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스, 시간을 관리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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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스, 시간을 관리하는 삶
  • 황명숙
  • 승인 2013.01.20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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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황명숙 / 서울가정법원 가사조정위원
크로노스.jpg
 
2012년 12월19일! 국가의 중대사인 대통령선거를 마치고 분주한 12월이 지나면서 2013년이 실감나지 않게 다가왔다. 그리고 1월도 중순이 지나면서 나 자신과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다. 무엇이 그리 여유가 없었는지 오랜 친구들에게 카드 한 장 보내지 못한 채 한해를 또 맞이하게 되었다.
그리고 어머니의 어린 시절이야기가 문득 떠올랐다. 어머니 고향은 경북 문경 예천 용궁 물실이라는 지명을 가진 마을인데 동네 모든 또래가 다 친구였고 문화생활을 할 것도 없었고 놀이시설도 없었지만 좋은 추억을 가지고 계셨다. 그 시절에는 시계가 있는 집이 마을에 한 집 정도였는데 사발시계는 온 동네 구경거리였다고 한다. 친구들과 시간 약속을 하기 어려워 약속 시간과 장소는 “해 걸음에 동구 밖에서 만나자” 이렇게 만남 약속을 했지만 시계가 없어도 모두 정확하게 오래 기다리는 이도 없이 불편 없이 만났다고 했다. 다소 추상적 시간개념이지만 해를 기준으로 해가 넘어가는 동안의 시간을 기준으로 모두가 약속을 이행하니 시계 만큼 정확한 것이었다. 그 시절에는 일은 많았지만 여유가 있었고 지금에는 많은 일을 기계가 해주어서 시간이 많을 것 같으나 오히려 현대인들은 더 바빠지고 시간에 구속이 되며 마음의 여유로움을 가지지 못하고 시간에 쫒기면서 살아가고 있다.
시간에는 두 가지가 있다. 일정하게 흘러가는 물리적 시간과 길이로 잴 수 없는 의미 있는 시간으로 구분할 수 있는 데 헬라어로 물리적 시간을 ‘크로노스’라고 하며 의미 있는 역사적 시간을 ‘카이로스’라고 한다. ‘크로노스’는 연대기적인 시간을 말하며 영어로 연대기가 ‘크러날러지’(chronology)라고 하는 데 이는 해가 뜨고 지면서 결정되는 시간이며 지구가 공전과 자전을 하면서 결정되는 시간이다. 생물학적으로는 동식물이 낳고 늙고 병들고 죽는 시간이면 이 속에서 인간을 포함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살아가는 것이다. ‘크로노스’의 시간 만큼은 만인에게 공평하게 주어진다. 황제라고 해서 크로노스의 시간을 더 가질 수는 없다. ‘카이로스’는 특정한 시간 또는 의미있는 시간을 말한다. 시간은 비록 흘러가는 것이지만 시간에 특별한 의미가 있을 때에 이 의미 있는 시간을 ‘카이로스’라고 부른다. 그래서 ‘카이로스’는 어떤 일이 수행되기 위한 시간 또는 특정한 시간을 가리킨다. 계획이 세워지고 그 계획이 실행되는 시간을 가리키며 객관적인 실체가 아니라 상대적이며 주관적인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흔히 하는 말로 나이가 들면서 시간이 더 빨리 지난다고 느끼며, 20대는 20km로 달리고 60대는 60km로 달린다고 한다. 이 말의 의미를 살펴보면 젊을수록 ‘카이로스’의 시간을 많이 가진 것이고 나이를 먹을수록 ‘크로노스’의 시간 속에 살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의 길이는 정보의 양에 비례하며 뇌로 흡수되는 정보가 많으면 시간을 길게 느끼지만 정보가 없으면 그만큼 짧게 느낀다고 한다. 어린 시절이 시간이 더디게 가는 것도 흡수해야 할 정보가 많고 모든 것이 새롭고 의미가 있기 때문이며 나이가 들수록 모든 것이 식상하고 새로울 것이 없고 받아들이는 정보의 양도 적기 때문에 시간이 빨리 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간을 길게 쓸 수 있는 방법이 명확하며 시간을 다스리는 방법도 이미 나온 것이다. 노인이 될수록 새로운 것을 경험하며 변화를 즐기며 흘러가는 시간을 그냥 바라 볼 것이 아니라 시간을 물처럼 저장하고 가두어서 적절하게 사용해야 한다. ‘크로노스의 시간은 만인에게 공평하지만 ’카이로스‘의 시간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지 않다.
이제는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매일이 새롭고 설레임 속에 내일을 기대하며 살아간다면 그것은 ’카이로스‘의 시간인 것이다. 시간에 끌려 다닐 것이 아니라 시간을 관리하며 적절하게 다스리며 사는 것은 자신의 삶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다. 개개인의 상황과 처한 입장은 다르지만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시간을 ’카이로스‘로 인식하며 자신의 목표를 정하고 매일매일 다가오는 시간들이 사건이고 의미있는 이벤트로 인식한다면 모두가 행복하고 성공적인 인생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꿈을 가지며 주어진 모든 시간과 만나는 사람과 일어나고 있는 사건과 상황을 특별하게 만들며 자신의 역사를 만들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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