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은 이미 주민 '속'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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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면은 이미 주민 '속'으로 들어갔다"
  • 이병기
  • 승인 2010.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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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뽀] 구(舊) 인천대 본관 석면유출 현장 잠입 취재


구(舊) 인천대 본관 내부. 재활용품 철거 과정에서 천장택스가 파손돼
 인근 주민들이 이미 석면 피해를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취재: 이병기 기자

각 층별로 석면이 들어 있는 천장택스가 뜯겨져 나간 곳들이 부지기수였다. 철거공사를 하면서 뜯겨져 나간 택스들은 석면가루를 날리고 일부는 건물 아래로, 나머지는 열린 창문을 타고 인근 주민들의 호흡기 속으로 들어갔음이 불 보듯 뻔했다. 그런데도 인천도시개발공사는 핑계를 대며 업체의 석면피해 예방대책 요구를 묵살했다.

26일 찾아간 남구 도화동 구(舊) 인천대학교 본관 건물은 적막한 가운데 삼엄한 경비가 이어지고 있었다.

이곳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포크레인과 트럭, 인부들의 재활용품 철거작업 소음으로 요란했다. 하지만 지금은 공사가 중지돼 낮임에도 폐허의 을씨년스러움만이 감돈다. 

인천도시개발공사는 지난 3월 시민사회가 '석면 피해' 우려를 제기하고 시민대책위까지 구성한 이후 더욱 몸을 낮추고 있다. 특히 어떤 이유에서인지 인천대 본관을 지키는 경비업체에 지시해 건물 내부에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있다.

다만 2층에는 도화구역 주민보상을 상담하는 손실보상협의사무소가 운영되고 있어 간간이 오가는 주민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주민들은 2층 계단 바로 왼편에 위치한 상담소만 이용할 수 있을 뿐이다. 좌·우 통로는 바리케이트로 막아 드나드는 사람이 없는지 경비원이 감시하고 있었다. 3층으로 올라가는 중앙 계단은 문을 세우고 자물쇠로 잠궈 놨다.

취재진은 본관 재활용 철거업무를 맡았던 A업체 관계자의 도움으로 본관 내부를 살펴볼 수 있었다.


천장에서 떨어져 나와 바닥에 뒹굴고 있던 택스 파편

.3층으로 올라가자 첫 번째 강의실에서부터 뜯겨져 나간 천장택스가 발견됐다. A업체 관계자는 "석면을 건드리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하라고 작업을 지시했지만, 천장과 붙어있는 칸막이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택스가 손상됐다"며 "2월 중순께 인천도시개발공사에 석면 피해 대책을 요구했지만, '우리의 철거 업체를 별개로 선정하고 있다'며 묵살했다"고 말했다.

A업체는 재활용품 철거를 맡은 업체로 지난 2월초 이공관과 창업보육센터를 시작으로 3월 인문사회학부와 사회과학관 건물, 본관 건물 칸막이 작업을 실시했다. 그러나 A업체는 인천대와 계약을 맺고 철거를 진행하던 중 3월말 구(舊) 인천대 부지에 대한 소유권이 인천도개공으로 넘어가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인천도개공은 재활용품을 빼내가는 A업체를 인정하지 않고 새로운 철거업체를 선정해 사업 진행을 계획하고 있다. A업체는 인천대에 기부한 학교발전기금 5천만원과 계약금, 인건비, 장비대여비 등 수억원이 들어간 상태에서 도개공과의 마찰로 일손을 놓고 있는 상태.

A업체 관계자는 "인천대도 시립이기 때문에 계약금은 결국 시로 들어갔고 도개공도 인천시의 공기업인데 한 아버지 밑에 있는 두 아들이 싸우고 있는 꼴"이라며 "이런 문제들을 인천시에서 해결해줘야 하는데 뒷짐만 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석면 함유된 택스 파손, 창문 통해 주변 노출 가능성 커

A업체 관계자는 층을 올라갈수록 택스가 떨어져나간 부분은 더욱 커져만 갔다. 60평 남짓한 한 공간은 입구에서부터 끝까지 택스가 파손돼 있었으며, 건물 양쪽의 창문들은 깨지거나 열려 있어 바람이 자유롭게 드나들었다.

