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박물관'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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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박물관' 만들겠다!"
  • 김영숙 기자
  • 승인 2013.04.27 0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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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립박물관 신임관장 이명숙씨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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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광역시립박물관은 올해 처음 시행한 개방형 공모제를 거쳐 새 관장을 뽑았다. 1946년 문을 연 박물관에 행정직 출신이 아닌 관장이 부임한 것이다. 때마침 시립박물관 67주년이기도 한 지난 4월 1일 박물관 신임관장인 된 이명숙씨. 부임한 지 보름이 되어가는 그를 만나서 박물관의 청사진을 어떻게 그리고 있는지 들어봤다.
 
-인천 최초 공립박물관인 박물관 신임관장이 된 소감은?
 
"생각해보니, 이미 오래전부터 박물관과 인연이 깊었다. 30년 전에 유럽 갔을 때 루브르박물관, 대영박물관, 바티칸박물관을 둘러봤다. 그 이후로도 세계 여러 나라에 가면 대학 박물관을 비롯해 개인박물관과 대형박물관을 부지런히 찾아다녔다. 출장 가서도 아침 시간에 박물관을 둘러보는 게 일이었다. '좋아서' 한 일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모두 '감사한' 일이다. 여러 경험을 살려서 시민들이 신나서 찾는 행복한 박물관을 만들겠다."
 
-그동안 여러 분야에서 일했는데, 그 지식과 경험이 박물관을 꾸려나가는 데 어떤 역할을 할까.
 
"오랫동안 어린이집을 경영하면서 아이들을 접했고, 또 YWCA에서 젊은 여성들과 일하면서 나이는 잊고 살았다. 언제나 젊게 사는 편이다. 열심히 일하다 보니 훌쩍 세월이 지났다. 예전에 농협에 근무할 때 대학 학보 편집장들과 만난 적이 있다. 그들이 '열심히 산다. ≪생의 한가운데≫ 주인공보다 열심히 산다'고 하더라. 하나에 열중하다 새벽이 되면 기뻤다. 대학 다닐 때는 희곡을 써서 연극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어린이집을 하면서 기록한 메모를 보면 나도 놀란다. 일하는 사람이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하자'는 생각을 많이 했다. YWCA는 이사 직분이었는데 '자원봉사'로 들어갔다. 3년 반 정도 일하다 보니, '집중적으로' 일해서인지 벤치마킹하러 많이 오더라. 어린이집 할 때는 교사 18명, 주방에서 일하는 분 세 분까지 그들의 일지를 날마다 봤다. 그래도 힘든 줄 몰랐다. 일에만 집중하면 힘들지만, 신나서 재밌고 즐겁게 일하면 좋아하는 일이 된다."
 
-전에 근무한 부평역사박물관에서는 어떤 일에 중점을 두었는가?
 
"의원 생활할 때는 교육, 문화, 사회복지, 여성 분야에 대해 연구하고 열심히 일했다. 즐겁게 일할 수 있어 늘 감사했다. 전국에서 최초 공립박물관인 인천시립박물관 관장은 생각해보지 못했다. 2011년 부평역사박물관을 맡으면서 박물관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게 됐다. 수장고를 보니 기증유물이 참 많더라. 바로 홍보실을 철거하고 기증전시실로 만들었다. 또 직원들이 5년 동안 지하에서 근무하는 것도 걸렸다. 여러 사람과 의논해서 그 다음해 상근하는 사람들을 지상으로 옮겼다. 날마다 지하에서 일하는 게 얼마나 힘든가. 자연경관이 좋은 곳에 만든 '북만화카페'도 호응이 좋았다. '자원봉사자'라는 말을 '해설사'로 바꾸어 일하는 분들이 자존감을 갖고 일하게 되었다. 박물관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면서 박물관이 변해가는 모습을 보았다. 도전을 새롭게 하면 다른 게 보이고 할 일이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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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박물관에서는 어떤 일에 중점을 둘 것인가.
 
