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NR 비용으로 차라리 교육프로그램을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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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NR 비용으로 차라리 교육프로그램을 먼저"
  • 김영숙 기자
  • 승인 2013.06.11 05:09
  •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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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 김호영씨가 바라보는 길고양이 TN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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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는 캣맘과 정부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데, 간혹 인식이 부족한 수의사들도 있다. 현실은 학교에서 배운 내용과는 많이 다르다. 정식이 아니라 약식으로 할 때가 있다. TNR
(길고양이를 생포해서, 중성화수술해서, 생포했던 자리에 놓아주는 것) 처치, 정상이 되는 것까지 봐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때가 많다.”
지난번(본보 5월 28일자, ‘사람과 길고양이는 함께 살아가는 생명체다’) 기사에 캣맘 정미애씨가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는 모습을 담고,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이번에는 정부(구청)에서 데려오는 길고양이들을 TNR하는 수의사 김호영씨(남구 주안동, 신기동물병원 원장)를 만나 그가 생각하는 TNR과 동물들을 대하는 올바른 자세가 무엇인지 들어봤다.
 
 
그는 TNR에 대해서도 각자 입장이 다르다고 했다. “캣맘은 고양이를 위주로 생각하고, 정부는 사람을 위주로 생각한다. 수의사는 나라에서 시키는 심부름꾼이다. 그러면서 동물을 생각해야 한다.”
 
 
TNR 하루, 사흘 날짜는 억지로 돈에 맞춘 것
김 원장은 “서울시에서 TNR을 남아(수컷) 하루, 여아(암컷) 사흘로 잡은 것은 돈 때문에 억지로 맞춘 것이다. 이럴 경우 여아는 감염이 언제든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 부분에 있어서 캣맘 정미애씨와 마음이 맞는다. 얘네들도 생명인데 수술이 잘못돼 길에서 감염돼 죽으면 안 된다. 깔끔하게 처리해서 있던 자리로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TNR을 본격적으로 홍보하기 전에는 수의사들 사이에 ‘10분에 한 마리’라는 말이 돌기도 했다. 이는 여러 마리를 하느라 ‘전 처치, 후 처치를 안 했다’는 말이다. 나는 남아 3일, 여아 7일을 최대치로 잡았다. 솔직히 말해, 병원 입장에서는 마이너스다. 그래서 구에다 ‘일주일에 두 마리밖에 못한다’고 솔직히 말했다. 남아 10만원, 여아 15만원을 받는데 그보다 훨씬 더 나온다”고 말했다.
 
“어제도 남구에서 두 마리가 왔는데 병원이 완전히 쑥대밭이 됐다. 길고양이들은 공포에 사로잡힌 채 살기 위한 본능으로 ‘맹수’로 돌변한다. 기회만 되면 튈려고 난리가 났었다. ‘사람 자체가 무서운 적’이기 때문이다. 진료실 하나를 통째로 비워놓고 있는데, 솔직히 따져보면 병원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피해다.(웃음) 그나마 캣맘 정미애씨가 데려오는 애들은 길들여져서 낫다. 밥을 주고 보살펴 주던 사람이 있어서 안정을 찾는 것이다. 캣맘 정미애씨는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면서 ‘기록을 남기고’ 있다. 참으로 대단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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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성화수술 후 치료받고 있는 길고양이
 
 
사람도 병의 원인과 증상에 따라 비용이 다르듯, 동물들도 마찬가지다. 구청에서 길고양이를 데려오면 혈액검사를 하고서 수술을 해야 하는지 결정해야 한다. 간혹 임신한 길고양이가 오면 수술을 하지 않는다. 감염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치료부터 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을 그렇지 않을 때가 많단다. “민원을 중요시 여기는 구청에서는 동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그걸 바라볼 때 답답하다. 또 동물을 생각하는 캣맘의 안타까운 마음도 이해해야 한다. 수의사는 중간에서 이 부분을 조절해야 할 때가 있다.”
 