이와 관련, 김철홍 인천대 교수에게 자문을 구한 결과 "석면의 양이 얼마나 노출됐는가가 문제가 아니라 관련법상 석면 함유량이 1% 이상만 돼도 노동부의 감시 대상으로 철저한 관리를 해야 한다"며 "인천대 건물 천장택스는 석면 함유량이 5~7% 정도로 인천도개공에서도 인정했는데, 철거 과정에서 택스가 파손됐다면 지금 상태는 비산된 석면가루가 건물 바닥에 쌓여 있거나 이미 주민들이 마신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인천대 본관 건물 2층에는 도화구역 주민들이 왕래하는 상담소가 있어, 재활용품 철거 과정에서 상주하는 상담직원과 주민들에 대한 석면 피해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작 우려스러운 점은 눈에 보이는 천장택스만이 아니다.

A업체 관계자는 "건물 내부에 연결된 수도 파이프는 단열을 위해 석면이 함유된 물질로 감싸고 있다"며 "수 많은 파이프를 감싸고 있는 석면을 제거하지 않고 건물을 폭파시킨다면 정말 난리가 나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인천도개공은 기존 인천대 본관 건물과 이공관 등을 4월 중 폭파할 예정이었으나, 주민들과 시민단체의 반발로 6월에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철홍 교수는 "파이프를 감싸고 있는 석면을 일일이 제거하는 비용보다 한꺼번에 폭파시키는 비용이 더 싸기 때문에 인천도개공이 폭파를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눈에 보이는 택스만 처리하는 것이 아닌 내부에 위치한 석면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주민감사체를 구성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실제 본관 건물을 돌아다닌 결과 통로에 노출된 파이프를 감싸고 있는 단열재가 뜯겨져 나간 곳도 있었으며, 화장실 안쪽의 파이프는 감싸고 있는 단열재가 부식된 장면도 목격됐다.

인천도개공, "석면 유출 사실 몰랐다"


이와 관련해 인천도개공 측은 택스가 파손된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인천도개공 관계자는 "재활용품 철거 과정에서 택스가 파손되거나 석면이 유출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며 "우리는 규정대로 철거를 진행하기 위해 업체를 선정하고 있었다"라고 답했다.

A업체가 2월 중순께 석면 피해대책을 요구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는 "그 업체는 우리가 관리 감독하는 업체가 아니었다"며 "'석면을 건드리지 마라'고 말한 적은 있다"고 말했다.

김희영 인천도시개발공사 홍보팀장은 "당시 택스가 파손되는 등 석면 피해가 우려됐다면 공사 업체가 스스로 관리했어야 했다"며 "또 그때는 등기가 인천대로 돼 있었고, 계약한 것도 인천대이기 때문에 석면에 대한 감독을 인천대에서 했어야 한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이런 인천도개공의 주장에 대해 주민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화장식 안쪽 파이프에서는 노후로 인해 단열재가 벗겨진 모습도 발견됐다.도화구역의 한 주민은 "몇 년 전부터 인천대 이전 사업을 인천도개공에서 추진하고 있었는데, 이제 와서 석면 피해가 발생하니 다른 곳으로 책임을 전가시키고 있다"며 "실질적으로 인천대와 인천도개공 모두 인천시의 입김이 작용하는 곳이면 시가 나서 피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영 팀장은 "파이프를 감싸는 단열재에 석면이 있다고 주장하는데, 그것은 일방적인 얘기다"라며 "큰 건물에 한해 폭파공법을 사용해 6월 하순쯤 철거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인천시는 인천대 철거 과정에서 석면 피해를 우려한 시민사회의 반발이 거세지자 협의회 구성을 제안했다.

환경녹지국장을 단장으로 하는 협의회는 환경단체와 전문가, 공무원, 경인지방노동청 관계자 등으로 구성되며 석면 해체 및 철거시 적정 처리여부의 현장 확인과 해체 대상 석면 조사내역 적정여부 등을 확인하게 된다.

인천시는 지난 23일 1차 석면관리 합동 협의회를 계최하고 시와 도개공 관계자, 주민, 시민사회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도화구역 도시개발사업 시행에 따른 석면 처리대책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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