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료원 폐업,잘못된 의료체계와 정책이 불러온 불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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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의료원 폐업,잘못된 의료체계와 정책이 불러온 불행
  • 강창대 기자
  • 승인 2013.06.14 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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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in이 만난사람] 조승연 인천광역시의료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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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가 큰 파장을 일으키면서 공공의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인천의 공공의료 현황을 살펴보고 공공의료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환기하고자 인천의료원 조승연 원장을 만나 의견을 들어보았다. 

<인천in>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는가.
<조승연 원장> 지난 6월 11일에 이루어진 경상남도 조례개정(경남도 의료원 설립 및 운영 조례 일부 개정안)으로 103년 진주시민의 건강을 지켜온 진주의료원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그 원인에 대해 한 도지사의 무지나 정치적 차원의 문제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 나는 그렇게만 보지 않는다. 진주의료원 폐원은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결과와 모순적인 정책이 만들어낸 불행한 사건이다. 이는 근 30여 년 동안 민간의 주도로 의료가 상업화됨으로써 그만큼 약화될 대로 약화된 공공의료의 말로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적자논리와 강성노조에게 책임을 전가하여 공공병원을 폐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절대로 재발돼서는 안 되는 엄청난 사건이다. 공공병원은 서민의료의 보루이자 적정진료 수행의 중심역할을 해야 하는 기관이다. 먼저, 공공의료의 존재 이유와 임무를 논의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수행하게 할 방법을 강구하여 역할을 규정하고, 그 역할에 따라 병원의 위상을 정하는 과정 등을 통해 개선안이 나와야 한다. 
경상남도의 면적 등을 고려하자면, 그곳의 의료 취약성은 매우 열악하다. 결과적으로 이 모든 피해는 경남도민과 진주시민에게 고스란히 미칠 것이라 우려한다.

<인천in> 우리나라 공공의료 비중이 매우 저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시도 예외는 아닐 것 같은데.
<조승연 원장> 우리나라 공공병상은 전체의 약 10%내외다. 공공의료기관 수는 약 5% 정도로 OECD국가 가운데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공공의료 비중이 그 국가의 의료수준을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의료복지에 대한 국가의 기여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는 된다. 인천시 역시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민간병원들이 증설되면서 그 비중은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인천시는 사망률이나 스트레스율 등 직접적인 건강 지표뿐만 아니라, 흡연율, 음주, 자살율, 비만율 등 여러 건강 지표가 우리나라 도시권에서 매우 열악한 수준이다. 특히, 만성질환관리의 필요성이 시급하다. 그런데 이런 기본적인 지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공공의료의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 보건소 등과 연계한 공공의료 역할의 확대가 시급하다.

<인천in> 공공의료는 민간의료와 어떻게 다르고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그 필요성은 무엇인지.
<조승연 원장> 의료는 근본적으로 공공적이어야 할 당위성을 갖고 있다. 의료행위는 대개 일방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의사가 정보(또는 지식)를 독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환자와 의사의 관계를 물건을 사고파는 일반적인 거래행위로 보면, 소비자인 환자는 늘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의료에 강력한 윤리의식이 강조되거나 정부의 부분적인 강제가 개입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의료는 공공적인 성격이 있다거나 있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민간의료는,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수익을 올려 궁극적으로 조직의 생존과 확대 재생산을 목표로 하는 일반적인 기업의 행태와 다름없다. 최근, 민간병원도 공공의료의 일부를 담당하면 국가의 지원을 받는 제도적 근거(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가 마련됐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근본적인 메커니즘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기부금이나 국가재정 등과 같은 사회적(또는 공적) 자금의 투입이 극히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주로 사회보험인 의료보험 재정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보건재정구조 안에서 민간병원은 강한 상업성을 띨 수밖에 없다. 즉, 속된 표현을 쓰자면 ‘사람 몸 갖고 장사하는 식’의 의료행위가 주를 이루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적정진료나 의료에 대한 신뢰를 구현하기 어려워진다. 공공의료의 가장 큰 목표는 적정한 진료를 통해 국민들에게 의료에 대한 신뢰를 심는 것이다. 또, 민간이 담당하기 어려운 전염병 등과 같은 재앙에 대비한 활동을 비롯해, 의료 취약지에서 수익성이 없는 응급실이나 중환자실, 산부인과, 소아과 등의 진료를 담당한다. 그리고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을 위한 진료 역시 공공의료의 큰 역할이다.