 
사람의 욕심이 커질 때 동물도 힘들다
사람과 동물 사이에 옮겨지는 모든 질병인 ‘인수공통 전염병’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동물은 깨끗한 곳에서 자라서 모든 병으로부터 예방을 해야 한다. 동물이 아파서 병원비로 고통 받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간혹 수의사는 배운 내용을 까먹고 보호자들에게 동화할 때가 많다. 정부보다는 보호자한테 쏠릴 때가 있다. 집에서 한두 마리 정도 키우는 건 경제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여러 마리를 키울 때, 사람이 이런저런 문제로 힘들어지고, 사람 욕심이 커질 때 동물도 힘들어진다.”
 
그는 또 “동물들 의료보험이 안 되니까 비싸다고 원성이 높다. 사람은 아프면 병원비가 싸지만 그 위로 의료공단에서 돈을 지급받는 것이다. 동물을 그렇지 않으니까 비쌀 수밖에 없다. 게다가 동물들은 말을 못하니까 주인들이 잘못된 상식으로 애착심만 갖고 어디가 아픈 것 같다고 한다. 그럴 때는 대개 검사를 더 많이 하고 시간도 더 걸리다 보니 한 마리 치료하는 데 30분~60분 걸린다. 사람은 병원 가면 길어야 3분이다. 그런 점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면서 “똑같이 6년을 공부했는데 힘든 일이 많다. 강아지니까 더 못 받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수의사는 생명을 우선으로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라며 현실적인 고민도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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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받고 잔뜩 겁에 질린 길고양이.
 
 
그는 주인의 욕심이 동물을 힘들게 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보호자는 오랫동안 같이 살아온 ‘가족’이기 때문에 동물이 병들고 약해지면 몹시 안타까워한다. “10~13살 동물이 심장판막이라고 할 때, 수술을 받으면 주인은 그 옆에서 1년 동안 돌봐야 한다. 그러고 나서 동물은 1년 정도 더 살 수 있다. 가혹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1년 더 살자고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다. 그럴 때는 보호자한테 ‘무리하지 말자’고 권유한다. 사람도 감당하지 못하는 일은 동물들에게 힘든 일이 돌아가기도 한다. 경제적인 뒷받침을 하고나서 주인이 힘들어지면 그건 다 ‘주인의 욕심’ 때문이다”며 “어느 정도 치료를 하고 있을 때는 주인을 설득해서 포기시키는 것도 수의사가 ‘치료’하는 일이다. 우스갯소리로 병원에 우황청심원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할 때도 있다. 급할 때 주인한테 써야 한다는 말이다. 그만큼 주인의 마음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동물을 키울 땐 특성부터 공부해야
화제를 바꿔, 유기견에 대한 생각도 물었다. “보호소에 있는 개들은 10년 동안 나아진 게 없다. 여럿이 있으면 더 먹어서 사료를 대기도 힘들 것이다. 유기견 보호도 중요하지만, 안 버려져야 한다. 기르는 사람이 잘 해야 하는데 현실을 그렇지 않다. 가끔 개를 많이 키우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럴 때는 ‘돈이 그렇게 많냐’고 핀잔(?)을 주기도 한다. 한두 마리 정도는 괜찮지만, 세 마리 이상 키워야 할 때는 ‘진지하게 고민하라’고 말한다. 개들마다 특성이 다 있는데 거기에 맞춰서 대해야 하는데 수가 많아지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마리 한 마리 각자 성품에 따라 키워야 개도 행복하다”고 했다. 또 “‘불쌍하다’고 무조건 ‘동물 수집가’가 돼 키우면 안 된다. 정기적으로 운동을 시켜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동물을 소유물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나라 수의사들이 받는 비용은 형편없다고 했다. 일본에 비해 오분의 일, 미국에 비해 십분의 일 수준이란다. 동물을 반려견이라고 생각하면 반드시 돈 있다고 키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없다고 키우지 못하는 것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개의 80%는 정신질환을 앓는다. 죽기살기로 철창을 물어뜯고 사람 손을 문다. 알고 보면 주인이 잘못한다. 예을 들어 하루종일 잠만 자는 개가 있다면, 그에 따른 문제가 반드시 있다. 관절이 좋지 않거나,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을 것이다. 배가 아플 수도 있다. 동물을 키울 때는 사람의 이해가 먼저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사람이 공부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를 키울 때는 특성을 공부해야 한다. 무리로 사는 ‘늑대’에 가까운 개인지, 단독으로 지내기 좋아하는 ‘여우’에 가까운지 알아야 한다. 또한 원산지가 어디인지, 품성과 습성은 어떤지 공부해야 한다. 같은 개과여도 얼마나 다른지 모른다. 예를 들어, ‘시베리안 허스키’는 식중독에 무감각해 장염이 걸리기 쉽다. 영하40도에서 살아야 하는 애들이 영상 30도에서 지내려면 얼마나 힘들겠냐. 동물을 특성을 이해하는 건 무척 중요하다. 또 동물과 함께 살려면 예방접종은 필수사항이다. 만약 제때 접종을 하지 않으면 ‘사랑스런 반려동물’이 어느 순간 우리 식구한테 병원체를 옮기는 병원체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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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인 시각으로 서로 입장을 헤아려야
TNR을 시행하면서 아쉬운 점을 들어봤다. “캣맘은 무조건 사랑만 하지 말고 객관적인 시각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정부나 수의사 입장도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서로 양보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 캣맘이 생각하는 부분은 어느 때는 ‘이상’일 때가 있다.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좀 더 객관적인 시각으로 정부에서 시행하는 TNR을 이용(?)해야 한다. 솔직히, 정부는 캣맘을 위해서 시행하는 게 아니라 시민을 위해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고양이 생각을 하지 않는다. 엄밀히 따지면, 정부에서 시행하는 TNR은 캣맘들이 내는 세금인 것이다. 합리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예산이 없으면 한 마리만 하자. 해도 제대로 해야 한다. 공무원들은 길고양이들을 데려와서는 ‘할 수 있는 건 다해라’고 하기도 한다. 이는 ‘개인재산을 맘대로 하겠다’는 말과 같다. 공무원도 공부를 해야 한다.”
 