"인천광역시립박물관은 무엇보다 접근성이 떨어진다. 셔틀버스를 운행해 사람들이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올 수 있게 하겠다. 또 북카페를 만들어 '향기 있는 박물관'을 만들겠다. 그동안 공무원 관장이 있어서인지 많이 경직돼 있더라. 박물관이 내걸고 있는 '행복한 박물관'에 걸맞게 만들겠다. 우리나라 최초 공립박물관이면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박물관을 널리 알리겠다. 중장기 계획을 세워 알찬 박물관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박물관이 시민들에게 접근하도록 하기 위해서 어떤 일부터 이루어져야 할까.
 
"이전 문제도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구도심권이라든가, 지속 발전 가능한 도시 속 박물관이 되어야 한다. 박물관과 미술관을 가까운 곳에 두어, 한 지역에서 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하겠다.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서 인천을 대표하는 얼굴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지난 가을, <이경성 특별전>을 보고 감동받았다. 그 분의 후배가 되어 해볼 만한 일이구나, 그렇게 젊은 나이에 열정을 가지고 인천박물관을 일구려고 애썼구나, 그 분의 뒤를 이어 열심히 일하는 것도 명예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박물관 운영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일하는 사람들이 일할 수 있게 할 것이다. 박물관 분관인 이민사박물관, 검단선사박물관, 송암미술관은 모두 특색이 있다. 분관장에게 최대한 역량을 주어 시민이 찾아오는 사랑받는 박물관이 되도록 하겠다. 인천공항에도 분관을 내고 싶다. 2014년 아시안게임도 있으니 인천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박물관 투어 등 환승 프로그램을 만들어 관광객이 접근하기 쉽도록 만들겠다. 학예사들은 역량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능력을 살리기 위해서는 퇴직공무원이 근무하다 지나는 곳이 아니다. 학예사에게 아낌없이 지원해서 그들이 가진 역량을 맘껏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 또 박물관에서 일하는 분은 모두 한식구다.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환경이 되도록 하겠다."
 
-시립박물관에 사람들의 발길을 어떻게 모을 것인가.
 
"여러 단체에 '박물관 다녀가는 날'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문화프로그램을 만들겠다. 한 예로, 이민사박물관은 다문화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할 것이다. 5월 6일에 취임식을 열기로 했다. 45년 동안 한 번도 하지 않았지만, '박물관 홍보를 위해서' 할 것이다.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사회 인사들부터 박물관에 한 번 오게끔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그들에게 박물관이 가까운 곳에 있다는 걸 알리는 일부터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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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전을 비롯한 각종 전시에 대한 구상은.
 
"시민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전시를 유치할 생각이다. 이미 '국제전'이 계획에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외국에 나가 있는 유물을 유치할 수는 없더라도 복제라도 해서 시민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이민사박물관에는 '러시아 자료관'을 만들어 여러 자료를 충실하게 갖다놓을 것이다."
 
-인천에는 사립박물관도 많다. 그들과 어떤 일을 함께 할 것인가.
 
"인천에는 어려운 여건에서 열정으로 박물관을 꾸려가고 있는 분들이 많다. 박물관협의회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찾아봐야 한다. 인천 각지에 있는 사립박물관과 미술관에 지원은 시급한 일이다. 그들이 보람을 느끼면서 일할 수 있는 여건이 필요하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문화를 위해서 일하는 건데 상생해야 한다."
 
-끝으로, 시민에게 어떤 박물관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한 도시에서 문화수준은 무척 중요하다. 문화수준을 높여야 삶의 질도 높아진다. 그동안 경험해온 일을 잘 발휘하면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박물관 업무를 스폰지처럼 빨아들일 때 여기로 왔다. 분관에는 코디네이터 역할을 충실히 해서 그들이 갖고 있는 특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고, 일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갖고 있는 역량을 몇 배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하겠다. 박물관이 내건 '행복한 박물관'을 실현하다보면, 인천 시민이 즐겁고 신나게 박물관에 발걸음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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