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심 활성화 사업을 둘러싼 논란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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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도심 활성화 사업을 둘러싼 논란에 대하여
  • 박인규
  • 승인 2013.03.26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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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박인규 / 시민과대안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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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의 원도심 활성화사업을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논란이 시작된 것이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올해 들어 인천시가 원도심 활성화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그 논란은 새로운 양상으로 접어들고 있다. 신도심개발에 비해 상대적으로 원도심 문제의 심각성과 폭발성에 대해서 소홀히 취급하거나 방치하면서 발생한 문제와 더불어 이를 해결하고자 추진하고 있는 원도심 활성화 사업이 제대로 방향을 잡고 추진되고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안상수 전 인천시장 시절에 경제자유구역으로 대표되는 신도심 위주의 개발 사업에 대한 구도심 주민들의 반감을 무마하기 위해 도시균형발전이라는 논리로 확대를 거듭한 정비사업에서 주택문제가 갖고 있는 공공성은 점차 사라지고 민간에 내 맡겨진 채 정비구역 지정이 남발된 것이 문제의 근원이다.
그러나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도시철학도 정책도 계획도 부실하기 짝이 없었던 송영길 시장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결국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치 못한 채 임기의 절반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사태의 심각성이 예상을 훨씬 뛰어넘고 있다고 판단해서인지 인천시는 작년 12월 정무부시장을 단장으로 하여 각계 전문가 35인으로 원도심 활성화 추진단을 구성하여 활동에 들어가면서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송영길 시장은 최근 연일 구군을 순회하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있다. 때늦은 감이 있지만 기대되는 행보가 아닐 수 없다.
부동산 경기가 활황이던 시절에 자고 일어나면 생겨나던 재개발, 재건축사업이 주로 원도심 주민들의 신도심에 대한 상대적 소외감에서 비롯된 대응적 성격이라면, 이제는 언제 회복될지 모르는 불확실한 경제상황 속에서 탐욕과 정치논리가 빚어낸 재앙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정비사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 간의 손해 덜보기를 위한 제로섬 게임이 그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재개발, 재건축 사업에서 발생한 매몰비용을 둘러싸고 주민들과 시공사 간에 법적 분쟁이 벌어지고 있으며 이는 조합 임원과 주민들간의 불화로 번지거나 번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다급해진 주민들이 인천시와 시의회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지만 속시원한 해결책이 나오기는 어렵다. 또한 지금도 정비구역내의 조합과 사업추진을 반대하는 주민들 간의 다툼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시와 경기도가 관련 조례를 개정하여 추진위원회 단계의 매몰비용에 대해서 검증을 거친 비용의 70%를 지원하는 것과는 달리 재정문제가 심각한 인천시는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 개정되어 중앙정부가 지원에 나서기 전에는 매몰비용을 부담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인천시에 따르면 작년 2월부터 올 1월까지 67곳의 정비구역이 해제되었고 작년 8월 기준으로 약 3,000억여원의 매몰비용이 발생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이 비용은 해제되는 정비구역이 늘어남에 따라서 커져만 가고 있다. 사업성이 없어 추진이 어려운 정비구역은 하루라도 빨리 구역을 해제하여 매몰비용을 줄일 필요가 있으며, 중앙정부를 포함하여 시공사, 주민, 지방자치단체가 모두 함께 책임지는 상생의 관점과 자세가 요구된다.
한편 인천시는 정비(예정)구역에서 해제된 지역을 중심으로 원도심 살리기에 나서 이 사업을 위해 약 1,000억원의 재원을 마련하였고 이를 4월 추경에 반영할 계획으로 있다. 터미널 매각 대금 추가 확보에 따른 현금 유동성이 높아지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행보에 나선 것이다. 인천시는 강화군과 옹진군 및 연수구를 제외한 7개 구로부터 총 14개의 사업제안을 받아 원도심 활성화 추진단을 중심으로 사업 추진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제출받은 사업 내용을 둘러싸고 시민사회와 인천시의회는 물론이고 원도심 활성화 추진단 내부에서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인천시는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정비사업을 ‘주거환경관리사업’과 ‘인천형 마을만들기사업’을 도입해 추진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주거환경관리사업은 기존의 전면철거방식을 탈피하여 주민의 50%가 동의하면 기존의 도시구조를 유지하면서 정비기반시설과 공동이용시설 확충을 지원하고 주민들이 개별적으로 주택개량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또한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형 마을만들기사업은 노후된 단독주택이나 다세대주택밀집 지역에 공동체의식 향상과 공동체문화형성을 위한 사업이다.
이 두 가지 사업 모두 주민참여를 전제로 하고 있다. 그래서 법정 용어인 주거환경관리사업을 주민참여형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원도심 활성화 사업이 과연 주민참여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사업인지 의문이 든다. 각 구가 신청한 사업을 입안하는 과정에 주민의 참여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인천시 또한 시간적 여유를 갖고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다 보니 대상지별 특색도 없이 신청을 받은 대부분의 사업이 커뮤니티센터 건설, 주차장 확보 및 쉼터 조성, 골목길 정비 및 CCTV 설치 등의 시설 위주의 사업이 되고 말았다. 이는 성난 민심을 달래는 데에는 잠시 약효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결국 주인이어야 할 주민은 그저 행정의 시혜 대상이 될 뿐이며, 본질적으로 주민의 참여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진정한 마을공동체 형성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특히 수십억원이 소요되는 커뮤니티 센터는 유지운영을 위해 필요한 주체와 재원에 대한 대책없이 건립을 위한 재원 확보에만 매몰되어 자칫 부실한 건축물로 전락해 버리지 않을까 염려된다.
부평구 청천?산곡 지역에서 국비와 시비를 지원받아 뫼골공원 일대에 마을회관을 짓는 희망마을 문화회관 사업은 커뮤니티 센터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운영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좋은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오랜 기간 마을공동체 형성을 위해 노력해온 주민들의 요구에 의해서 회관 건립이 제안되었을 뿐만 아니라 주민들이 실질적인 운영주체라는 점에서 회관의 운영이 마을공동체 강화에 더욱 기여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커뮤니티 센터가 불필요하지는 않지만 선후가 뒤바뀐 정책과 그 추진과정이 가져올 문제를 충분히 인식하고 이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되는 것이다.
아울러 정비구역 출구전략에 따르는 매몰비용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는 가운데 정비해제구역을 위한 사업에 1,000억여원에 달하는 엄청난 예산을 모두 사용하기 보다는 이중 일부를 매몰비용에 지원하는 방안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징벌적 성격의 매몰비용 부담 책임을 주민들도 져야 하고, 향후 추가되는 부담과 더욱 커져만 갈 주민 갈등과 대립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을 고려한다면, 매몰비용 지원을 통한 출구전략 추진과 이 과정에서의 이해관계자들 간 특히, 주민들 간의 진지한 화해의 노력은 바로 마을 공동체 형성의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정권은 유한하지만 주민은 영원하다. 주민자치와 마을공동체 형성에 민관이 협력해야 할 거버넌스 시대에 관주도 행정이나 정치논리에 의한 사업이 가져올 폐해가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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