.

풍물축제를 구경하다가 우연히 구청관계자를 만났다. 몇 마디 인사를 나누다가 문득 행사 마지막에 불꽃놀이를 하느냐고 물었다. 서울의 세계 불꽃놀이 축제가 그야말로 장관을 이루었다는 보도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는지, 작년에 불꽃놀이를 안 했던 기억 때문인지는 확실치 않았지만 문득 궁금했다. 구청관계자는 올해는 불꽃놀이를 한다고 했다. 작년에 폐막 때 불꽃놀이를 안 했다가 구 의회의원들로부터 오랫동안 많은 항의를 받았다는 것이다. 불꽃놀이를 구경하러 나왔던 시민들이 실망해서 돌아갔다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

겨우 십여 분 폭죽을 터트리는데 천만 원의 예산이 든다고 했다. 구청에서는 직원들에게 꼭 필요한 교육을 하는 데에 드는 6백만 원을 확보하지 못해 교육을 못하고 있는 형편인데 겨우 십여 분 즐겁자고 폭죽을 터뜨리는데 천만 원을 써야 하는지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구의 재정이 아니라 한 가정의 재정이었다면 어쨌을까? 구민들이 사정을 알았더라도 불꽃놀이를 해야 한다고 했을까?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는 불꽃놀이도 좋지만 내실을 다지는 일이 더 중요하지 않았을까. 부평구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구에서도 행사 마지막에 무슨 의례처럼 수천만 원을 들여 불꽃놀이를 한다고 들었다.

인천이 아닌 지역에 사는 지인들을 만나다 보면, 인천의 경제 사정이 많이 안 좋다고 하던데 어떤 정도냐고 묻는다. 버스를 타고 지나다 보면 2014년 아시아 경기대회를 국가재정지원으로 치러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플래카드가 눈길을 잡는다. 850억이 넘는 월미 은하 레일은 비리의 온상이 되어 운행도, 철거도 못한 채 방치되어 있다. 아직은 행사 마지막에 폭죽을 터뜨릴 만큼의 여유는 있는 정도라고 대답해야 할까, 꼭 필요한 교육조차도 재정이 없어 못하는 실정이라고 해야 할까.

불꽃놀이가 귀신을 쫓던 의식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던가? 전시행정에 연연하고 치레에 급급한 관료 귀신들을 내쫓고 대신 내실을 다지고 토대를 튼튼히 하는 공무원들이 자리를 잡았으면 하는 바람이 절실하다. 전국의 어디를 가도 인천을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다면, 그렇게 내 마음에 인천을 자랑스럽게 꽃 피울 수 있다면 그깟 몇 초를 버티지 못하고 스러지는 불꽃놀이가 뭔 대수인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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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환신 2012-10-08 08:27:10
펼쳐 놓으신 촌철살인의 교훈 들,
구구절절 옳으신 말씀입니다.
며칠 전,거주하는 지역의 불꽃놀이 행사를 접한 뒤
저 또한, 모 사이트에 의견을 개진한 적이 있었습니다.

"불꽃 쇼는 언제봐도 멋집니다.
하지만, 구민들을 즐겁게 위로 하고자 하는 고매한 뜻은 이해가 되나
계양구내 수 많은 상습 침수지역의 주민들은 아직 수재복구도 제대로 안돼서 발을 동동 구르는데......
실업 폭증-서민경제 피폐 등 여러가지로 어려운 시기에 대통령은 2~30조를 강 속에 배짱 좋게 파 묻고,
구청장은 피땀어린 혈세 수천발을 허공에다 화끈하게 쏴 대고...... 허허~"

좋은 말씀,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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