“‘마이크로칩’을 하지 않은 사람이 있으면 얘기하라는 공무원도 있다. ‘신고하고 계도하는 일’은 공무원이 할 일이지 남한테 물어봐서 할 일이 아니다. 말이 나와서 말이지만, ‘마이크로칩’ 넣는 비용은 2천원이다. 참고로 ‘마이크로칩’은 주인의 인적사항을 담은 시리얼 넘버를 개에게 장착하는 것을 말한다. 하여튼, 수의사가 해야 할 일은 많다. 마이크로칩 장착, TNR, 봄 가을에 광견병 예방접종. 어떤 직종이 일년의 절반가량을 나라를 위해서 일하는가. 그렇다고 민방위나 예비군 훈련을 빼주는 것도 아니잖나. 세금도 똑같은 비율로 내는데, 그래서 ‘수의사는 억울하다’고 하소연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다 보니 ‘음성적으로’ 하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마취약도 수술하고 꿰매는 실도 값싼 걸로 쓰는 사람이 생기는 것이다. 양심적이어야 하려면 그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 사실 세상이 그렇게 돌아가도 난 손해를 봐도, ‘할 건 다 하고’ 말할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의 정서는 수준이 무척 높다. 동물을 생각하는 마음이 참 따뜻하다. 하지만 정부는 구시대 물건으로 본다. 동물들과는 정서적으로 교감이 된다. 사람은 말로 서로 오해하지만, 동물과는 교감한다. 그래서 끊어지지 않는다. 마음먹고 사람한테 덤비는 동물은 없다. 알고 보면 갇혀 있었거나, 또다른 원인이 꼭 있다. 사람과 동물은 같은 공간에 있어도 딴 세상에 사는 것이다. ‘보고, 듣고, 냄새 맡는 게’ 다르다. 사람은 사람 입장에서만 동물을 봐서는 안 된다.”
 
마무리하면서 그는 중요한 지적도 덧붙였다. “솔직히 TNR하는 대신 그 비용을 교육하는 데 쓰는 게 현실적이다. 그게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을 대상으로 어떻게 해야 동물을 제대로 키우는 것인지 교육을 시키면 좋겠다. 키우는 사람이 동물을 관리하는 방법을 제대로 알고, 마음가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그러면 버려지는 동물도 없어질 것이고, 그에 따른 문제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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