<인천in> 공공의료 기관을 운영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이 있다면.
<조승연 원장> 앞서 말했듯이, 공공의료기관은 수익성이나 효율성을 제일의 목표로 세워 운영할 수 없는 곳이다. 의료행위를 국가와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부분으로 인정하고, 이에 따라 재정 투여 등을 거시적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공공의료에 대한 투자는 일 년 단위의 회계결산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게 아니다. 10년 혹은 20년 단위의 장기간에 걸친 사회적 투자와 산출의 범주에서 보아야 한다. 사회적 경비의 절약과 효율증대를 위해서는 장기간에 걸친 투자와 계획이 꼭 필요하다. 
공공병원 운영상 가장 어려운 점 역시 이것과 연관이 있다. 공공병원이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재정적 지원이 필요한데 이 부분이 취약하다.
또 다른 어려움은, 공공의료를 둘러싼 사회·정치적 환경이다. 현행법상 공공병원과 민간병원을 같은 눈높이로 보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일반 시민들뿐만 아니라 정책당국조차도 공공병원과 민간병원을 경쟁구도로 인식하기까지 한다. 이런 시각은 공공의료 종사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제 역할을 하는 데 큰 장해가 된다.
인천시의 경우, 지자체 가운데 공공의료에 대한 인식이나 지원이 매우 좋은 편이다. 그런데도 공공병원이 제 기능을 발휘하기에는 재정이 빠듯한 형편이다. 그러니 타 지역의 공공병원의 형편은 매우 어렵다.  

<인천in> 인천시 공공의료 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조승연 원장> 인천시는 공공의료를 확충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강점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도, 송영길 시장을 위시해 시의원이나 구청장, 실무자들까지 공공의료에 대해 우호적인 식견과 지식을 잘 갖추고 있다.
최근 ‘인천시 공공보건의료 지원단’을 설립하기 위한 조례를 추진하고 있다. 인천시 전반을 아울러 공공의료를 담당하게 될 기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설립 이후, 인천의료원에 위탁되어 매우 중요하고 유용한 기능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또, 전국 최초로 시 재정을 바탕으로 ‘보호자 없는 병실’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부족한 점이 없지 않다. 가장 먼저, 인구 300만 명을 목전에 두고 있는 인천시에서 350병상 남짓한 인천의료원 하나로 공공의료를 제대로 구현하는 불가능하다. 더구나 시 외곽의 공단지역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다. 시 재정이 어려운 형편이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제2, 제3 의료원을 확충하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
또 하나 부족한 점을 지적하자면, 인천시에 공공의료를 담당할 부서(국, 과 또는 팀)가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 설립될 ‘인천시 공공보건의료 지원단’을 활성화하고 공공의료 분야의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기 위해서는 전담부서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인천의료원은 1932년 설립돼 올해로 81세를 맞는 유서 깊은 병원이다. 처음 중구 신흥동에 위치해 있었지만 1997년 지금의 송림동 공단지역으로 이전했다. 이후 이렇다 할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아 다소 낙후된 이미지를 갖고 있었으나, 최근 3년간 약 230억 원의 국·시비를 지원 받아 낙후된 시설을 보수하고 의료장비도 최첨단으로 보강했다. 또, 추가 부담이 없이 보험수가가 적용되는 기준실이 5인실이고 비싼 상급병실 못지않은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인천의료원이 현재 가동 중인 병상은 347개이고 평균 입원환자가 300명가량, 그리고 외래환자는 하루 평균 약 650명 정도다. 공공의료기관인 만큼 의료취약계층이 많이 이용하고 있다. 물론 누구나 이용이 가능하지만, 입원환자 가운데 약 36%가 의료보호수급자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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