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 다시, 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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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다시, 첫
  • 양진채
  • 승인 2013.01.06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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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채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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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았다. 많은 사람들이 새해를 맞으면서 이런저런 계획을 세운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결코 적지 않은 나이에 등단을 했고, 얼마 전 첫 소설집을 내놓았다. 첫 소설집을 받아들고 내 문학 역사에 기록될 책을 오래도록 들여다보았다. 이 나이에 무언가 새로운 일을 하고 ‘첫’이라 이름 붙일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에 깊이 감사했다.
아는 선배 작가는 환갑의 나이에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소설가로서 길을 걸었다. 일각에서는 그 나이에 등단을 해서 뭘 하겠느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그 선배는 열정적으로 문학에 대해 고민했고 소설을 썼고 첫 소설집으로 동인문학상 후보에 오르는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우리는 이제 100세 시대에 살고 있다. 무엇을 해도 ‘늦은 나이’이라는 말 대신 해볼 만 한 일이 남아 있음을 발견하고 해내는 것에 박수를 보내는 때가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솔직히 말하면 아쉬움 또한 적지 않다. 몇 년만 더 젊었더라면, 더 젊은 나이에 문학에 열정적으로 매달렸더라면. 수시로 그런 마음이 들었다. 그러다보니 흘러가는 시간이 아까웠다. 읽어야 할 책과 써야 할 글, 또 고민해야 할 것들 앞에서 하루를 어떻게 유용하게 나누어 쓸 것인가를 항상 고민하게 되었다.
꼭 필요하지 않은 트위터나 카톡을 하는데 몇 시간을 허비하고, 인터넷 서핑을 하고, 넋 놓고 텔레비전 프로를 보고 있는 많은 젊은이들을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늘 손에서 전자기기를 놓지 않으니 자기 자신을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인생을 고민해볼 시간을 갖지 못하는 것 같았다.
물론, 이 땅의 많은 청년들이 아르바이트며, 비정규직 일을 하며 학비를 벌고 생활비를 보탠다는 것을 모르고 하는 말이 아니다. 요지는 자신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 생활 패턴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다보니 휴대전화나 컴퓨터의 노예가 되고 있지는 않는지.
사실 우리나라 젊은이 중에 세계를 놀라게 할 과학자나, 정치가, 문학가가 나올 수 있는데 그 젊은이들이 기기에 매달려 묻혀버리고 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하게 되었다. 자신의 인생에 수많은, 빛나는 ‘첫’이기다리고 있음에도 그 보석을 발견하지 못한 채 하루를 흘려보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도 되었다.
과감하게 말하고 싶다. 자신을 빛나게 할 ‘첫’을 찾아야 한다고. 그러기 위해서 먼저 손에서 기기를 놓고 책을 들어야 한다고. 결국 자신의 길을 열어주는 것은 책이다. 삶을 진지하게 발견할 수 있는 것도 책이다.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 시기에 책을 읽는 이는 남과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단답형의 대화가 아니라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며 토론을 주도해나갈 수 있다.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은 어느 조직에서나 눈에 띌 수밖에 없다. 자신의 삶에 대한 고민뿐만 아니라 이 세계를 전방위적으로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는 눈을 키울 수 있게 된다.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니라 세계를 보며 꿈을 펼칠 생각을 갖게 된다. 수많은 선례가 그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다시 책을 드는 일, 자신의 숨겨진 보석을 찾아내는 일을 시작하자. 2013년 당신의 빛나는 ‘첫’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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